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영국은 2차대전에서 이겼지만 사실상 파산한 빚쟁이가 되어 (전쟁이 끝나고 1년 후인 1946년 영국 정부의 빚이 GDP의 270%) 힘이 쪼그라들었고, 그래도 부자 망해도 3대는 간다고 1971년까지 26년간 영국의 국내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영국 파운드 받고 팔아주는 '보호국'들인 쿠웨이트 (석유), 말레이시아 (주석, 고무), 잠비아 (구리) 등을 적대적인 이라크와 인도네시아로부터 지켜줄 군대를 중동과 동남 아시아에 주둔시켰습니다. 원자재가 없지만 영국군의 지역 사령부를 유치한 보호국들은 동남 아시아의 싱가포르와 중동의 바레인이었고, 이런 보호국들을 지켜주는 수단은 차례대로 돌아가며 1척씩 인도양과 남중국해로 나가던 공격 항모 5척 (이 중의 2척은 예비 및 개조공사), 빅터 4발 제트 엔진 중형 폭격기, 그리고 미국으로부터 50대 살 예정이었던 F-111K 장거리 공격기 (1965년 이전에는 개발 중이던 자국산 TSR-2) 등이었죠.

그러나 금 0.08 온스 = 2.8 달러 = 1 파운드로 높게 고정된 환율이 영국의 자동차, 기계류 등의 수출품을 (독일, 프랑스, 일본의 수출품에 비해) 가성비 떨어지게 만들어 수출은 갈수록 줄고 수입은 갈수록 늘어 파운드가 외국으로 줄줄 새면서 파운드를 갖고 있는 다른 나라들은 영국에게 파운드를 금이나 달러로 바꿔 달라고 할 때 영국이 과연 바꿔 줄 능력이 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1960년대 내내 다른 나라들이 갖고 있는 영국 파운드 표시 채권은 약 40억 파운드인데 영국이 갖고 있는 금과 외환 준비금은 10억 파운드에 불과했지요. 다른 나라들이 한꺼번에 40억 파운드를 금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면 영국은 파산하는 상황입니다. 1964년 집권한 영국 노동당 정권은 전세계 무역의 1/3을 결제할 정도로 다른 나라들이 많이 갖고 쓰는 파운드의 환율을 영국 수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떨어뜨리면 파운드 갖고 있는 모든 다른 나라들이 손해를 입고 영국의 신인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받으며 그저 버티기만 하고 있었죠.

게다가 영국 노동당은 파운드의 가치를 떨어뜨리면 수출 경쟁력은 높아져도 수입품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구매력이 감소하고 생활 수준이 저하되어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잃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렇게 버티던 영국 노동당 정부는 1967년 들어 무역 적자는 계속 늘고, 경제 성장은 정체되고, 실업자는 늘어나고,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외환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된 파운드의 환율을 지키기 위해 외환 시장에 개입했다가 실탄이 바닥날 지경에 이르자 결국 1967년 11월 18일 1 파운드 = 2.8 달러에서 1 파운드 = 2.4 달러로 가치를 14% 떨어뜨리는 평가 절하를 발표하고, 정부 지출을 확 줄이기 위해 1971년까지 중동과 동남 아시아에 주둔한 군대를 모두 철수시키고 공격 항모들도 1970년대 안에 다 퇴역시키며, F-111K 50대 구매는 취소한다고 1968년 1월 발표했습니다.

영국군이 지켜주는 대신 영국 파운드 받고 석유, 주석, 고무, 구리를 영국에게 팔던 영국의 '보호국'들은 파운드 평가 절하 때 갖고 있는 영국 파운드의 가치 14% 줄어드는 손해를 입었고, 결국 1970년대에 영국 파운드를 쓰는 '스털링 블록'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영국의 공격 항모의 존재 이유는 따지고 들어 가면 다음과 같습니다.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잠비아, 싱가포르, 바레인 등 보호 ===> 그냥 영국 파운드 주고 원자재 싸게 사올 수 있는 정치 경제적 환경 유지 ===> 영국 국내 산업 경쟁력 유지/향상 ===> 수출 증대 / 경제 성장 ===> 영국 국민 생활 수준 유지/향상 ===> 선거 승리 ===> 정권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