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평화 시대를 언급하며 [군축]을 언급하는 언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런 "군축"언급을 껄끄러워하고 있지요. 아마 어떤 정치세력이라도 멋대로 군축을 언급했다간 아주 큰 쓴맛을 보게 될 겁니다. 즉, 비집권 세력은 집권을 할 수가 없고, 집권세력은 멋대로 군축을 하거나 그 언급을 해도 정치적 동력을 상실할 공산이 크다는 뜻입니다.
저는 "종전평화" 시대가 온다고 해도 군축을 하거나 재래식 군비를 조절하는 것은 현실적인 이유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단순히 우리가 가진 내재적인 요소만이 아니라 외부의 외재적 요소 역시 복합적으로 적용되는 문제입니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해당 게시판에서 여러분들이 소개한 언론들의 기사들을 보면 현재의 군사력 건설궤도가 뒤바뀐다는 언급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우선 인적구성과 예산구성을 살펴볼 일입니다.
<육해공 인적구성을 보자>
대한민국 국방부를 두고 "육방부"라고들 합니다. 뭐 실제로 실권을 가진 대부분의 보임에 육군출신이 포진해 있기도 한 건 사실입니다. 그나마도 과거엔 실제로도 보임되는 자리와 실권 양면에서 육방부라 불러도 손색이 없긴 했습니다만 지금도 그렇다고 볼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보시다시피 개편될 국군의 인적구성인데, 이런 상황에서 육방부라 불러줄 수 있을까요? 혹은 해공군을 더 늘려야 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런 말을 해도 별 실감이 들지 않을 것 같아 옆나라. 그러니까 해공군을 강화해야 하는 최종적인 이유와도 같은 일본자위대와 비교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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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자위대 |
해상자위대 |
항공자위대 |
인원(인가기준) |
151,063 |
45,517 |
47,097 |
구성비 |
62.1% |
18.7% |
19.3% |
대표적으로 해공군 위주라고들 알고 있는 자위대의 인적구성입니다. 보다시피 인적구성으로만 보면 자위대 역시 인력의 대부분은 육상자위대가 절대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개편 이후의 한국군 육군비율이 74.3%임을 생각해보면 근본적인 차이가 드러나진 않습니다. 육상국경선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인데도 가상적인 소련군의 상륙을 대비해 이 정도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일본입니다. 그렇다면 육상국경선이 존재하게 될 우리입장에서 육군비율이 과도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또 우리나라 해군과 공군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다시피 일본은 아직까지도 실질적인 해군전력에선 중국마저 앞서는 국가입니다. 이런 일본 해상자위대 병력은 총원 4.5만명 수준입니다. 해병대를 제외한 해군총원이 4.1만명임을 보면 우리나라 해군인력이 결코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관장하는 EEZ와 영해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담당 해역면적당 병력은 오히려 우리가 더 앞섭니다.
거기에 또 다른 준군사조직인 해상보안청의 인력이 1.2만명인데, 우리 해경 역시 인력이 1.2만명으로 동일한 규모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해군과 공군의 병력규모는 해군국이자 항공강국이라는 일본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뒤에 언급할 인력과 전력의 블랙홀이 없어진다면 해군이 인력난을 호소할 이유는 결코 발생할 일이 없습니다. 일본보다 더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지 않는 한 말이지요.
<변할 건 육군이 아니라...>
결국 결론은 육군을 더 줄일 수는 없다는 겁니다. 육상국경선이 없는데도 저만한 육상군을 유지하는 섬나라인데, 우리는 당연히 육상군 구성비가 7할은 넘어야 정상적인 상황입니다. 또 그나마도 우리 해군과 공군의 병력이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절대적으로 봐도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왜 해군은 항시 병력부족을 호소할까요?
그것은 "접적해역"이라 할 서해5도와 NLL근방의 초계에 큰 역량을 부어버리고 있음입니다.
전쟁이 터질것만 같은 긴장상황 속에서 아주 높은 밀도로 수상함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문젠 이 상황을 유지한다면 모를까, 해군은 이런 근본적인 본국해역 방어외에 다른 임무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겁니다.
간단히 말해 대양기동함대를 안 만들면 해군이 인력부족을 호소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안 그럴거잖아요? 문젠 소위 말해 NLL인근이 평화수역이 되고 그래서 이곳의 경비를 해경으로 떠넘겨 버리면 해군은 70여척이 넘는 고속정과 고속함을 존치할 이유가 없습니다.
즉, PKMR을 건조해 대량으로 배치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참수리급 고속정 50여척과 그 지원전력에 근 2500~3000여명이 인원이 묶인걸 검독수리급을 통해 2000여명으로 줄이려 했던 해군의 계획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될 상황이 됩니다. 서해 NLL을 근접해서 사수해야 할 게 아니라면 검독수리급 고속정은 많은 수량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크게 변해야 될 건 육군이 아니라 해군이 됩니다.
전력의 3할 이상을 털어넣고 있는 북방한계선이 평화수역이 되면 해군은 이 특유의 특수목적형 전력을 구비해야 할 이유가 없고, 유지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일본이 동일레벨전력을 하야부사급 6척으로 땡치고 있는 걸 생각해보면 이 부분이 해결되면 해군의 소위 말하는 인력난이 벌어질 이유가 있을까요?
해병대 역시도 마찬가집니다.
이미 육군은 DMZ에 늘어서 있는 보병사단들을 여단규모로 감편하거나, 해체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해 북방 5도 주변해역이 평화수역화 되고 해경이 감시임무를 맡고, 해군의 연안고속정 세력들 역시 크게 축소된다면 해병대가 1개 여단규모를 주둔시킬 이유도 없습니다. 또한 김포일대의 해병 2사단 역시 사단규모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육군이 해병대 1개 사단 방어면적을 1개 여단으로 담당을 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해병대는 바로 이 서해 NLL일대에 가지고 있는 전력의 거의 4할을 투입중이고, 해군은 인력의 거의 3할을 투입중입니다. 이 전력이 존재이유가 없어진다면...말 그대로 가장 많이 변화될 군은 육군이 아니라 해군과 해병대입니다.
제 개인적으론 해군과 해병대가 협의를 통해 인가받은 병력을 교환하는게 어떤가 생각해봅니다. 해병대는 인가병력을 양보해 해군으로부터 독자항공대를 얻어내고, 상륙선단에 대한 지분(영향력)을 얻어내고, 해군은 부족한 병력을 확보하는 겁니다.(해군이 대형수상함 건조를 위해 상륙함 규모를 멋대로 칼치는 건 위법이라고 봅니다.)
<한국형 대량응징보복체계>
북한과의 종전평화체계가 오면 사라질 게 한국형 대량응징보복체계라고들 하는데...
저는 정반대로 봅니다. 이 체계는 북한을 제외하더라도 우리군이 주변국을 대상으로 하여 독자적인 대칭/비대칭 대응을 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능력이라 봅니다.
일본을 상대로 우리가 해공군의 압도적 전력우위를 가질 가능성은 애시당초 없습니다. 결국 대량응징보복체계의 핵심인 타격체계를 가지고 이런 전력열세를 극복해야 하는게 현실입니다. 중국 역시도 마찬가집니다. 북한과의 평화종전체계가 온다한들 중국이 우리에게 조준한 수백발의 전구급 탄도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중국이 한반도에 배치해두고 운용하는 탄도탄 전력이 수량상으로 대만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분은 많이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탄도탄을 방어하고, 선제타격하겠다는 전력을 축소하면 제일 좋아할 나라가 누구일까요? 아마 중국과 일본이 1등을 서로 다툴 겁니다.
근본적으로 대량응징보복체계는 한반도 전역 전체를 자체적으로 감시하고, 타격하고, 방어하는 하나의 유기시스템입니다.
한반도를 방어하는데 유용할뿐 아니라, 한반도 밖에서 선제적인 예방타격, 총체적인 방어능력을 갖추자면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해군을 줄여도 되고, 공군을 줄여도 되고, 육군을 줄여도 되지만, 이 체계는 결코 포기해선 안 됩니다. 우리가 건설중인 가장 핵심적인 전쟁억지시스템입니다.
<근본적인 전략의 조정이 필요한 시기>
북한만 바라보고 달리던 시대에 종말이 왔습니다.
물론 종전평화체제가 온다고 해서 북한을 없는 셈 취급해선 곤란합니다만...우리나라 해군과 공군, 해병대는 근본적인 전략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어차피 육군은 현재의 상황에서 큰 변화가 없어도 됩니다. 병력을 줄이고, 기동성을 살리고, 화력을 증강하고, 네트워크전 체계로 간다는 방향은 어차피 북한이 아닌 다른 타국을 대비한다고 할때 중요한 능력이고, 올바른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군, 해군, 해병대는 자신들의 존립이유를 다시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NLL사수에서 해방된 해군은 그 여유를 가지고 뭘 해야할지. 마찬가지로 최소 1개 사단 존립이유가 사라지는 해병대 역시 미군에 기댄 상륙능력, 도서방위 밑 육상전선 방어에 전력 5할 이상이 투입된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북한을 대비한 CAS전력과 대화력전 수행임무에서 해방된 공군은 뭘 할 것인지. 다시 한번 크나큰 연구를 해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