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도 베인티싱코 데 마요라는 항모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영국항모전단을 요격하기로 한 순양함 헤네랄 벨그라노가 영국의 핵잠 콩커러에게 격침당하자, 그 잘 난 아르헨티나 항모 베인티싱코 데 마요는 영국함대와 싸우기는 커녕 격침을 우려해 항구에 쳐박혀서 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됩니다.
아르헨도 209급 잠수함 있었어요. 영국 항모전단에 치명타를 날릴뻔하기도 했고요.
가장 중요한 역할인 자국항모의 운용을 위한 대잠초계를 못해서 그렇지.
대잠능력이 무슨 최신예 소나 장착한 배 몇척 띄운다고 생기는 게 아닙니다.
해당 해역을 접한 국가의 해양과학과 기술과 정확히 정비례 하는게 그 나라의 대잠운용능력입니다.
해당해역의 해저지형 해류 생태 온도특성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제 겨우 주변해역을 탐사하기 시작한 우리나라가 원해에서 대잠초계를 해요?
대잠초계라면 항모전단보다 훨씬 더 앞서 나가서 해당해역을 청소하고 수색 감시해야 하는데, 항모전단의 대잠초계가 원잠 없이 가능한 일입니까? 느려터진 통상동력 잠수함으로 가능한게 아닙니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주변국 상황만 보면 항모전단을 꾸릴 수가 없어요. 항모전단을 가져야 되는 이유가 있다면 주변국이 아닌 다른 상황에나 소용이 있고, 필요가 있는 겁니다. 그러니 만일 강습양륙모함 정도가 아니라, 이탈리아 해군의 카보우르급 같은 소용을 얘기한다고 하면 그에 걸맞는 용처를 밝히는 것이 선행되어야만 할 겁니다.
미국 보조전력으로 여기저기 들러리를 선다던가 하는 행위 말입니다.
(사실 그 외엔 별로 유효하지 않습니다. 호주해군도 캔버라급에 F-35B를 6~10여기 올려두고 사용하려고 연구를 해 봤는데, 중, 러, 일등을 상정하니 효율이 영 좋지 않다란 결론을 내린 바도 있고요.)
[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 A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는 지난 2014년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캔버라급에 탑재 가능한 F-35B는 10대 정도에 불과하며,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 이러한 경항모를 운용할 필요가 없다
이 보고서에는 북한은 물론 중국과 일본의 항모전단과 수상함 전단, 지상발진 항공기와 미사일 전력 등에 대한 위협 분석을 실시한 뒤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 작전능력을 일일 소티 생성률, 항공기 요격 능력, 동시 대함 공격 능력, 일일 대지 타격 능력 등으로 구분해 이를 일일 작전요구 충족률로 정리했다.
일일 소티 생성률과 항공기 요격 능력은 요구치의 18%, 대함 공격능력은 요구치의 9%에 불과했다. 즉, 중국이나 일본의 함대와 교전하기 위해서 최소 100의 작전능력이 요구될 때, 이 경항공모함의 능력 충족률은 18% 수준에 불과해 주변국 함대와의 전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
독도함보다 50%가량 더 큰, 그러니까 언론에서 밝힌 차기 강습양륙함이자 경항모가 될 그 물건과 크기가 엇비슷한 캔버라급을 상정하고 최소한의 필요 작전능력을 도출해낸 결과 효율성이 하나도 없다란 결론이 나온 바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해병대 상륙시에 해군이 직접 고정익 항공기를 이용해 공군이 긁어주지 못하는 부분을 스스로 해결하겠다라거나, 우리 주변이 아닌 정말 작고 연약한 나라들이 모인 곳에서 미국 따라 보조전력이자 동맹국 행세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유효성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뜻입니다.
호주해군이 2014년에 이런 결론을 내린 바 있는데, 왜 높으신 분들이 무슨 생각이 있겠지, 독도니 이어도니 함대전에 소용이 있다느니 하는 소리가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최소 작전요구능력의 1할도 충족 못해 작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지요. 상대적으로 열린 바다에서 진출해 올 호주도 이런 마당에 그보다 훨씬 군사력이 밀집된 우리 주변 지리적 환경에서 경항모란 물건이 호주의 분석보다 더 높은 효용을 가질까요? 아니면 더 떨어지는 효용을 가질까요? 답이 뻔한 문제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해군이 솔직하게 미군 따라다니며 동맹군 역할을 하겠다라거나, 공군이 긁어주지 못하는 작전을 스스로 하고 싶다며 솔직하게 용처를 밝히는 게 좋다고 봅니다.(물론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도 미국과 일본이 원하는대로 한미일 삼각동맹이 어떤 식으로든 심화될 거란 사실도 적시해서 말이지요.)
그보단 포클랜드 섬을 요새화하지 않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낸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측이 가장 우려하던 부분은 아르헨티나 공군이 스텐리 공항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었는데, 영국이 함대를 파견하는 꽤나 긴 시간동안 아르헨티나 지휘부는 시간만 헛되이 보냈습니다.
실제로 벌컨 폭격기를 이용한 스텐리 공항 폭격은 상당히 부정확했으므로, 만일 아르헨티나 공군이 전술기 1개 대대 정도만 전개했다면 전쟁은 사실상 영국의 패배로 끝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못해 높았습니다. 연료가 부족해 후연기를 가동하지 못하는데다 저공침투로 상대적인 에너지 보유량조차 적었던 미라지 상대로도 고전한 해리어를 생각해보면. 만일 후연기를 제약 없이 가동하는 미라지 1개 대대가 스탠리 공항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면 아마 영국 함대는 포클랜드 근처로도 접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엑조세 이야기가 나와서..
영국인들의 시스키머에 대한 기억은 집착과 트라우마에 가까운것 같습니다.
실전에서 당하고 그 뒤 테스트에서도 당했으니(!?) 아마 현대 해군에서는 가장 많이 시스키머에게 피해를 당한 해군일겁니다.
거의 해면에 달라붙은 표적을 시 셉터로 연속 타격하는 동영상이 있는데 우리 해군도 이런 건 추종했으면 좋겠습니다.
포클랜드에서 항모 급유기 잠수함 비행장 이런건 디테일한 문제고 근본적인 문제는 아르헨군부가 선빵을 날려놓고 여유가 있음에도 그 다음 상대의 대응에 대한 대비를 안한 탓이죠
즉 전쟁은 항상 다양한 경우의 수와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비를 해야하고 그 중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여 철저히 준비해야하는데, 이런 기본 중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고 봅니다
마냥 영국이 꼬리내리고 협상하겠지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만 상정하고 죽치고 있었으니 이 시점에서 걍 털리는건 정해진 수순이었죠
영국이 자국만의 능력이든 외부의 지원이든 첩보던 뒷공작이던 뭐든 있는대로 끌어모아 대규모 총반격을 나설 경우를 상정하고, 그럴 때 어떤 옵션들을 들고 나올까? 어떤 변수들이 등장할까? 등등 치밀하게 정탐하고 계산하고 대응책을 마련해놓고 실행해놨어야했죠. 만일 그랬다면 당시 아르헨 전력만으로 충분히 영국을 막았을 수 있다고 봅니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최악의 전개를 대비하지 않은 전쟁은 그냥 필패였다고 봅니다. 포클랜드전 아르헨 패배도 그냥 그런 또 하나의 예시가 됬을 뿐이구욤
아르헨이 항공모함에 모든 군용기 공중급유능력에 핵잠수함까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저딴식이면 필패였을거라 봅니다
애초에 잠수함이고 뭐고 아르헨티나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지요. 영국이 각 잡고 대응해서 무력충돌로 이어지면 이를 이어나갈만한 힘이 없었습니다. 대처 총리에 대한 오판이 가장 컸죠. 영국 경제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당시 총리나 정책 지지도와 관련해서도 말 많던 시기라서 제대로 개입 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죠. 야, 이거 지지율 꿀 빨 수 있겠다 싶어 포클랜드를 공격한거라 봐야죠.
희망과 달리 영국은 강력하게 대응했고, 당연한 결과가 나왔지요. 영국에게 있어서 문제는 피해가 커서 집권 여당과 행정부에 부담이 가해지느냐 아니면 피해가 적은 승리를 거둬 지지율을 끌어 올리느냐가 전부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