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 한-미우주협력협정의 내용과 의미는?
이번 협정은 한-미간 우주협력을 위한 기본원칙과 협력절차를 정의한 포괄적인 협정으로 양국의 민간 우주협력 전반에 있어 법적‧제도적 토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협력분야(우주탐사, 우주과학, 지구관측 분야 등), 협력형태(우주선 및 탑재용 과학장비, 우주통신, 우주응용, 과학데이터 교환 등), 통관, 지식재산권, 인력교류 등이 포괄적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번 협정은 미국이 아시아국가와 최초로 체결하는 우주협력 협정이며, 한미동맹의 새로운 지평(New Frontier)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2. 발사체와 달탐사 등 직접적인 기술이전이 있는가?
이번 협정은 협력사업의 내용 및 절차를 포괄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기술이전을 전제로 하거나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3. 현재 미국과 달탐사 협력을 위한 개별적인 MOU 체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협정과 별도로 계속해서 추진되는 것인가?
한-미 우주협력협정은 우주협력의 포괄적인 틀을 마련하는 것이고, 구체적인 협력은 프로젝트별로 개별 MOU나 약정 등을 통해 수행하게 됩니다. 따라서, 달탐사 분야의 협력을 위해 미국과 별도의 MOU를 체결할 계획입니다.
단, 이번 협정을 통해 협정 상의 협력절차를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므로, 그 동안 협력사업마다 개별적으로 관계 부처와 기관의 검토를 받아 문안 조정, 협의 등을 하는 번거로움을 덜게 되었고, 이에 따라 협력이 간편해지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4. 나로호는 러시아와 협력을 했는데 이번에 미국과 협력이 강화되면 한국형발사체 기술도 일부 수정이 필요한가?
발사체 분야는 국제적 비확산체제인 MTCR에 따라 국가간 협력이 제약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이번 협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한 마디로 기술이전은 없습니다. 또한 한국형발사체는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 중에 있으므로 현재 외국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지 않고, 따라서 한국형발사체 기술의 수정은 필요치 않습니다.
5. 일각에서 이번 협정으로 중국과 일본의 우주기술을 따라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우리가 이번 협정을 통해 급진적인 우주기술 도약을 이뤄낼 수 있나?
우주기술의 발전은 정부의 꾸준한 지원과 국민적 성원이 합쳐져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중국과 일본은 1960년대부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오늘날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한-미 우주협력협정을 통해 우주탐사, 우주과학, 위성항법, 위성활용 분야 등 미국과의 협력 기반을 마련한 것은 사실이나, 협정만으로 중국과 일본의 우주기술을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되고 비약적인 표현입니다.
6. 한-미 우주협력협정에 따라 우리가 미국에 금전적 혹은 금전외적으로 지불해야될 대가는 ?
우주협력협정은 한-미 양국이 상호 필요에 의해, 공동의 목표가 있는 사업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즉 서로 각자의 역할에 따라 비용과 기술을 분담하는 것이므로 우리나라가 미국에 지불해야 할 대가는 전혀 없습니다.
달탐사를 예로 들면, 미국은 심우주통신, 우주항법, 한국의 지상국 개발 및 검증에 대한 협력을 지원하고, 우리는 미국에게 우리 달 탐사선의 일부 공간에 NASA 과학장비의 탑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협의 중에 있습니다.
7. 이번 협정은 우주개발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서로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이 조항은 우리측에 불리한 게 아닌가?
책임의 상호면제(Cross-waiver of liability)는 우주분야와 같이 기술적 위험이 매우 큰 분야의 협력을 위해 들어가는 특별한 개념으로서, 국제적 우주관련 협정 및 계약에 당연히 들어가는 조항입니다. 만약, 이러한 조항이 없다면 우주분야에서는 국제협력이 불가능하고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체결한 우주협력협정 및 미국이 체결한 모든 우주협력협정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상호주의로서 일방에 편향된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닌, 상호간에 형평하게 적용되는 법원리입니다.
참고) 상호책임면제 개념의 도입 이유
항공·우주분야는 고도로 위험한 행위이며, 한 국가 또는 한 기업이 제조를 위한 기술력과 경제력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큰 개발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인 만큼, 대개 일부 분야에 특화된 여러 업체 및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상호 협력해서 전체적인 최종물품을 만드는 것이 보통임.
이에 따라 많은 부품업체 기술자들이 최종조립업체(system integrator)에 또는 최종조립업체 회사직원들이 부품업체에 직접 파견 나가서 수요에 맞는 물품을 제조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는 경우가 대부분임.
이때 모든 책임을 일반 민사상의 책임구조로 적용할 경우 실제 사고로 인한 인명·재산 손상시 엄청난 수의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음.
이에 따라 복잡한 구조의 책임부담을 회피하고자 상호적으로 책임을 면제해주는 관행을 가지게 됨.
따라서 실제로 인명·재산 손실이 난 경우 파견국(파견회사)은 각자의 국민(직원)에 대해 각자 책임을 부담하고 상대국(상대회사)에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도록 하는 책임면제를 미리 약속함. 이를 ‘cross-waiver of liability’라고 칭함
https://www.kari.re.kr/cop/bbs/BBSMSTR_000000000111/selectBoardArticle.do?nttId=6223
"한미 우주협력의 제조적 틀 마련
우주 산업화에 의미 있는 한걸음
상호 신뢰 위에 기술력 확보해야"
조광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
한·미 우주협력협정이 지난 3일 발효됐다. 한·미 양국은 우주협력의 토대를 마련하고 다양한 우주협력을 추진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발효된 한·미 우주협력협정은 우주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우주과학, 지구관측, 우주탐사 등 양국 간 민간 우주협력 전반에 걸쳐 법적, 제도적 토대를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우주선진국이지만 그간 양국 간 우주협력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과거 미국은 국내 첫 다목적실용위성인 아리랑 1호의 개발과 발사를 지원했다. 하지만 양국 간 우주협력 비중은 러시아, 유럽 등과 비교해 적었다. 협력 범위도 국가 간 협력이라기보다는 관련 기관 간 약정을 통해 산발적으로 추진되거나 우주부품 등 산업적 협력 측면이 강했다. 이번 정부 간 협정체결과 발효를 통해 하나의 큰 틀 안에서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양국 간 우호적인 협력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달 탐사 분야의 협력이다. 한국은 지금 달 탐사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미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의 달 탐사선이 지구를 떠나 달로 향할 때 미국은 우리의 달 탐사선을 위한 지구와 달 간의 우주통신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달 탐사 협력을 시작으로 우주과학, 지구관측은 물론 화성, 소행성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양국 간 우주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협정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차원에서 미래 동반자적인 우주개발 협력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한국이 미국과 새로운 관계에서 우주협력협정을 체결·발효한 것은 짧은 역사에도 압축성장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우주개발국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략적 측면에서 보면 우주기술은 비확산체제의 엄격한 규율을 받고 있다. 그 때문에 엄중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한 국가 간 협력을 체결하는 게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번 한·미 우주협력협정은 우주분야의 상호 신뢰를 토대로 마련됐고, 미국은 사이버 보건 환경 등과 함께 우주 분야를 새로운 동반자 관계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우주개발에서의 국제협력이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주탐사 분야에서는 경제적인 측면이 크게 고려되고 있다. 우주탐사에는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모든 국가가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이유로 국제협력을 고려한다. 인류 영역의 확장과 자원탐사, 미래기술발전이라는 의미에서 선진국들은 우주탐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국제협력을 통한 비용분담을 꾀한다. 더욱이 최근 미국에서 불고 있는 성공한 기업가들의 우주분야 진출 러시와 우주 벤처의 도전적 우주개발 등 우주산업화 트렌드가 우주 협력을 필수불가결하게 하고 있다. 이제 우주개발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 간 우주협력은 물론 민간 차원의 국제협력이 진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협력의 근원은 기술력이다. 우리가 가진 기술력이 서로 도움이 될 때 국제협력이 가능해진다. 기술력이 없다면 그 어떤 협력도 성사될 수 없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미국과의 달 탐사 협력도 양국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기에 가능했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미국이 우리에게 공짜로 기술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서로 필요한 분야에 대한 기술적 협력이지 기술이전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제 우주협력이라는 새로운 뜀틀을 통해 한국은 우주기술력을 빠르게 도약시키고 우주선진국으로 올라서야 한다. 동시에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국가경제의 희망으로 성장하도록 우주개발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조광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6110649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