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 주재하는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태국과의 지소미아 체결 노력은 사실 10여년 전부터 있었으나, 태국 측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소미아 체결의 별다른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다 태국이 최근 몇 차례 우리 무기를 구매하며 한국산에 대한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며 “이번에 체결된 지소미아는 양국 간 방산시장 활로가 본격적으로 뚫렸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체결한 나라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요르단 등 22개국이다. 아세안 지역 전체적으로는 태국과 필리핀뿐이며 메콩 그룹에선 태국이 유일하다. 아세안 지역의 한 무관은 “지소미아 체결의 이유는 군사 동맹으로서 작전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서도 있지만, 상대국의 군사 수요를 파악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태국과의 지소미아 체결은 태국군의 장비 수요 정보를 알고 싶어하는 한국 정부의 요청 탓이 컸다는 뜻이다.
태국이 지소미아 체결에 호응한 것은 최근 태국에 판매된 한국산 무기에 대한 만족감 덕분이라고 한다. 태국 해군은 2018년 대구급 기반의 호위함 (3,650톤)을 5,200억원에 도입했다. 방산 계약으로는 태국 역사상 최대 규모다. 태국은 이 호위함에 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인 전 국왕 ‘라마 9’세의 이름을 따 ‘푸미폰 아둔야뎃’이라고 명명했다.
2015년 국산 훈련기인 T-50TH 4대를 구매한 태국 공군은 2017년 8대를 추가로 구매했다. 군부 교체기마다 기존 사업이 틀어지는 경우가 많은 데 반해 훈련기를 추가로 구매한 것은 작전성능에 대해 그만큼 만족했다는 것이다.
영국 군사전문 매체 제인스디펜스는 태국 방산 조달 예산이 2017년 7억9,400만 달러에서 2021년 9억 6,500만 달러로 약 2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중국해 패권 문제를 두고 태국은 미국과 중국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고 있다”라며 “태국 입장에선 미국도 중국도 아닌 한국산 무기 구매가 정치적 측면에서도 부담감이 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