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를 한다면 중국의 파벌이 무엇인지 감이 오실텐데 그냥 단순히 말 그대로의 파벌 정도로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싶긴 하네요.
중국은 제후국을 두어 중앙과 지방이 분권적으로 통치되는 시스템입니다.
비록 중앙에서 지방 영주를 직접 파견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세습되게 하여 사실상 '왕'으로 삼는 분권화를 추구했죠.
따라서 지역의 영수는 단순한 군사적 계급을 갖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 왕입니다.
이를 군벌이라고 부르고 중국의 역사에서 수 천 년을 이어 왔습니다.
다만, 단일 일가나 단일 집단이 누대로 한 지역의 수장이 되는 구조는 아닌데 중앙의 힘이 미칠 때에는 지역간의 견제와 협력으로 반란을 막고 확실한 권리 보장을 통해 통치적 안정을 취하는 구조가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지역 군벌의 힘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중국의 공산주의나 법으로도 설명되지 못 하는 부분이 큽니다.
시진핑은 최근 무소불위의 권력을 위해 암묵적으로 존재하던 불문율까지 깨뜨리며 권력을 집중시켰는데요, 아무리 시진핑이 노력해도 군벌을 제대로 손 볼 수는 없어서 중국군은 하나의 군대가 아니라 각 군벌을 상호 견제하고 한 군구에 전력을 집중시키지 못 하도록 하여 어느 군구도 육해공이 다 갖춘 군대가 못 되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중국이 번창하고 망하는 데에 이 군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개인적으로 중국이 어떠한 상황에서 급변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미국과의 대립에서 분명히 중앙과 생각을 달리하는 지역이 나올 수 있고, 이 이견이 심해지면 다른 문제를 야기 시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한국군 내에 존재한다는 군 사조직은 그냥 별들 자기들끼리 해쳐 먹기 위한 일종의 파당이나 '라인'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관학교 출신자들 중 별을 달 수 있는 사람, 별을 달 수 있는 사람들 중 사단장 이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정치적 라인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죠.
따라서 서로를 밀고 당겨주는 '줄'이 필요하고 그것을 '파벌'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사실 12.12. 사태를 두고 부각 되었던 이른바 '하나회'같은 사조직이 군 내에서 구데타와 같은 정치적 사건을 조장할 수도 있지 않느냐며 두려워 하기도 했지만 어짜피 12.12. 사태 자체가 기존 정권이 만들어 놓은 법적 한계와 군부 강화에 의한 우발적 사태였고, 후에 법제적 개혁을 통해 그런 군 내부 발호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 나라 군 사조직이 큰 영향력을 갖는다고 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과중한 육군 편중에 의해 육군의 별들이 조직화 될 수 있었지만 군 개혁을 통해 별의 숫자를 대폭 줄여 군 고위급 장성들의 집단화 자체를 막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군 사조직은 그렇게 염려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