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INF조약을 폐기하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우리는 협정을 폐기하고 탈퇴하려고 한다"며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협정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해당 무기들을 개발해야 할 것"
본래 소련과의 양자조약이었던 INF조약에 느닷없이 중국을 붙여 중국도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중거리 핵전력을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똑같이 손과 발을 묶자는 제안을 한 것입니다.
이는 미국이 중국보유 중거리 핵전력에 부담과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반례가 됩니다.
그러나 중국이 보유한 어떠한 중거리 핵전력도 미국본토엔 도달하지 못 합니다. 근본적으로 중국은 핵을 개발한 이래 “비선제공격”(no first use: NFU)" 원칙을 유지해왔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중국의 중거리 핵전력에 큰 반발 혹은 움직임을 보인 바 없었고, 미국 역시 지난 삼십여년 세월 동안 큰 언급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시점에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걸까요?
자, 과거와 지금의 환경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INF조약당시 미국이 왜 소련과 서로 손발을 묶는 군축조약을 실시한 배경을 살펴 볼 일입니다.
INF조약의 요체는 결국 사거리 500Km이상 5500Km이하의 모든 핵전력을 억제하거나 폐기하는 것입니다.
보다시피 이렇게 억제한 500Km의 사거리는 절묘하게 미국의 주요한 동맹국들 영토 바깥에 위치합니다. 즉, 전략핵전력을 활용하지 않는 한 어떤 방법으로든 서유럽 주요 미동맹국들을 선제핵타격 할 수 없게 묶은 것입니다.
이로서 서유럽 미동맹국들은 미국의 손발을 묶음으로서 선제핵공격으로부터 해방되었고 이러한 안보적 해빙무드를 바탕으로 동구권과의 협력, 소통을 통한 해빙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지금까지도 서유럽 부국(富國)들이 국방비를 마구잡이 퍽퍽 깎아가며 헤롱거리는 주된 기제가 바로 이 조약입니다.
이를테면 INF조약은 서유럽 미동맹국들을 지켜내기 위한 조약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태까지 이 조약 적용대상이 아니었던 중국을 동일한 조약에 구속시키려는 미국의 시도는 결국 무엇으로 해석되겠습니까?
예, 바로 태평양 연안 동아시아 미동맹국들을 지키겠다는 뜻이 되겠지요.
소련이란 명확한 견제대상이 존재하던 과거, 중국의 중거리 핵전력은 대개 소련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당시미국과 중국은 현재의 미국-인도관계처럼 공동의 적을 향해 대치하고 있었으니, 친미 동맹국들에겐 크나큰 위협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절이 변했지요?
중국은 공공연하게 미국과 대립중이며, 소련만이 아닌 인도를 타격대상으로 삼아 핵전력을 증강해왔습니다. 그리고 과거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중단거리 핵전력을 동맹국에게 이전하거나 이식하는 방법으로 적대국의 핵전력은 분산시키기에 이릅니다.
즉, 비선제공격을 폐기하겠다고 공식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최근 그들의 전력건설방안이나 움직임은 이미 선제핵사용 의도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중국은 미국과의 전쟁이 일어날 경우 괌은 물론 미군기지가 존재하는 모든 동맹국을 선제적으로 핵공격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고, 실제로도 단거리 핵전력을 전진배치하고, 중거리 핵전력을 더욱 강화해 선제타격범위를 인도까지 확장했습니다.
이미 러시아는 9M729순항미사일을 통해 INF조약을 어긴 바 있고, 중국은 사거리 1500~4000Km급 중거리 핵전력을 꾸준히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아직까지 INF조약을 유지중이었던 미국입장에선 손발을 묶은 꼴로 대응해야 하는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스스로의 방위능력을 거세한 서유럽을 지켜야 하고, 동시에 신경도 쓰지 않던 동아시아 동맹국들도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 양안을 잃고 지역국으로 쪼그라드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이제 발등에 불 떨어진 서유럽 NATO국가들도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https://www.msn.com/ko-kr/news/world/%EB%82%98%ED%86%A0-%ED%8A%B8%EB%9F%BC%ED%94%84%EC%97%90-%EC%A4%91%EA%B1%B0%EB%A6%AC-%ED%95%B5%EC%A0%84%EB%A0%A5-%EC%A1%B0%EC%95%BD-%ED%8C%8C%EA%B8%B0-%EB%A7%90%EB%9D%BC-%EC%B4%89%EA%B5%AC/ar-BBOUjCK
"미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SSC-8(9M729 시스템) 순항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것이 INF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파기 발표 이후 러시아를 비난한 적 있다.
나토의 또 다른 관리는 "조약에서 탈퇴하게 되면 역사적인 협약을 망쳐버린 것을 비난하는 빌미를 러시아에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NF를 유럽지역 무기 통제의 근간으로 인식하는 나토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만약 조약이 붕괴하면 미국의 차세대 핵미사일을 앞세운 새로운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움직임이 우리에게 끼칠 영향은 무엇일까요?
중국의 주요 중단거리 핵전력이 우릴 조준하고 있고, 그나마도 더더욱 증강되고 있다는 건 그리 새삼스러운 문제도 아닙니다. 중국의 군사전략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중단거리 핵전력과 탄도탄 전력을 통해 미국의 전력을 밀어내고, 사거리 이내의 영역들을 도모한다는 것입니다. 즉, 영향력을 투사하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영토적 야심을 보이는 정책입니다.
우리로선 이런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영합 같은 멍청한 짓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중국으로 병합될 일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가장 베스트 시나리오는 미-러-중간의 삼각 INF조약이 비준되는 것입니다. 그리 된다면 우리나란 중국의 중단거리 핵전력에 의한 선제타격을 모면할 수 있습니다.
9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무려 30여년 가까이 영속된 서유럽 번영의 기반이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해보면 베스트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가장 가능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이기도 합니다.
최근 미군은 공해전쟁 개념을 내놓으며 중국의 반접근전략에 대응하려 합니다.
그 요체는 기본적으로 스텐드 오프 전력을 통해 중국의 지휘, 통제, 탐지 전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입니다. 문젠 머나 먼 미본토, 혹은 부족하기 그지 없는 기존의 군사기지만 가지고선 시의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규모의 타격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공군은 365일 24시간 늘 하늘에 떠 있을 수 없고, 함대도 그건 마찬가집니다. 언제나 대기하며 어느 시점에서든 타격이 가능한 전력은 육상의 스텐드 오프 전력뿐입니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미육군의 지대지 탄도탄 전력을 내놓았으나 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힘듭니다. 과거 SS-20을 상대하기 위한 선택지라 퍼싱-2였던것처럼 중국의 중단거리 핵전력과 타격전력을 상대하기 위한 솔루션은 마찬가지로 비슷한 사거리를 가진 타격전력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항공모함의 전투지속 기간은 최장 일주일 수준이며, 그나마도 영속적일 수 없습니다. 중국의 중거리 탄도탄 전력에 노출된 괌과 오키나와등의 기지도 취약하긴 마찬가집니다. 그러니 미국 선택지는 과거 서독에 IRBM을 배치했던 것을 반추하게 될 것입니다.
즉, 북한의 핵폐기 협상과는 별개로 우리에겐 또 다른 냉전기가 찾아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중거리 핵전력을 복원하려 들 미국은 일본에 그 전력을 배치하게 될 것이고, 일본은 과거 서독이 이탈리아를 끌어들였던 것처럼 한국을 물귀신처럼 껴안으려 할 것입니다.
뭐가 되었든 결국 한반도엔 다시금 중거리 탄도탄 전력이 배치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미 냄새를 맡은 북한이 벌써부터 경계를 하며 컹컹 짖어대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지요.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나란 어떤 선택과 전략을 가져야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져갈 수 있을런지요?
이미 지난 위기상황, 우린 탄도탄의 탄두중량 제한을 사실상 제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중국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고, 우리의 정체성과 국체와 주권을 보존하기 위해선 중국과 영합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진 이상. 우리에게 약속된 가시밭길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차분하고 정확하게 살펴봐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