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P-8A도 그렇고 이번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추가 도입 사건에서 E737을 지지하는 이유도 그렇고 제가 유독 미국제 병기에 긍정적인 게시글을 여럿 쓴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유독 이런 미국제 병기 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경쟁 기종들에게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비판했거나 비판할 두 모델 모두 공통적으로 비즈니스 항공기를 개조했는데요. 하필 제가 가장 크게 바라보는 약점이 바로 비즈니스 항공기 개조모델이란 점입니다. 실제로도 이전 P-8A와 경쟁했던 글로벌 6000기반 초계기를 비판한 적이 있었지요.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글로벌아이를 제가 좀 부정적으로 봅니다.
사브사는 글로벌아이를 두고 공중과 해상, 육지를 모두 탐지할 수 있는 항공기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높은 작전고도와 11시간이라는 긴 작전시간을 강조하고 있지요. 우선 E737의 작전고도가 최대 4만 피트 수준인데 비해 글로벌아이의 모기는 5.1만 피트 운용고도를 가지고 있어 월등한 우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탐지 기체의 작전 고도는 상당히 중요한 편인데, 이는 가시 범위와 밀접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중조기경보 통제기의 경우 주된 목적이 항공기의 탐지와 관제인지라 MPA나 전자정찰기등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좀 중요도가 떨어지긴 합니다.
예로 고도 10미터 저공 침투 전술기를 4만 피트 고도에서라면 약 400Km에서 탐지하지만, 5만 피트 고도라면 450Km정도에서 탐지하게 됩니다. 여기에 마찬 가지 이유로 지상에서 발신되는 각종 신호정보 역시 같은 원리로 수신 되겠지요? ESM장비의 수신범위 역시 고도가 높은 편이 좋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SIGINT정찰기들은 주로 비즈니스 젯을 개조합니다.(순항미사일이나 UAV 탐지를 꼽을 수도 있는데, 이 물건들 RCS가 워낙 작아서 이건 고도보단 거리가 더 큰 변수가 됩니다.)
그런데...
예전 해상초계기 사업에서 언급했지만, 비즈니스 젯은 기본적으로 소수의 사람을 최대한 안락하게, 빠르고 멀리 태워주는 것이 중요한 항공기입니다. 우선 글로벌 6000의 공허중량을 보면 5.1만파운드입니다. 최대이륙중량은 98,500파운드, 최대탑재시 연료의 중량은 4.5만 파운드. 따라서 연료를 최대로 탑재할 경우 추가 탑재 가능한 중량은 2400파운드 정도입니다.
이건 소수의 탑승객과 이들의 수화물 정도를 생각해보면 충분한 중량입니다. 그리고 사브가 자랑하는 11시간이란 작전시간은 결국 이걸 기준으로 하는 성능이지요. 승무원 4인과 승객 8인을 가정할 경우 최적 순항속도(마하 0.85)로 비행할 시 12시간 30분을 날 수 있는데, 작전 포인트까지 오가는데 필요한 시간 1시간 30분을 제외하면 작전 시간 11시간 정도가 나오지요.
그런데 그게 과연 그렇게 되겠느냐?가 문제죠.
자, 글로벌 6000을 기반으로 한 사브의 두 모델. 하나는 MPA인 소드피쉬, 하나는 글로벌 아이입니다.
우선 소드피쉬와 달리 글로벌아이는 에이라이 ER이란 거대한 항력덩어리를 등에 엎고 있고, 소드피쉬에 통합된 시스프레이 7500E를 탑재할 레이돔과 EO/IRST포드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료를 만재 할 경우 고작 1톤 정도의 페이로드를 가진 기체에 저것들을 다 쑤셔 넣고 11시간 날 가능성이 있기나 할까요? 일단 PS-890 에리아이 레이더의 중량은 2000파운드 정도였습니다. 이보다 크기가 커진 ER모델은 더 무겁겠지요. 여기에 해상감시 레이더 역시 110Kg의 중량을 가집니다. 또 자체 방어 슈트와 ESM장비. 여기에 시스프레이보다 커다란 레이더에 전력을 공급해야 하니 추가적인 발전기도 피팅해야 합니다.(보잉 737-800의 전력발생량이 결코 적은 편이 아님에도 P-8A는 추가적인 제너레이터를 피팅해야 했었죠. 이건 E737도 마찬가집니다.)
여기에 통제 콘솔, 각 전자장비를 연결하기 위한 수많은 케이블들.
여타 다른 요소 빼고 중량을 알고 있는 레이더 2개 중량만 해도 2200파운드 정도입니다. 사람 안 태우고, 임무장비, 콘솔 다 빼먹어도 이걸로 페이로드 벌써 다 까먹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하지만 연료탑재량이 줄어들 것이고, 중량이 늘어나면 항공기 항속거리는 자연히 줄어듭니다.
당장 이걸로 11시간이라는 작전시간은 달성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여기에 글로벌 6000의 운용고도 역시 최적일 때 가능한 것으로 MTOW(최대이륙중량)시 실질 최대 고도가 4.1만 피트입니다. 연료를 태워 항공기 중량이 줄어들며 자연히 최대 비행 고도가 올라가는 셈입니다.
이러니 이점이 될 작전 고도 역시 언제나 항상 가지는 이점은 아닐 뿐더러. 여기에 엔진에 제너레이터가 피팅 되면 엔진 출력 상당 부분에 출혈이 일어나므로 순항속도와 비행 고도 역시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은 P-8A와 경합하던 소드피쉬에서도 일어나는 문제였고.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젯에 이런 짓을 했던 보잉도 잘 알고 있는 부분입니다. 당연히 임무 고도 높고, 속도 빠르던 비즈니스 젯에 임무장비를 덕지 덕지 붙이면 어떻게 되는지. 과적과 용적 부족에 시달리던 금강, 백두 정찰기를 운용하던 우리나라도 잘 아는 사실이죠.
비즈니스 젯은 애초 상정된 페이로드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이렇든 저렇든 비행 성능 하락폭이 상당히 심합니다. 그 말은 신호정찰, 광학정찰등 임무장비 종류가 단일 목적으로 간단하고 장비 중량이 단촐한 상황에선 본연의 장점이 드러나지만. 필연적으로 항공기에 장비될 수 있는 가장 복잡하고 무거운 임무장비 탑재가 강요되는 MPA나 AEW라면 당연히 여러 모로 한계를 가지게 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제가 볼땐 글로벌 6000기반 글로벌 아이가 E737대비 큰 성능적 우위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4기를 도입해도 국외정비에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데, 2기를 도입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너무나 빤해서 그것도 걱정이 되고요.(스웨덴은 달라, 달라~라고 하실까 봐 첨언하는데, 스웨덴제 아처 대포병 레이더도 국외정비 및 가동률 문제로 PBL을 할 정도로 사정 안 좋긴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렇다면 기존 피스아이를 추가 도입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게 낫고. 영국 역시 사실상 자국산 조기경보통제기로 웻지테일을 도입하는 것이 확실한 이상 미국제 E-3를 제외하면 서방권 최대 세력을 자랑하는 E737계열을 도입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란 생각이 듭니다.
글로벌 아이를 도입한 들 스웨덴 쩐 사정이야 뻔한 거고.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등 주로 주머니 가벼운 국가들에게 주로 판매될 테니, 향후 성능개량을 누가 주도해서 해야 할 지도 빤하지요. 반면 이미 총대 메고 개량 사업에 나선 호주에 이어 영국까지 들러 붙게 되면 우리 나라는 두 나라 따라 상대적으로 적은 리스크를 감내하고, 최대의 리턴을 바라 볼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도 E737이 추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왜 제가 피스아이 추가 도입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사브의 글로벌아이에 비관적인지를 밝혀 볼까해서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