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전술기 단위 전자전 글을 올린 기억이 나는데, 큰 반응은 없더군요.
그래서 그냥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시리아 관련해서 방공망과 전자전에 대한 게시글들이 늘어나다 보니 그럼 기초적인 지식은 알고 보는 게 더 이해하기 편하겠구나 싶어 이번 글을 써봅니다.
http://www.gasengi.com/main/board.php?bo_table=military&wr_id=244148
우선 대략적인 전자전 기법이나 전술기가 미사일등을 회피하는 기초에 대해 쓴 글이니 참조하실 분은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기초적인 글이라 어지간한 건 다 생략하고, 기본적인 것만 쓸 것이기 때문에 더 자세하게 파실 분은 링크를 참조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자, 일단 전자전은 크게 소음 방식과 기만 방식으로 나뉩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소음 방식은 첩첩 산중엔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 소리까지 확연하게 들리지요? 모르긴 몰라도 수십미터 떨어진 납엽이 위치한 방향이나 거리까지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축구장이나 야구장 같이 만원 관중이 고함을 질러대는 장소에선 내 손에 든 맥주잔 속 맥주 거품 터지는 소리는 결코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전자전에 있어 소음방식. 그러니까 노이즈 재밍도 같은 원리입니다.
상대방 레이더가 송신하는 주파수 대역과 동일한 대역의 소음 신호를 레이더에게 쏴버리면 아마 귀가 먹거나, 뭐가 뭔지 구분하지 못 할 것입니다. 이게 가장 기본적인 노이즈 재밍 기법인 베러지 재밍입니다. 마치 포병 화망 처럼 넓은 주파수 대역은 소음으로 덮어 버리지요.
이 베러지 재밍은 가장 기본적인 방식인 만큼 구현하기도 쉽고, 효과도 직접적이지만. 약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너른 대역 전체에 소음을 만들다 보니 각각의 주파수 대역에 배분하는 출력은 작을 수 밖에 없고. 당하는 레이더는 소음보다 더 강력한 출력으로 빔을 방사하면 수월하게 이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혹은 레이더가 높은 안테나 이득을 가진 상태라면 출력을 올리지 않아도 극복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안테나 이득은 곧 높은 지향성을 가진 빔을 형성할 수 있는 안테나를 뜻하고, 대표적으로 파라볼라, 카세그레인 안테나등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단일 안테나 경우에 한정하지요. 끝판왕은 아시다시피 위상배열 레이더입니다. 3세대 전투기 팬텀엔 카세그레인 안테나가 4세대 전투기 F-15엔 플라나 어레이. 5세대인 F-22엔 아시다시피 ESA가 달려 있지요.
자, 그렇다면. 고출력, 고이득 안테나가 보편화되면 베러지 재밍은 가치가 급감합니다.
방안이 있다면 재머의 출력을 더 올리면 되는데, 이건 한계가 많은 방법입니다.
그래서 상대방 레이더가 사용하는 협대역에만 노이즈 신호를 주는 스팟 재밍이 나옵니다. 어차피 상대방은 듣지도 못할 소음을 지르느라 기운 뺄 것 없이 상대방이 듣는 신호에만 노이즈를 깔자라는 방식입니다. 사람한테 백날 천날 돌고래 초음파 질러봐야 어차피 듣지도 못하니 그 기운을 듣는 대역에 집중하자는 원리입니다.
이를 파훼하자면, 당연히 레이더도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을 변경하면 됩니다.
상대방 레이더가 주파수를 바꾸면 그 바꾼 주파수를 신속하게 따라잡아 복사해 붙여주면 됩니다. 그게 스윕 스팟 재밍입니다. 적 레이더의 주파수 도약을 신속하게 따라잡는 다면 재밍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재밍이 되지 않겠지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상대방 레이더의 주파수 도약을 따라잡거나, 그 패턴을 해석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가장 효율이 구린 맨 위 베러지 재밍이라도 해야 합니다.
이래서 평소에 전자신호 수집기들이 주변국 레이더 신호를 뼈가 빠지게 수집합니다. 다종 다양한 신호를 수집해 저장해 백과사전처럼 메모리에 저장해 두고서 자동적으로 이런 재밍을 가하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주변국 레이더들이 불러대는 노래를 음정, 박자 잘 들어두고, 미친 듯이 모창 연습을 해두다가, 결정적일 때 더 큰 소리로 모창을 한다,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평시와 전시 레이더들의 방사 패턴은 당연히 다를 것입니다. 음정, 박자를 묘하게 비트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럼 그 구멍난 부분을 메우는 것이 바로 상대방 신호를 수집해 곧바로 따라 가는 겁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DRFM(디지털 고주파 메모리)입니다. 기억하는 머리가 좋아야 따라할 수 있으니 말이죠.
통상적인 스텐드 오프 전자전기가 뿜어대는 노이즈 재밍 기법은 대개 이런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런 노이즈 재밍은 소음의 크기로 반사 신호를 덮어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반사 신호의 세기가 노이즈 신호의 세기보다 강해지면 레이더에게 별 문제 없이 포착이 됩니다. 이 걸 바로 번 쓰루라고 합니다. 자욱하게 낀 안개를 태워 버려 관통한다는 뜻인데, 이 번 쓰루 효과가 발현되는 거리는 타겟 반사 신호 세기가 노이즈 신호보다 세면 됩니다.
그 말을 풀면, 노이즈 신호 세기는 항상 일정하다는 전제를 할 경우. 레이더 신호가 강해지거나, 반사 신호가 더 세지면 레이더는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니 똑같은 노이즈 재밍을 해도 RCS가 크면 클수록 더 멀리서 포착된다는 뜻이 되겠지요.
따라서 전자전기를 대동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스텔스기가 훨씬 더 효율이 높다는 뜻이 됩니다. 워낙 대출력 레이더라 일반적인 비스텔스 전투기로는 포착될 수 밖에 없지만, 스텔스 전투기는 침투가 가능할 테니까요. 그러니 전자전기 있으면 비스텔스라도 나름 효율은 있을지 몰라도, 사실은 스텔스 전투기가 훨씬 더 높은 버프 이득을 얻으니 같은 돈이면 최대한 RCS가 작은 전투기를 운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라는 것입니다.
이외 디셉션 재밍이 존재합니다.
노이즈 재밍은 말 그대로 출력이 강력한 지상 레이더를 소음으로 덮어 버리는 기법이니 마찬가지로 출력이 강력한 재머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소형인 항공기에 이런 재머를 장착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므로 출력이 아닌 기만을 사용하는 디셉션 재머를 주로 장착해 대응합니다.
보통 거리와 방위, 속도등을 기만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며. 이의 설명에는 주파수와 편파, PRF와 PRT, DUTY등의 개념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걸 설명하자면 레이더와 전파공학에 관해 어느 정도 기초를 넘어 응용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 글은 기초다 보니 주제에 맞지 않은 것 같아 생략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도 기초만 아셔도 현대 전자전의 대략적인 개요는 이해하고 계신다 생각하셔도 될 것이고. 최근의 여러 뉴스나 전문가들이 하는 소릴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만 글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