<1> 중국의 새로운 함대
중국해군은 2007~2008년사이 새로운 함대 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위성사진으로 밝혀진 새로운 기지는 하이난성 싼야인근으로 가장 처음 발견된 것은 잠수함기지였습니다.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위성 혹은 무인기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동굴식 출입구를 잠수함기지로 꽤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두터운 암반 속에 기지를 두고 잠수함은 저 동굴식 출입구로 들고 남으로서 최대함 감시에서 벗어나 작전의 자유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러한 싼야의 입지는 중국본토에서 가장 대양함대에 어울리는 곳이라 할 수 있는데...
베트남이 가진 최고의 전략적 항구라 할 캄란과 엇비슷한 입지를 가졌습니다. 우선 베트남의 인천격이라 할 하이퐁항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입지인데다 홍콩과 광저우를 감제하고, 필리핀은 물론 말라카 해협까지 내다 볼 수 있는 입지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전투함들 최대항속거리가 다들 6000~8000Km아니냐?라고 하실 수 있는데. 그건 대개 순항속도기준일때입니다. 30노트 이상으로 연료를 미친듯 태우고, 여기에 주기적, 랜덤하게 항로를 지그재그로 트는 전투항행에 들어가면 실질적인 항속거리는 순항속도 기준 항속거리의 절반도 나오지 않습니다.(특히나 최대속도 순항하는 항모기동전단 휘하 수상함이라면 속도를 늦출 수가 없죠.)
흔히 쓰는 CODOG기관 기준이라면 실질적인 해상작전반경은 길어봐야 3000Km내외입니다. 실상은 그보다도 작전반경이 짧다는 이야기 되겠습니다. 고로 싼야야 말로 중국해군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말라카 해협까지 작전반경을 뻗칠 수 있는 유일한 입지란 뜻입니다.
아무튼 이 싼야엔 700미터급 접안도크가 건설되었고, 이건 항모 2척이 동시접안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조금만 규모를 늘린다면 아마 4척도 접안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비밀도 아니지만, 바로 이 싼야가 새로 창설될 중국해군 네번째 함대의 주기지가 될 겁니다.
이전 3개 함대가 모두 중국연안 방어를 위한 해역함대라고 한다면 이 네 번째 함대는 중국연안 방위와는 전혀 상관 없는 미국식 대외해역 원정함대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이 건조한 모든 항공모함과 대양작전 가능한 대형 핵추진 공격잠수함은 이곳 싼야에 모여들 것입니다.
"중국해군은 우리한테 항모를 써먹겠다는 시도도 하지 않습니다. 이건 일본에게도 마찬가집니다."
우리해군에게 가장 위협적인 전력은 저 멀리 계셔 보이지도 않는 항공모함이 아니라. 중국이 굴리는 전략폭격기에 달린 초음속 대함미사일 혹은 아음속 대함미사일 수십다스입니다. 왜 중국해군이 항공모함도 아닌 이런 전략폭격기를 한일해협을 건너 과시하듯 장거리로 날아다닐까요? 생각해 볼 일입니다.
<2> 그럼에도 대련은 여전히 중요하다.
미해군에게 노포크는 전혀 중요한 해군기지가 아닙니다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거점입니다. 이곳에 위치한 조선시설과 수리시설들이야말로 미해군의 근간이라 할만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대련은 중국해군에게 있어 중요한 거점입니다.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렇겠지만 중국은 자국 기동함대 전력을 대련에 두진 않을 겁니다.
이유는 지키긴 쉽지만, 나가기는 쉬운 이상으로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요동반도에서 산동반도까지 최단거리는 150Km수준이며, 한반도 황해도 최서단에서 산동반도 최동단까진 200Km가 채되지 않으며, 서북5도에선 180Km까지 좁혀집니다. 한반도 제주도 위도까지 서해의 너비는 평균적으로 300Km를 넘지 못합니다. 따라서 대련에 배치된 주력함대가 서해를 벗어나려면 남북으로 1000Km이상 이동해야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최근 발달한 대함미사일의 사거리를 고려하면 함대가 멀쩡히 살아서 나갈 확률은 없다고 보면 좋습니다.
그리고 같은 의미에서 중국해군의 항공모함 기동부대는 여전히 실전력화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대련을 오고 간다는 뜻은 대양으로 벗어날 능력이 없다는 반증이며, 대련을 벗어나 싼야에 둥지를 틀기까진 깃털도 다 자라지 못한 매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해군은 여전히 대련을 중요한 기지로 운용하고 있는데. 그건 중국이 보유한 가장 안전한 바다인 발해를 접하고 있으며, 이중 삼중의 방어망 내에 위치해 중국해군이 보유한 가장 안전한 거점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발해는 여전히 성능이 의뭉스런 중국의 전략핵미사일 잠수함이 안전하게 SLBM을 쏠 수 있는 작전해역이며. 대련은 미국의 감시망을 피해 중국의 해군전략자산을 건설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거점입니다.
2001년 EP-3불시착 사건에서 보시듯 열린 바다는 미해군의 독무대입니다. 그 어떤 해역도 미해군의 감시망을 피할 수 없으며 중국에게 있어 그나마 가장 안전한 곳은 바로 대련과 발해뿐입니다. 이 해역만이 마음껏 신호를 수발신하며 전투체계를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곳입니다.
따라서 중국해군의 핵심적 체계는 대련에서 만들어지고, 개발되고, 그리고 나서야 밖으로 나설 것입니다.
이미 서해에 인접한 북해함대는 전형적인 연안함대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중국을 보며 중국이 항공모함을 건조한다는 지엽적인 면에 집착할 게 아니라. 이네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그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이해한 분은 이해하셨겠지만. 중국의 항모란 물건은 실전력화가 되면 대련을 벗어나 네번째 함대 기지로 배속되어 별도의 해역기동함대로 편성될 겁니다. 이미 서해와 남해는 중국해군 자신이 수상함으로 작전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지 오래이며. 이는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소립니다.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기동함대를 건설해 어느 곳에서 작전운용할 것인지. 실질적인 작전범위 확보를 위해 어떤 전력을 건설해야 할지는 너무나 자명한 겁니다. 제주도에 기지를 둔 우리 기동함대의 실질적인 전술작전반경은 대만북방 정도가 한계입니다. 이걸 더 연장하려면 현행 해상보급함 전력의 최소 1.5배 이상이 필요합니다.(미국식 SSG에 범용구축함 6척이 추가된 게 기동전단의 규모라면 적어도 소양급 3척이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수상함대를 보호하기 위한 항공력의 투사범위 역시 늘려야 합니다. 중국상대로는 적어도 함대 상공의 공중초계전력이 1개 중대 규모는 되어야 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주야간 CAP전력 확보와 함께 유사시 긴급 콜에 대응할 수 있는 항공대는 최소 1개 대대는 되어야 합니다. 최소 지상 전술기 비행대대 2개와 최소 2기 이상의 공중급유기. 여기에 더해 장거리 해상초계기 지원도 필요하며, 기동전단과 비슷한 속도를 가진 잠수함 역시 필요로 합니다. 이쯤이나 되어야 기본적인 외양작전능력 확보가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해군은 뒤로 제쳐 두고, 공군에 해군만을 지원하기 위한 비교적 신형의 전술기 2개대대를 갹출할 여유가 있을까요? 아마 없을 겁니다. 대양해군이란건 해군 혼자 으쌰으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지요. 제 생각엔 현행 공군보다도 더 많은 전력증강예산을 받아내는 해군을 위해서라도 우선 공군에게 전술기 수적인 여유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