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F-15E게열을 도입할 예정이란 소식에 많은 분들이 F-35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군사적 혁신을 주도해 온 이스라엘이 한 선택이니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 걸까?란 생각을 가진 것 같습니다.
일단 관련 주제글에 관련 댓글을 단 적이 있는데, 구구절절 이유는 많은데, 결론적으론 이스라엘에겐 이스라엘의 사정이 있으니 F-15E계열 도입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바침 하는 몇 가지를 거론해 보자면.
이스라엘이 한 건 올린 오시라크 원전 타격 작전입니다. 이로 인해 이라크의 핵개발 능력이 한참 후퇴하고, 결국엔 아시다시피 지금 그 결론이 나온 상황입니다. 이스라엘은 주변 중동 국가들이 핵무장을 하는 데 있어 국가존망의 위기를 느끼는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따라서 이스라엘군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목표는 주변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전략적 타격능력을 가지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것입니다.
장거리 탄도탄 개발을 막을 수 없는 이상, 이스라엘군은 가장 대표적인 타격 수단인 핵폭탄 개발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곧 전략적 목표인 셈입니다. 그런 이유로 81년 오시라크 원전을 타격한 바 있으며, 2007년 10월엔 시리아가 보유한 플로토늄 생산용 원자로를 공중 폭격해 제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모사드는 이란에서 암약하며 공식, 비공식적인 각종 공작을 성공시킨 바 있습니다.
자,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스라엘이 바라보는 가장 위협적인 적국이 누구인지는 말 안 해도 아시겠지요?
바로 이란입니다.
자, 오시라크 타격 작전 당시 이스라엘 공군이 출격한 에일라트 기지에서 이란이 가진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까지 거리는 약 1500Km입니다. 시아파 정권으로 인해 신뢰할 수 없는 이라크 국경을 우회하고, 이란 타격에 대해 이스라엘게조차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 확실한 사우디 아라비아, 쿠웨이트를 감안하면, 예전보다 환경 자체는 개선되었으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자력 발전소를 타격하려면 여전히 여건이 어렵습니다.
즉, 공중급유기를 동원하더라도 F-16I 수파는 어려운 거리죠. 물론 F-35가 날아가면 되지 않는가?라면 물론 작전이 가능하긴 합니다. 다만 문제가 하나 더 있지요.
오시라크 원전은 2000파운드 폭탄에 파괴되었으나, 그 후에 지어진 이란의 원전이 2000파운드 폭탄에 붕괴가 되겠는가?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이건 모사드가 빼돌린 정보를 통해 이스라엘도 인지한 바 있으며. 간단히 말해 2000파운드 폭탄이나 BLU-109같은 관통탄으로도 파괴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은 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현재 이스라엘이 이란의 각종 핵시설을 유효하게 타격할 수 있는 무장은 GBU-28 뿐입니다.
그러니 좀 더 무거운 무장을 좀 더 장거리로 정밀하게 운반할 수 있는 타격기체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 5000파운드 짜리 GBU-28 벙커버스터를 달고 1500Km이상을 날아 최소한의 지원으로 날아갈 전력은 딱 하나 뿐이죠?
그런데 이 F-15I 수량은 25기입니다. 이스라엘이라면 간도 쓸개도 빼줄 것 같은 미국이 유일하게 수량을 묶어 놓은 물건이 바로 스트라이크 이글입니다. 이스라엘이 펼칠 예방적 자위권, 그 힘과 영향력, 그에 따른 파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가장 전략적 타격전력을 묶어 버린 겁니다.
이런 미국의 의도에 수량이 부족한 F-15I를 보조하기 위해 여타의 성능 감소를 감수하고 항속거리를 늘린 기체가 바로 F-16I입니다. 그런데 이란 상대로는 이 F-16I가 상정한 위력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스라엘 입장에선 모로 가든 도로 가든 일단 이란에게 헤비 블로우 한 방을 먹이려면 가장 필요한 물건이 바로 F-15E계열 전략타격기체입니다.
(아울러 이스라엘군은 장거리 정밀 타격보단 직접 타격을 선호하는데, 이는 판정 타격과 사후 판정에 따른 제 2격을 바로 하는 등의 작전 싸이클을 신속화 할 수 있고, 작전의 성공확률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러하니 정치적, 외교적 리스크가 큰 탄도탄이나 순항미사일을 사용하기 보단 항공기에 의한 직접 타격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하나 더.
이스라엘은 자국산 전투기 개발과 제작을 포기한 국가입니다.
그 대신 군용 항공기에 들어가는 각종 무장과 전자기기(애비오닉스)를 개발해 부착하는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실제로 이스라엘 공군 F-15과 F-16들은 전자장비 50%이상이 이스라엘제 제품으로 채워진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거의 건드리질 못하는 F-35 가지고는 이스라엘 방산기업들의 먹거를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수출만으론 먹고 살 수가 없고, 이스라엘 자국이 상당한 정도의 지원을 해줘야 하는 입장에서 손도 대지 못하는 완결형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한다면 이스라엘 항공방산은 꽤 입지가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이스라엘이 5세대 전투기 F-35의 개발에 소외되어 그 기술에 손을 댈 수 없었던 바. 5세대 애비오닉스와 기술이 가미 된 F-15X를 도입한다면 기존 건드릴 수 없던 미국의 최신예 기술을 손 댈 수 있고, 일부는 입수할 수 있으며, 미국이 만들어놓은 기술적 조류에 올라탈 수 있으며, 여기에 이스라엘 방산업체들 또한 2000년대 중반이후 정체된 기술적 장벽을 타개할 수 있습니다.(이스라엘조차도 미국산 병기를 수입하고, 그걸 개조하거나 개량하는데 미국 업체들을 끌어들여 공동개발등을 하며 기술개발을 해왔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F-35세대에 이르러서 그 루트가 끊어진 것은 꽤 치명타입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입장에선 위의 전략적 수요. 그리고 방산 기업들의 먹거리 확보 및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F-15X도입은 필요한 상황입니다. 거기에 어차피 이스라엘은 한 해 평균 38~40억 달러의 미국발 군사원조를 받고 있는 상황이니 아무래도 좀 더 선택이 가벼운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F-15K의 능력에 의문을 두거나, F-35의 능력에 의문을 품을 필요는 없다고 볼 것입니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이런 움직임인데, 우린 뭐하냐? 하면.
우린 KFX하지 않습니까? 이스라엘은 자국산 전투기 개발과 생산을 포기한 국가입니다. 그런데 우린 자국산 전투기 개발과 생산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고, 공군 역시 명운을 걸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스라엘과 우린 처지가 다르다는 것이지요.
특히 이스라엘이 25기로 목이 묶인 데 반해, 우린 F-15K를 59기. 총 3개 대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스라엘은 최근 10기 도입한 F-15D와 묶어 기종 전환 및 훈련을 F-15D로 하는 편법까지 동원해 25기를 2개 대대로 편제하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한국군은 적어도 이스라엘보단 충분한 장거리 직접 타격 전력을 보유했을 뿐더러. 아울러 GBU-28과 비등한 관통능력을 가진 타우러스를 보유함으로서 충분한 요새타격능력과 장거리 타격능력을 동시에 보유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사정이니 우린 오히려 더 많은 F-35를 도입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도입해야 하는 입장입니다.(이스라엘 규모 공군도 F-35I를 50기, 그리고 그 이상 수량을 도입하려는 마당이니 역으로 외려 F-35의 중요성을 이스라엘 당국이 전혀 무시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입니다.)
뭐, 그렇다고요.
P.S
F-15K가 후진가? F-35가 후진가?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무기체계만 볼 게 아니라, 넓게 보면 그런 사정이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