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비전 2045’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 해군 역시 F-35B급 함재기를 운용할 수 있는 다목적·다임무 차기 상륙함 등을 확보한다는 문구다. 해군은 2005년 7월 1만4500t급 수송함 독도함(LPH-6111)을 배치한 데 이어 독도급 2번함인 1만4500t급 마라도함(LPH-6112)을 2018년 5월 진수했다. 마라도함은 독도함과 같은 배수량 1만4000t급으로 길이 199m, 폭 31m, 최대속력은 23노트다. 상륙전 병력 1000여명과 장갑차, 차량 등을 수송할 수 있고, 헬기와 공기부양정 2대 등을 탑재할 수 있다.
독도급 3번함인 백령도함(가칭)은 원래 노무현 정부 때 건조 계획이 잡혔다. 해군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는 주변국과의 해양 분쟁에서 미군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싸울 수 있는 해군을 건설하려 했다”며 “이에 따라 독도급 3척 건조를 결정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상대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하면서 독도급 3번함 건조 계획을 취소시켰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3번함 건조사업이 기사회생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이 독도급 대형수송함 건조에 강한 뜻을 내비침에 따라 3번함 건조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현 정부에서 3번함 건조사업에 대한 검토는 지난해 3월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대형수송함의 함명을 동해(독도)·남해(마라도)·서해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 이름으로 붙이기로 했기 때문에 3번함 이름은 백령도함이 유력하다. 이 3번함 사업은 방위사업청 ‘선행연구’를 거쳐 한진중공업에서 ‘개념연구’ 단계에 있다.
한국도 2025년 경항모 보유국 목표
대형수송함은 해병대 상륙작전뿐만 아니라 재해·재난 구조작전 지휘, 재외국민 철수, 국제 평화유지활동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일본의 예에서 보듯 해외에선 경항공모함으로 분류되는데 2000년대 들어 세계 각국에서 인기리에 건조되고 있다. 다목적 헬리콥터와 상륙전력을 탑재하는 강습상륙함 용도도 겸한 다목적함이다.
만약 우리가 F35-B를 도입한다면 독도급 3번함인 백령도함에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수송함’으로 불리는 기존의 독도 1·2번함에 비해 공식 명칭이 ‘다목적 수송함’인 백령도함은 당초 2만t에서 3만t 수준으로 몸집이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독도급은 F-35B와 같은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3번함은 1·2번함과 달리 F-35B 운용 능력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전투기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활주로 갑판을 기존 독도함보다 더 두껍고 강도가 높은 철판으로 보강하고, 전투기를 따로 넣을 수 있는 이중구조 갑판을 채택할 수 있다”고 했다. 독도함 1·2번함은 전차나 장갑차와 전투기를 한 층에 동시에 넣도록 돼 있어 전투기를 보관할 격납공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전차 격납공간 위에 갑판을 한 층 더 올려 전투기 격납고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격납공간이 확보되면 3번함에는 F-35B 12대를 탑재할 수 있다. 최근 해병대 창설 7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한 미 해병대 고위인사도 독도급 3번함을 건조해 수직이착륙기를 운용하는 방안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승범 디펜스타임스 편집장은 “항모에서 함재기를 유지·운영한다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친 운용 노하우를 습득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항모에서 수없이 함재기를 띄워가며 전쟁을 치렀던 일본과 우리의 처지는 엄연히 다르다. 마린온이나 오스프리 등 회전익 항공기(헬기)의 운용 노하우부터 착실하게 쌓아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라도 상륙함에는 해병대원들을 태울 수리온 상륙기동헬기가 탑재된다.
미국 역시 한국에 F-35B를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40대가 도입될 F-35A 전투기에 더해 F-35B 전투기의 추가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차기전투기(FX) 4차 사업에 해당하는 F-35A 20대 이외에 F-35B 20대도 추가로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 역시 20대 안팎에서 차기전투기를 추가 구매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독도급 3번함 건조에 공을 들이고 있는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도 F-35B 20대 도입을 위해 방위사업청을 비롯한 관련 부처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2023년 무렵 이즈모급 경항모에 F-35B를 탑재할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 해군도 2023년 무렵 F-35B를 추가로 발주해 2025년 F-35B를 실은 경항모 보유국 대열에 들어서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