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전지가 비록 기존 납 축전지보단 에너지 밀도가 높긴 해도 여전히 충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실제 도산 안창호급 배치2에는 리튬 이온 축전지가 들어갈 예정입니다만 손원일급 대비 최고속도 발휘 시간이 2.5배 정도 증가하는 정도입니다. 물론 대단한 발전이긴 합니다. 적어도 자기 소나탐지 영역 안에 들어온 먹이를 쫓아가 타격할 능력은 갖춘 셈이니까요.(반대로 말하면 그 이전 함급은 입 앞에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각설하고 손원일급이 최대속도 항주시 1시간 정도면 배터리가 모두 방전되는 수순이므로, 안창호급 배치2 역시 최대 2.5시간 정도면 완전 방전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함형 자체가 고속항해에 최적화 되어 있지 않으며, 프로펠러 역시 PBCF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12~15노트 수준이 최적화 한계이니 어차피 실질적인 최대 전술속도는 대략 15노트 내외입니다. 이 정도라면 9~10시간 정도 항해가 가능합니다.
뭐 보는 관점에 따라 이게 대단해 보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거리로 계산해 보면 기껏 70~80킬로미터, 270킬로미터입니다. 즉, 연안에서 아웅다웅하는 수준으로 타국의 바다를 들락날락하며 능동적인 작전은 꿈도 못 꾸는 일입니다. 거기에 50%내외 충전잔량 유지한다는 가정에서라면 전술한 거리의 반 정도가 실질적인 타격 범위이자, 기동 범위입니다.
이 정도면 예를 들어 오사카만에서 도쿄만으로 기동한다 해도 15노트의 속력으론 무조건 가면서 1번, 오면서 1번 최소 1시간 충전을 해야 합니다. 제가 매번 댓글을 달아드린 바 있지만, 요즘은 옛날하고 달리 충전을 남의 바다에서 했다간 걸릴 확률이 미친 듯이 높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론 타국 바다로 들어가면 6~8노트 내외의 속도로 굼벵이 기어가듯 들고 나야 하는 사정은 하나도 변한 바 없단 소리죠. 15노트, 20노트로 속력 발휘하는 건 어디까지나 충전을 속 편하게 할 수 있는 제공권 우산 아래 해역에 한합니다.
즉, 항공력 우세가 담보된 기확보 해역에서 작전한다는 한계는 벗어날 수가 없는 겁니다.
< 이 물건 역할은 잠수함을 잡는 것 만이 아니라, 숨도 못 쉬게 바닷속에 처박아 넣는 것도 포함입니다. 특히 탄화수소 탐지장비등은 얼마 안 있어 광범위하게 퍼질 테고. 이 물건이 있는 한 주야 가리지 않고, 1시간을 충전하든 2시간을 충전하든 길고 짧고 소용 없이, 소음 말고도 멱살 잡힐 이유는 넘치고 넘칩니다.>
따라서 리튬 이온 전지를 채택했다고 해서 핵추진 잠수함이 할 수 있는 작전영역은 절대 침범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아측 해역에서 매복을 더 능동적으로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 뿐입니다. 이례적으로 호주해군이 택한 DCNS의 숏핀 바라쿠다가 있는데, 이 물건은 20노트로 5~6시간, 12노트의 속력으로 최대 24시간 잠항이 가능합니다.
이 정도라면 적의 항공초계 전력이 성기다는 전제 하에서 좀 능동적인 작전이 가능하지만. 바꿔 말하면 우리 앞 바다처럼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항공초계전력이 빽빽한 데선 이 물건조차 핵추진 잠수함을 대체할 수 없다는 소리도 됩니다.
고로 리튬 이온 전지를 채택해 잠항성능이 상당히 발달한 정도론 핵추진 잠수함 지위를 넘보긴 지극히 곤란하다라는게 제 결론입니다.
P.S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할 경우 소음 문제를 걱정하실 수 있는데. 어차피 우리 관련부처가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할 경우 참조할 롤모델은 프랑스 쉬프랑급이며. 이 물건의 추진계통은 자연대류형 동력로에 결합한 터보 일렉트릭 방식입니다. 그러니 특유의 기관소음은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남는 건 예전에 제가 남겨 드린 [잠수함 정숙도와 전술적 상관관계에 대해...(2)]를 참조하시면 되는데.
거기 짤방 보시면 8~10노트 대역까지 주로 영향을 끼치는 소음이 기계 소음입니다. 주로 전기추진을 채용한 디젤 잠수함들이 조용하다고 하는 주요한 이유입니다. 기계 소음이 없으니까.
그러나 그 이상 대역부턴 플로우 노이즈가 발생 소음을 주도하게 되며, 이를 위해 잠수함의 함형과 추진계통이 문제가 됩니다. 결국 15~20노트 대역 소음 줄이려면 함형을 다듬고, 추진계통에 의해 발생하는 와류소음을 다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손원일급은 그대로 잡아 늘려 뺀 도산 안창호급의 함형으론 12~15노트 이상부턴 이 플로우 노이즈가 증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 이상의 속도를 가지겠다면 호주해군이 채택한 20노트 이상 속도대역에 최적화된 함형을 갖춘 숏핀 바라쿠다처럼 새로운 함형을 채택해야 합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펌프젯 추진도 필수적이 됩니다. 케비테이션 소음과 플로우 노이즈 모두를 억제하는 수단이니 말이지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그걸 다 가진 쉬프랑급 재래동력 버전인 숏핀 바라쿠다 역시 [우리 인근 바다]라는 한계는 못 벗어납니다. 어차피 12~15노트로 달릴 경우 5~6시간에 한 번씩 1시간 정도 충전하는 건 마찬가지고. 그 1시간이면 덜미 잡혀 상투 잡힐 가망이 매우 높습니다. 우리 주변 바다는 말이지요.
이 문제가 좀 해결되려면 리튬이 아니라, 전고체 전지가 나와야 하는데. 리튬 이온 전지가 상용화 되어 잠수함에 적용되기까지 20년의 세월이 필요했음을 고려해보면 2040년 중반에서나 적용이 가능해질텐데. 그럼 핵추진 잠수함을 추진하는 게 가시적일까요? 2040년 중반 무렵을 바라보는 것이 가시적일까요?
아울러 전고체 전지가 적용된다 한들 대잠초계 자산이 우글거리는 해역을 수백킬로미터 돌파해야 한다는 환경은 전혀 변함 없으니 한계는 여전히 명확합니다. 전고체전지를 적용한들 적의 함대를 추적하며 최소 하루 2번은 스노클링 할 텐데, 이게 안 걸릴 가망이 존재나 하겠습니까?(어쩌다 한 두 번 기습이야 가능 하겠지만, 함대를 추적하거나 잠수함을 추적하는 임무는 불가능하다고 보면 좋습니다.)
물론 핵추진 잠수함이 가진 작전능력을 우리가 보유할 필요가 없다라고 한다면 전혀 고려할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는 문제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