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1함대 NLL에서 근무할 때 일이었는데
그 날도 평소처럼 함교서 견시보면서 어망이나 찾고 있는데 갑자기 수평선 쪽에 선박 하나가 보이는 거임
대부분의 선박은 상검망에 배 등록해두기 때문에 조회해보면 나오는데, 가끔 등록안된 배가 보이면 가까이 가서 조회하는 것도 1함대의 임무 중 하나였음
(댓글 지적해줘서 알았는데 상검망이 아니라 AIS 였던듯)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까 뭔가 국기색이 이상한거야
당직사관이었던 포술장이 저거 무슨 나라 국기냐? 하는데 위 아래가 남색이고 가운데가 빨간게....
순간 갑판사관이 "어 ㅆㅂ 저거 인공기입니다!" 하고 외치는 것과 동시에 실전 전투배치가 발령되었음
그 때만 하더라도 나는 실전이 처음이었던 짬찌끄레기였기 때문에 진짜 심장이 덜컹 내려 앉았음
막 머리속으로는 연평해전 정훈영화인 '그 날'의 장면도 막 지나가고 숨이 턱턱 막히면서 별의 별 생각이 다들더라.
진짜 여기서 총격전 일어나면 나 죽는 거 아닌가, 부력방탄복 철판은 제대로 들어있나 등등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울산급이 걍 주포로 쏴버리면 100톤 짜리 소형 선박이야 순식간에 뒤집히는데, 그 때는 그걸 알리가 있나.
하여튼 소병기 요원, 승선 요원, 포박 요원 다 배치되고 포도 조준한 상태로 천천히 그 배에 다가갔음
그리고 부장이 함외 마이크로 근엄하게 "여기는 대한민국 해군, 귀 함은 무선을 몇으로 맞추고 소속과 항로를 밝혀라ㅡ" 하고 말하는데 갑자기 무선에서 막 방언이 터져나오는 거임
그런데 영어도 아니고 처음 들어보는 언어로 막 횡설수설하는데... 뭔가 좀 이상한거임.
그래서 좀 더 가까이 가서 깃발을 다시 보니까...
캄보디아 국기더라
진짜 멀리서 봤을 때는 인공기랑 엄청 비슷했는데
그 캄보디아 선주는 커다란 군함이 전투 배치하고 위협적으로 달려오니까 사색이 되어서 방언을 터트렸던거고
그 때는 '아니 캄보디아 녀석들이 왜 동해에 와' 했는데
나중에 기사 찾아보니까 캄보디아 어선이 러시아 앞바다서 조업하다가 걸리기도 하더라
어선 통제 안 되는건 어느 나라나 똑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