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시작되고 연합군이 낙동강까지 밀려났다가 인천상륙 작전을 통해서 대반격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38선을 돌파해서 평양까지 점령합니다. 이때까지는 연합군을 이끌던 미국은 한반도 북부까지 밀고 올라가서 전쟁을 끝낼 생각이었습니다. 한국의 생각은? 당연히 북진통일이었죠. 그러나 군수물자를 미국이 다 주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생각은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중공군이 개입해서 서울까지 내주는 상황이 됩니다. 다시 반격해서 서울을 탈환하지만 이때부터 미국은 전쟁을 적당히 끝내길 원하게 됩니다.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밀고 올라간다고 전쟁이 끝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만주까지 다 먹는다? 그래도 전쟁이 끝날까? 이게 바로 미국의 생각이었습니다.
미국에겐 동북아시아보다 서유럽이 훨씬 더 중요했습니다.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힘을 빼는 동안 소련이 서독으로 쳐들어가면? 미국이 두 개의 전쟁을 해낼 수 있을까? 반드시 상황이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렇게 안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미국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면 적의 침략을 물리쳤다는 명분이라도 얻을 수 있고 인명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미국의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이라면 압록강이 아니라 만주 넘어 북경까지 점령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한반도 전체를 장악하는 선에서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겁니다. 문제는 그런 확신이 없었다는 거죠. 그리고 그 당시 미국의 국무성에는 소련 간첩이 아주 많았습니다. 이들이 군사외교 정책결정에 미친 영향력도 상당했겠죠.
밑에 6.25 때 전선이 고착화된 이유에 대해 묻는 글이 있어서 답변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