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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1일 금강산에서 관광객 박왕자 씨(53)를 쏜 북한 군인은 여성 해안포 부대 소속 열아홉 살 여군이었다.
입대 2년 차 초급병사였는데, 북한 병사의 7단계 계급 중 밑에서 두 번째인 신병이었다. 그는 잠복근무 중이던 오전 5시경 잠복지 인근에 접근한 박 씨에게 여러 발의 실탄을 발사했다.
북한군 잠복근무 수칙은 실탄 발사까지 4단계를 거친다. 먼저 “섯, 누구얏!” 하고 소리치고 서지 않으면 “안 서면 쏜다”고 경고한다.
불응하면 위치를 옮겨 사격자세를 취한 뒤 공포탄을 먼저 쏘고, 그래도 서지 않으면 실탄을 발사한다. 박 씨는 첫 단계에서 뒤돌아 뛰기 시작했는데, 신참 여군은 4단계까지 빠르게 진행한 뒤 두 발을 명중시켰다.
후방이라면 잠복근무 때 실탄을 휴대하지 않지만 금강산 인근 해안은 종종 이곳을 경유해 탈북하는 사람들이 있어 경계가 엄중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사건 이후 남북은 서로 상대에게 잘못이 있으니 사과하라며 기싸움을 벌였다. 남측은 이틀 뒤인 13일 관광지구 내 인원을 모두 철수시켰고, 금강산 관광은 그렇게 끝났다.
이후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는 많다. 당시 북한 대남일꾼들이 일을 수습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동안, 북한군 총정치국 간부부 표창과에선 여군을 어떻게 포상할지를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당시 중앙당에서 표창하라는 지시가 직접 내려왔던 것.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김정일이 직접 “여군이 규정대로 한 것은 상을 줄 일이다”라고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표창과에선 포상 수준을 놓고 영웅 칭호와 김일성 청년영예상, 일반훈장 등을 검토하다 결국 국기훈장 1급으로 결정했다.
민간인을 죽였으니 영웅 칭호는 과하지만 노동당의 지시이니 낮은 포상을 할 수도 없었다. 국기훈장 1급은 수십 종의 북한 훈장 중 네 번째에 해당하는 비교적 높은 레벨로, 열아홉 살짜리가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해당 여군은 이후 각급 부대로 순회강연도 했다. 이런 훈장을 받고 전군의 모범으로 강연까지 하면 대개 제대를 하지 못하고 군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서른 살이 됐을 이 여군은 지금쯤 대대장 정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에서 강원도 주둔 부대는 ‘알농(알짜 농민)’의 자식들만 간다고 알려졌다. 근무 환경이 제일 열악해 가난한 집 자식들만 간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대대장까지 진급했으면 ‘팔자를 고친 셈’이어서 다른 군인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2019년에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다면 제2의 한국 관광객 피살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 출처 주성하의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이말대로라면 북한측 보초에게 피살 책임을 지우는건 무리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