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즈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력 파견 요청에 이어 미국방장관이 직접 방문한 걸 그냥 일상적인 뉴스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이전과는 결이 다른 뉴스입니다. 그에 이어 국방중기계획에서 강습양륙모함에 F-35B를 올려 놓겠다는 안이 사실상 통과된 걸 보면 디테일이 더욱 확실해졌지요.
간단히 말해 합참과 해군은 미국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겁니다.
미국의 대전략에 부응해 군사력을 건설하겠다는 것이지요. 이건 해군 입장에선 사실상 불가피한 일이기도 한데요. 원래 모든 조직은 확장하려는 본능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확장하기 위한 이유를 만들어내기도 하지요. 기본적으로 한반도 군사환경은 해군의 역할이 축소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서쪽 백령도는 중국본토와 18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을 따름이고, 다른 지역 역시 200~300Km폭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가 개발할 차기 초음속 지대함 미사일 사거리가 500Km 일본의 12식 지대함 미사일 사거리가 최대 400Km 중국의 CX-1역시 280Km이상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서해는 수상함 작전 가능 영역이 오직 우리 연근해안 뿐이 되며, 남해 역시 전 영역이 중국과 일본의 지대함 포대 사거리 안에 들어갑니다. 동해 역시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KADIZ침입에 영공침입에서도 드러나듯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동해, 서해, 남해 모두 수상함이 제대로 작전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이런 사실은 중국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서해를 담당하는 북부전구 해군 역시 전력의 거의 대부분을 발해만 안쪽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구축함 지대 하나를 제외한 모든 함대를 발해만 안 쪽 다롄과 뤼순에 배치해두고 있으며, 배치 잠수함 전력 역시 5척 정도에 불과한 실정입니다.(중국이 보유한 58척에 달하는 재래잠수함 전력을 생각하면 "불과"라는 표현이 어울리겠지요.)
무서운 속도로 전력을 확장하는 중국이나 원래부터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던 일본조차도 우리 주변 해역에 배치한 수상함 전력들은 전체 전력 대비 비율이 상당히 미비합니다. 따라서 우리 주변 전장환경에만 대응한다면 해군이 꿈꾸는 더 이상의 조직확장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중국과 일본조차 감히 우리 주변 해역에서 해상작전활동 같은 건 꿈도 꾸지 않는다고 보면 옳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 많은 대형수상함을 확보하자면 기존과는 다른 논리가 필요하고, 그게 바로 미국과의 합동작전능력 배양이라고 봅니다. 특히 중국, 일본에 대한 독자적인 억지 및 작전능력이란 면에서 보자면 강습모함 기반의 느려터진 경항모나 F-35B 6~8기 운용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이미 캔버라급에 F-35B를 통합해보려 연구를 단행했던 호주군조차 소요 작전능력의 18~20%에 불과하며, 효용이 없다고 결론내린 것이 바로 경항모입니다. 중국, 일본 상대론 이빨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이건 우리 대한민국 해군도 명확하게 알고 있는 바입니다.
따라서 제가 볼땐, 대한민국 해군은 중국과 일본에 대응한 독자적인 작전능력을 포기하고, 그 대신 미군의 요구에 걸맞는 조직으로서의 변신을 꾀하는 것 같습니다. 미해군과 같이 다닌다면 경항모의 부실한 단독 작전능력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부실한 해상보급 전력 역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미국은 특히 독일을 주체로 한 유럽의 군사적 탈미국화가 뚜렷한 상황에서 영국 이외의 해상연합전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부응해 일본이 이즈모급을 건조한 것이고, 한국 역시 마찬가지 입장을 취하게 된 겁니다. 미해군의 부족한 함상 작전기를 부유한(?) 동맹국들이 채워주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께선 경항모 보유가 한국의 단독작전능력 배양이라고 보시는 것 같지만. 전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저는 강습양륙모함 기반 경항모가 결국은 로마 제국 속주들이 제공하던 보조군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차라리 이렇게 솔직하게 입장을 밝혀주면 좋을 텐데 아직도 뭉게고 있는 해군이 답답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