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참 성장을 급하게 했습니다.
우리 군대도 마찬가지인 것이 한국전쟁이 휴전되고 철수하는 미군 머릿수 채워 주려고 총만 들려서 40만 만든 것이 국군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월남전 참전해서 군 현대화가 이뤄지고 나아가 자주 국방의 시초를 닦았죠.
90년대와 2000년대에 들면서 많은 군사 장비를 국산화하였고, 병력보다 장비, 사병들도 요원화, 정예화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군처럼 군 효율 증대를 위해 모든 사병의 전투병화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80년대에 군부 독재가 심화되고 군이 정권의 영향을 받으면서 친위대 느낌으로 특정 군이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80년대 군대 분위기가 군의 전문성을 따지기 보다는 얼마나 많이 맞고 얼마나 잠을 안 자며 얼마나 빡세게 뛰고 구르는가가 군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이 됐던 시대였죠.
게다가 군부 독재 시절이라 마치 북한의 김정일 시대처럼 선군 정치 비슷하게 군대에서 휴가 나온 사람들이 사회에서 행패를 부려도 군에 넘기는 분위기였고, 군 내에서도 특별히 처벌하지 않던 분위기라 휴가 나와서 행패를 부려서 타군과 '맞짱'을 떠서 이기면 '전설'이 되던 시대도 그 때였던 것 같습니다.
술먹다가 시비가 붙거나 군대에서 빡센 경험 때문에 객기를 부려서 아무도 못 막고 아무도 어찌할 수 없던 그 시절 타군과 붙을 것인가 저 군대를 피할 것인가가 무슨 서열처럼 인식되던 시절이었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특전사와 해병대의 대결 구도도 그 때였습니다.
사실 지금 입장에서 전문성이나 훈련 수준에 비춰 봤을 때 일반 해병대 사병이랑 특전사 간부랑은 비교가 안 되지만, 당시 특전사는 육군의 공정부대나 특공부대 출신들을 차출한 것도 있었고, 당시에는 사병들도 있어서, 그리고 장비보다는 훈련 위주였던 시절이라 공수 훈련에 천리행군 등으로 대표되는 빡센 훈련을 받던 부대들이라 맞수처럼 보였던 시대가 그때였으니 그런 구도가 성립됐던 것 같습니다.
전설처럼 서로 패 싸움을 붙었는데 경찰서에 잡혀가서 으르렁 대다가 각군 헌병대가 와서 '모셔'갈 때 군기 교육의 정도가 덜 맞았거나 더 팼어야 감량 된다던 시절이었고, 지금도 그 때 그런 부대들을 나온 어르신들은 그 때를 추억하며 자기가 늘 이겼노라라고 안주삼아 이야기들 합니다.
우리의 이런 정서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직도 특수부대는 그냥 빡센부대를 의미한다고 착각합니다.
이제는 그 패러다임이 바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네요.
행군도 이제는 없앤다는 군대죠. 그만큼 풀렸다가 아니라 그만큼 전문화됐다고 봐야겠습니다.
첨단 무기의 시대지만 아직도 전문화되고 특화된 경보병 부대는 필요하지만 그게 전 군은 아닐 것입니다.
육군 전방 사단 나온 분들 중에 안 힘들었던 분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병 출신분들이 타군은 모르기 때문에 자기만 힘들었다고 생각하고 타군이 뭐라고 하면 그것은 '구라'라며 외면하기 일쑤죠.
그러다보니 군대 이야기는 끝이 없는 것인데 물론 그 또한 매력은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술자리에서 정도죠.
하지만 그 이야기를 그 밖으로 끄집어 내는 순간 요즘말로 '꼰대'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군은 발전하고 있고, 좀더 전문화되고 있으며 군인들에 대한 대우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군 출신자로서, 모군을 응원하고 지지하며 후배들을 믿고 의지하며 사회생활 잘 하는 것이 또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한 때 제가 나온 군대를 추켜세우며 어디서 타군 출신이 깝쭉대냐며 비아냥거렸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확실히 그런 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반성하며 후배들을 응원하고 우리 군 발전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