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현대의 대포는 대부분 강철(Steel, 탄소 함유량이 2% 미만)을 사용하며 보통 실제 사용하는 것은 탄소함유량 0.X% 수준에 각종 다른 금속이 섞여 있는 합금강(Steel Alloy)을 사용함. 보통 이러한 강철을 파이프형태로 일단 뽑아낸 다음, 위 동영상처럼 뜨겁게 달궈서 바깥에서 두들겨서 길게 뽑아가며 모양을 잡아감. 당연히 금속의 조직 치밀도가 높아짐. 물론 최종 마무리는 절삭(즉 깎아냄)으로 마무리 하는 듯 하지만..
하지만 중세~근세시대에는 뭐 칼이나 창이면 모를까 큰 대포를 두들겨서 정확한 모양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했음. 그래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 주물임.
주물은 쉽게 말해 금속을 녹여서 거푸집에 부은 다음, 거푸집을 제거해서 금속 제품을 만드는 방식임. 비교적 복잡한 곡면 모양등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철을 이렇게 주물로 만들 때는 위에 말한 강철 대신 주철(cast iron, 탄소 함유량이 2% 이상)을 사용해야 함. 흔히 말하는 '무쇠'가 바로 이 주철임(반면 강철은 과거에는 뽕쇠라 불렀다는 듯)
주철은 일반적으로 강철보다 더 단단한 철이지만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음. 특정한 힘 이상을 받으면 파-킨-하고 깨져버린다는 것임. 이렇게 깨지는 성질을 보통 취성이라 하는데 주철은 취성이 큰 금속 소재중 하나임. 게다가 주물이라는 방식 자체의 단점도 있는데, 아무리 잘 관리를 해도 금속 안에 작은 기포가 갇힌채로 물건이 만들어진다는 점임. 이렇게 금속 내부의 작은 흠집들은 특정한 힘 이상을 받으면 그 부분에 응력(stress), 쉽게 말해 힘이 집중되어 더 쉽게 금속이 깨지는 문제점이 생김. 그래서 지금도 주물로 만든 금속제품 중에 큰 힘을 받는데 사용하는 것들은 X-ray를 비롯한 온갖 방법으로 내부 검사를 해야 함.
하지만 인류가 철 이전에 사용하던 청동은 비록 강도(버티는 힘) 자체는 약할 지언정 깨져 버리는 성질, 즉 취성이 덜함. 게다가 청동은 철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녹기 때문에 주물을 위해 금속을 녹이기도 쉬움. 그래서 대포를 만드는데 있어서 19세기 이전까지는 청동을 최고의 재료로 쳤음.
청동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님. 바로 쉽게 녹슬지 않는 다는 것. 물론 청동도 녹이 안스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철 제품은 관리를 소홀이 하면 강철이건 주철이건 조금만 관리 안하면 시뻘개지다 못해 원래의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이 슬어 망가지지만, 청동제품은 특유의 초록색 녹이 슬기는 해도 제품 자체가 망가질 정도로는 잘 슬지 않을 뿐더러 애당초 습기나 염분 등에 강한 면이 있음. 실제로 이런 특성 때문에 고고학 등에서는 철기 유물 보다 청동기 유물을 온전한 형태로 건지기 더 쉽다고 함. 심지어 청동기 유물은 바닷속에 가라 앉아 있던 것도 건져내면 원형은 거의 유지하는 편임.
청동은 위에 설명한대로 녹이기도 쉽고 그래서 뭐 이도저도 아니게 대포가 손상되면 그대로 녹여서 새 대포의 재료로 써먹을 수도 있었다는 듯.
그럼 청동기가 무조건 좋기만 하냐...하면 그건 아니라는 거. 바로 비싸다는 점임. 애당초 인류가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던 시점, 당시의 조악한 제련 기술 탓에 철기가 청동기에 비해서 금속으로서의 특성이 엄청 좋다거나 한것은 절대 아니었음. 하지만 철은 상대적으로 많이 구할 수 있는데 반하여 청동기는 구리 + 주석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두 금속 모두 수급 가능해야 하고, 결정적으로 지구 지표에는 이 두 금속이 철보다 귀한 편임. 즉 청동기에서 더 다루기 힘든(녹는 점이 더 높으니까) 철기로 넘어가는 계기가 철이 무조건 좋아서라기 보단 주변에서 구하기 쉬워서였다는 말도 있음. 이는 중세~근세를 넘어 현재도 매한가지인 이야기. 자료에 따라 다른데 비슷한 수준의 대포를 만들때 주철에 비해 청동은 가격이 4배 이상 나갔다 함.
그렇다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철을 어떻게든 이용해서 대포를 만들려는 시도는 여럿 있었다고 함. 일례로 영국이 주철 대포를 사용했는데,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쪽에서 나는 철에는 인(P) 함유량이 타 지역 보다 많아서 주철 대포가 깨지는 문제가 덜했다고 함. 하지만 그렇다고 주철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포신을 훨씬 두껍게 만들어야 했다고 함. 바꿔 말하면 훨씬 무거웠다는 이야기.
나중에 좀 더 기술이 발전하면 포신 바깥쪽은 주철로 만들고, 실제로 화약과 포탄에 의해 힘을 많이 받는 포신 안쪽, 포강 부분은 연철(탄소 함유량이 0.2% 미만인 철, 우리말로 시우쇠)을 끼워 넣기도 했다 함. 연철은 철 치고는 강도가 약해서 햄머로 두들기면 자국이 생길 정도지만, 대신 쉽게 깨지지 않기에 순간적으로 걸리는 강한 압력에 잘 버티는 특성이 있음. 반대로 주철 포신 바깥쪽에 강철이나 연철을 몇 개의 링 형태로 끼워 덧대는 식으로 보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함.
요약하자면
청동대포
- 쉽게 깨지지 않는다. 깨져도 갈라지거나 할 뿐 파편화 되지 않는다.
- 녹이 잘 슬지 않는다. 녹이 슬어도 포 자체가 많이 상하지 않는다.
- 청동은 철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녹기 때문에 주물 제작이 쉽다
- 여차하면 못쓰게 된 포도 녹여서 재활용하기 쉽다.
- 주철대포보다 비싸다.
주철대포
- 싸다.
- 일정 수준 힘을 잘못 받으면 파편처럼 깨져버린다.
- 녹이 잘 슬고, 오랜기간 방치하면 거의 못쓰게 되어버린다.
- 주철을 녹이는데 더 높은 온도가 필요하고 그래서 청동대비 주물 제작이 좀 더 어려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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