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밀리터리 게시판
 
작성일 : 12-07-26 00:26
밀게에서 토론하는 법을 모르시는 분들에게.
 글쓴이 : 솔로윙픽시
조회 : 1,084  

안녕하세요. 솔로윙픽시입니다.

전 간간이 보이는 수준 높은 글을 기대하고 밀게에 자주 드나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대로 된 군사적 지식을 소유하거나, 또는 그것을 피력할 능력이 되는 분들도 한분 한분 떠나가시고, 그나마 남아계신 분들의 댓글조차도 요즘은 드물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여, 가생이 밀게를 떠나는 것을 고민하던 차에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글을 하나 적습니다.
바로 토론하는 법에 대한 겁니다.

이 게시판에 모인 분들이 밀리터리에 대해 빠삭한 민간전문가든, 또는 대충 타이거 탱크는 멋있고 셔먼은 폭발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는 입문자이든 그건 게시판의 전체적 수준을 높이는 것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제대로 된 토론법만 지킨다면 서로의 가설이 갖고 있는 단점이나 약점을 서로의 지식과 주장을 피력하는 그 과정에서 수준 높은 글타래가 완성되며, 토론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이 분야에서 한 단계 승화된 데에 만족감을 느끼며 기분 좋게 현실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다만 자신의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하거나,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뒷받침하기 위해 실지식을 쌓고자 하는 조그마한 성의조차도 없이 무례한 말투로 상대방의 정체나 능력을 지레짐작, 과소평가하며 3분 라면같은 싸구려 댓글을 남긴다면 앞으로 가생이 밀게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속 빈 강정이 되고 말 겁니다.

---


토론은 발제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논하고자 하는 주제가 군사든 정치든 연예든 간에, 토론하는 방법은 언제나 같습니다.


1. A가 가설을 제기한다. 이때 발제자는 자신의 생각을 쓰되 정중하게, 그리고 자신의 가설을 뒷받침해줄 근거를 제시한다. 이 근거가 없다면 그건 토론에 어울리는 발제글이 될 수 없다.
(나쁜 예: 북한군이 땅굴을 파 서울을 공격하면 국군을 꼼짝없이 뒤통수 맞고 망합니다. 끝.)


2. B가 그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가능성의 존재만은 수긍하고, 어째서 그 가설이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틀릴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3. A 또는 A와 동조하는 사람은 B가 내놓은 안티테제의 개연성 또한 제로는 아니라는 사실을 수긍하고, 반론 또는 A의 가설에 대한 옹호를 '충분한 근거와 함께' 한다.





이 때, 상대방의 가설이 얼마나 허무맹랑한가는 관계가 없습니다. 상대방이 장난으로 또는 단순히 트롤링을 하기 위해 올린 헛소리가 아니라면 일단 그의 가설에도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밀리터리의 경우, 제대로 된 지식에 기반을 두었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사실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전에 고려하지 못한 작은 변수가 리버리지 효과를 일으켜 큰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기 마련이고, 그런 쥐구멍을 없애기 위해 군에서는 닥쳐올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 작계를 짜 두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반 지식이 틀렸다면? 예를 들어 중간단계를 다 뛰어넘고, 북한의 장사정포 세력 킹왕짱 -> 남한 전역이 불바다가 된다, 라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그럴 경우에도 토론을 할 의지가 있다면 위에 적은 토론의 2번 스텝을 밟으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 가생이 밀게에서는 제대로 된 토론이 성립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제대로 된 토론은 몇몇 고수분들이 우연히 같은 자리에 모였을 경우에만 볼 수 있는 기현상이 되고 말았지요.

그보다도 이곳에는 위험한 유행병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반론을 한다면 반대한다는 말만 적거나, 누가 그러더라, 라고 두리뭉실 넘어가며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겁니다. 오히려 그 정도에서 그치면 양반입니다. 근거 불충분한 반론을 적는 것만으로는 모자란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토론에 빠져서는 안 되는 건 도발이라고 생각했는지, '상대방의 자질'을 의심하는 글을 덧붙입니다.

(예: '조선족/짱개/쪽바리 인가요?' '군대는 나오셨습니까?' '생각이 부족하신 것 같네요' '웃기지 마세요' 등)

한번 이렇게 엇나가기 시작하면, 그건 토론이 아니라 단순한 말싸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상대방의 논리가 허무맹랑하고 아니꼽게 비치더라도, 일단은 차분히 그의 논리를 수긍하고, 어째서 그런 시나리오가 가능한지를 생각해본 후에 글을 써도 늦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머릿속에서 상대방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단순히 부정만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그러면 자기 자신도 발전할 수 없게 됩니다.


어차피 자극적이지도 않은 글, 읽어주실 분이 얼마나 계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신다면 한번 자신이 어떻게 댓글을 달아 왔는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조차도 위에서 말한 저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적이 없다고 확신할 수는 없으나, 시간이 허락하고 주제가 어울린다면 언제나 사실에 근거해 성의 있는 답변을 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여러분 모두 더운 여름날 찬 음식은 피하시고 건강히 지내시길 바라며 작별인사 드립니다.

솔로윙픽시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savi 12-07-26 00:37
   
좋은글이네요 잘읽었습니다
감방친구 12-07-26 07:45
   
아, 이 글은 이곳 밀게 뿐만 아니라 모든 커뮤니티에서 함께 읽어봐야 할 글입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흠흠 12-07-26 08:43
   
제가 그런 실수를 많이 저질러...혹시나 또 실수할까봐...

잘 안오는 편입니다...
싱싱탱탱촉… 12-07-26 08:50
   
좋은글이네요. 저는 글 쓰는 재주가 없어서 댓글만 올리는 편입니다. ^^;;
schutz 12-07-26 09:26
   
좋은글인데 현실에 부합할 수 없는 이상론
공중파 방송하는 백분토론에서도 지키기 힘든데 인터넷에서야..

P.S 가생이 밀게에선 미군 성님 바짓가랭이 붙잡고 응딩이 바라보며 성님 성님하면 정상적인 토론이 됨미다
제플린♬ 12-07-26 11:04
   
적절한 지적입니다
나가라쟈 12-07-26 11:05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입니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려면 진입 문턱을 높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갈수록 예의따위완 거리가 멀어지고 단편적인(-또 불만에 가득찬) 사람들이 증가하는 요즈음 이런식의 개방,오픈형 공간은 쉽사리 그 격을 잃고 엉망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요.
     
천리마 12-08-16 22:48
   
그래샹법칙은 만능 이군요.
카오카오 12-07-26 11:37
   
본인도 못지키는걸 지키는것처럼 써놨네요..

본인의 의견에 반하는 내용썻다고 상대를 바로 비꼬던데..?

그래서 아 이건 병림픽이군하고 긴말안하고 빠져나왔더니..

토론 예의를 안지킨다고 하네요 ㅎㅎ 특이하신 분인듯..
     
schutz 12-07-26 13:53
   
암 그라재 남이 하는건 기본적인 예의를 안지키는 거지만 내가 하는건 타당한 논리적 화법이재

아마 미군 성님을 찬양하는 과정에서 말했나봄. 미군 성님을 찬양하는거면 부모욕도 예의바른거거든!
Orphan 12-07-26 14:00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볼 글이고 충분히 공감하는 글입니다.
저는 언제부턴가 가생이의 여러 카테고리를 읽어보기만 하던중 그래도 가장 토론문화나 댓글이 바람직하다고 느낀게 밀게였고 그래서 자주 들어와서 소위 눈팅만 하다가 좀 전에 가입을 하게된 초보입니다.
먼저 소로윙픽시님이 이런글을 올리신 의도는 본인도 다 지키지 못한듯 하지만 그래도 본인을 포함하여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올리신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변을 하고자함은 아니고 글의 본질을 나는 그렇게 느꼈다는 걸 얘기하는 겁니다.

개인에 따라서 만약 힘들다거나 아니면 솔로윙픽시님의 글이 바람직하다고 느끼시는분이라면 익명이 어느 정도 보장되며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보다 자유로운 인터넷 환경에서라도 미리 연습의 느낌으로, 스스로 약간의 긴장감속에서 연습을 한다면 작은 시작이지만 우리사회의 토론문화도 조금씩 성숙된 환경으로 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도우너 12-07-26 14:33
   
억조경해님은 완전히 떠나신 건가요? 그분 글 정말 좋아했는데..
     
솔아솔아 12-07-26 17:59
   
어그로에의해 희생당해못돌아오고있습니다.
그저 안타까울뿐이죠
헤밀 12-07-26 18:45
   
여기 밀게도 강력하게 관리할때가 온거 같군요.

억조경해님 같은 분들좀 많았으면 좋겠음.
     
솔아솔아 12-07-26 20:14
   
안타깝지만... 억조경해님은 돌아오질않습니다.
오라 12-07-26 19:56
   
글은 적지만 그래도 잡게보단 100배는 건전해요.

잡게는 의견이 다른사람을 떼거리로 달려들어서
모욕하고 아주 ㅄ 을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 천지라...
또 그런 사람들이 당당하게 계속 활동해서 고레벨 되는것도 우습고...

스스로
나는 qt 요,
내 부모도 qt 요,
내 집안도 qt요,
하고 광고하는 꼴인데 말이죠.
     
솔아솔아 12-07-26 20:20
   
흠.. 그렇죠.. 하지만 예전에는 별로 그런사람없었죠.

언제부턴가.. 잡게가 다문화 게시판으로 전향되면서 사람들은 점점줄어들고
이상한사람들은 몰려오고 상황이 혼란했었는데 더구나나..
한때 떠들석했었던 변호사를 응호하는자(저도 그쪽에포함)들은
어떻게보면 정치적인 내용이기도 하기에 잡게 규칙에 어긋나기에 전부 계정삭제 당했죠.
않그래도 사람들 줄어들고 점점 미쳐가는데 바로잡아줘야할 올드비는 어디다 가버리고
이때문에 뉴비들만 남고 어그로는 매일 한번씩 나타나니까 사람들 미치죠.
잡게가 예전과 다르게 완전히 달라졌다고 봅니다.

약 1년 전에는 다들 의식수준이 대단하다고 생각할정도로 높았는데.
하....아.... 왜그럴까요...
역시 어그로때문일까요. 에전에는 어그로한태도 제대로 인간대우해줄만큼
착하던 사람들인데. 이제는 상대조차도않하더군요
(확실히 어그로 빈도가 예전에비해 예전에는 1주에 한번나타날까 싶었던 애들이 요즘에는 하루에 한건 조금 많다싶으면 몇시간마다 한마리가 나타나더군요)
또 요즘에는 좌x 이나 수X이나 그런단어를 운운해서  지역감정및 분란을 일이키는 더러운 종자들은 또 어디서 흘러 왔기에..;;;;;
     
사바티 12-07-28 07:14
   
오라야 너가 ㅄ이란 생각은 안해봣냐?ㅋㅋㅋ

좃족 까대면 qt? 대한민국 여자 일반화 해서 비하하면 정상?
합리화 죽이네 머저리 ㅋ

참 예전 유저들 있을때도 까이더니 여전하네 이거는..ㅋㅋ
크로아썅 12-07-26 20:28
   
지식없이도 토론방법만 안다면 제 밀리터리지식도 향상 될 수 있겠네요
백야 12-07-26 20:45
   
좋은글이네요
아프로디테 12-07-29 15:28
   
저도 2년넘게 눈팅만 하면서 간간이 올라오는 수준있는 분들의 글을 기대하고 오지만 요새는 가생이는 와도 밀게는 들여다보지도 않습니다. 민족주의자, 이념 선전자, 어그로 끄는 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전반적인 게시판 수준이 떨어졌기 떄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문제점들을 게시판에서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죠.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