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X 사업 본격화되며 25만평 규모 KAI 풍경 달라져
선박설계 엔지니어 등 800여명 신규 채용해 인력 수급
제작 현장에는 미국에도 없는 최첨단 국산 장비 인프라
KFX 현장 돌아본 전직 KAI 임원들도 ‘상전벽해’ 탄성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경남 사천)]한국형전투기(KFX) 1호 시제기가 제작되고 있는 경남 사천의 가을 하늘은 청명했다. 이곳에 소재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는 “공군 제3훈련비행단과 항공기 회사 KAI가 왜 경남 사천에 있느냐”는 질문에 방문객들이 늘상 묻는 질문이라며 “1년 내내 경남 사천 일대의 날씨가 평온해 비행하기가 가장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FX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82.5만㎡(25만평) 규모의 광활한 KAI 부지에는 최근 10년새 각종 개발센터와 시험동 등이 줄지어 들어서 주변 풍경을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기자가 KAI를 방문한 당일 마침 KFX사업 참관차 방문한 KAI 전 임원진들 사이에서는 ‘상전벽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KAI 본사로 가는 길목에 늘어선 각각의 사업체 건물에는 대한민국 대기업들의 항공사업 진출 내력이 담겨 있었다. 삼성, 대우, 현대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저마다 추진하던 항공사업은 KAI로 통폐합돼 KAI는 이제 대한민국 항공사업의 미래를 오롯이 홀로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약 9조원 투입 ‘단군 이래 최대 무기개발 사업’=현재 KAI가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KFX(한국형전투기)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개발사업으로 불린다. 2015년부터 2028년까지 8조8095억원을 투자해 공군의 노후 전투기 F-4, F-5를 대체하는 국산 전투기를 우리 손으로 직접 연구·개발하는 사업이다.
KFX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22만여개의 표준품(리벳·볼트·너트 등), 7000여개의 구조물, 1200여개의 배관(튜빙), 550여개의 전자장비와 기계장치, 250여개의 전기배선다발(와이어 하니스) 등을 직접 설계·제작해야 한다. 그래서 전투기는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극한의 ‘머신’이라고 불린다.
지난 2015년 12월 방위사업청과 KFX 체계개발사업 계약을 체결한 KAI는 현재까지 수십만개에 달하는 표준품, 구조물, 기계장치 등을 모두 설계하고 제작까지 완료한 상태다. 지난달 3일 드디어 이러한 부품과 장치를 모두 종합해 실제 전투기를 만드는 ‘최종 조립’에 착수했다. 현재 KFX 1호 시제기(시험제작기체) 기준으로 65%의 공정이 진행됐고, 내년 5월 완성될 예정이다.
▶1300여명 엔지니어 투입, 7천개 구조물 건립=사상 최초의 국산 전투기 개발이라는 미증유의 과제에 도전하기 위해 지난 5년여간 수많은 연구인력이 투입됐다. 경남 사천의 KAI 개발센터에는 현재 1300여명의 엔지니어들이 일하고 있다. 인근에 있는 조선업계의 극심한 불황으로 선박설계 경력 엔지니어들을 다수 채용할 수 있게 된 건 역설적으로 크나큰 행운이었다. 최근 수 년간 370여명의 선박 관련 엔지니어 등 800여명이 KFX 설계를 위해 KAI에 충원됐다.
KAI 관계자는 “선박 설계나 항공기 설계나 근본은 비슷하다”며 “구조설계 및 해석, 계통설계 등의 분야에서 KAI로 유입된 선박 엔지니어들의 기여가 특히 컸다”고 설명했다.
또한 KAI는 70여개의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분야별 심화 교육을 실시, 채용된 경력 엔지니어들의 빠른 현장 투입을 지원했다. KAI측은 “이렇게 개발된 KFX 엔지니어들은 향후 KAI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항공 분야의 중요한 인적 자원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여기는 KFX조종석, 한반도 상공 날다=KAI 개발센터에서 첫 방문지는 KFX 조종성 평가 시뮬레이터(HQS)였다. 이곳에는 KFX와 똑같은 조종석(콕핏)이 설치돼 있고, 조종석 앞에 넓게 펼쳐진 화면에는 실제 한반도 지형을 똑같이 스캔한 정보가 구현돼 KFX를 미리 조종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KFX 조종성 평가 시뮬레이터(HQS).[사진=KAI]
시연자가 KFX를 이륙시키자 화면에는 주변 지형이 나타나고, 실제 전투기 조종 환경과 똑같은 방식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비행 정보가 표시됐다. 약 10여년 전부터 자동차에도 적용되고 있는 전투기 조종석 앞의 HUD(Head-Up Display) 장비도 가동됐다. 이 장비는 조종사에게 직관적인 비행 정보를 제공, 한결 쉽고 편리한 조종 환경을 구현한다.
조종석의 다양한 전자장비들이 대부분 소프트웨어로 화면에 구현돼 현재 운영하는 전투기보다 훨씬 조종석 공간이 여유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전투기 조종간이 구형 전투기보다 훨씬 제어가 쉽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 다음으로 방문한 항공전자시스템 통합시험장비실(SIL)에서는 KFX용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시스템의 성능검증 작업을 하고 있었다. 30여종의 항전장비를 장착해 그 성능을 평가하고 무장 및 세부계통 장비 20여종과 항공기·표적·외부환경 등의 모의시험을 수행하는 것이다.
▶美록히드마틴에도 없는 첨단 장비에 ‘탄성’=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