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도전적인 젊은 귀족 조종사는 비행기가 배 위에 착륙할 수 있음을 보이기 위해 모험을 하였고, 한 번의 성공과 한 번의 실패로 묵숨과 바꿔 항모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1차 대전의 총력전은 유럽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군비를 제한하는 이른바 구축함 조약을 만들어(지금으로 치면 마치 핵확산금지 조약과 같다고 볼 수 있겠네요.) 신생 공업국이나 1차 대전의 패전국들은 해군력에 큰 제약이 있었고, 일본은 부족한 거함거포의 전력을 보충하고자 항모 개발에 열을 올립니다.
러일 전쟁, 중일 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태평양에 대한 야욕을 드러냈고, 석유 공급자였던 미국에 대해 급소를 노려 치고 이를 이용한 협상을 통해 태평양 지배권과 동남아 지배권을 보장 받으려 했습니다.
항모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전략 전술로 평가 되는 진주만 기습을 보여준 일본, 해전은 이제 항모의 시대가 되었음을 전 세계 전사에 각인시켰습니다.
그러나 정작 항모의 전략 무기로서의 가능성은 미국이 더 크게 깨닫게 되고 2차 대전 종전 후 미국은 최대 13척의 정규 항모 전단을 유지하며 세계의 대양 지배력을 과시했습니다.
월남전을 치르며 시대는 제트 전투기의 시대가 되었고, 항모 탑재 전투기도 고성능화 되었습니다.
사출기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항모의 탑재 비행기는 최대 이륙 중량의 한계를 가지게 됐고, 이는 지금도 극복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라크 전에서 미국은 항모를 통해 대규모 상륙 부대로 이라크를 위협했지만 실제 많은 공중 작전은 미국의 우방에 확보된 공군 기지에서 발진한 공군 전투기와 폭격기가 담당하였습니다.
이라크 전 등에서 항모에서 발진한 전폭기들의 폭장량과 성능의 한계를 느낀 미국은 항모의 유지비 등을 고려해 항모 전단을 축소하게 되었고, 항모에 탑재되는 항공기를 무인화 하려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는 항모의 크기를 줄이려는 시도이며, 현재 미군의 해군이 항모를 중심으로 전단화 된 것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항모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군함으로 평균 300m가 넘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주력 전투함인 알레이버크 급 구축함함 봐도 150m가 채 안 되죠.
따라서 항모는 어떤 방법으로도 가릴 수 없는 표적이며, 식별이 용이한 전함이 됩니다.
사실 항모는 커지는 방향으로만 진화하였는데 너무 커지니 항모를 위한 해군이 되어 버린 것이죠.
항모를 지켜야 하고 항모를 도와야 한다는 개념이 함대 방공함 등의 개념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미사일 기술 등의 발달로 현대 해전이 항공기를 통한 대함 미사일 등의 발사가 아닌 거대 초음속 미사일 등을 함선이 직접 발사하는 방식에다가 이지스 레이더 등의 발달로 굳이 항공 정찰이나 항공기를 통한 표적 근접 없이도 교전이 가능한 형태가 됐습니다.
그 결과 항모의 전투기는 침공하는 적지에 대한 선제 타격용으로 국한되게 되었으며, 상륙함과 함께 하여 상륙 부대의 상륙 작전을 입체적으로 돕는 공격군의 한 방면이 된 것입니다.
물론 이도 상대국에게는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고, 미국의 항모가 어디에 나타났느냐는 당사국에게 존망을 결정해야하는 기로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항모가 더이상 해전용이 아닌 다른 임무로 전향되면서 항모를 보호하기 위해, 혹은 항모를 유지하기 위해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됨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전 세계를 타격 범위로 하는 미국이 아니고서야 유지할 수 있는 나라가 없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프랑스만이 미군 항모에 버금가는 크기의 항모를 유지하고 있고, 이도 두 척에 국한하며, 프랑스는 대서양과 태평양 프랑스 령에 대한 방어 등에 이를 활용합니다.
영국은 북극해와 영국에 면한 대서양의 넓은 영역을 담당하기 위해 단 두 척의 항모를 유지하며 미국과 달리 수직 이착륙 함만을 운용하여 제한적인 방공 능력을 보입니다.
이도 예산 문제로 영국 군에서 제 1 순위로 도태되는 전력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 나라들은 2차 대전 수준에도 못 미치는 항모를 유지하는데 이들은 그냥 대형 포적에 지나지 않을 정도의 성능일 뿐이며 그 어떤 전략적 가치도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물론 러시아는 좀 다르지만 러시아의 항모는 자체 교전 능력을 보유하는 방향이라 항모 자체가 순양함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에서 항모는 21세기 현재 상징적 전력으로 시대의 변화에 사라질 위기에 놓인 구 시대적 무기 체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항모의 미래를 위해 소형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항모를 200m 이내로 줄여 다른 전투함과 크기로 구분되지 않게 하고, 드론이나 무인 비행체를 통해 비행기 자체도 지금의 항공기 절반 이상으로 줄이려는 계획이죠.
이렇게 될 경우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항공기를 유지할 수 있고, 항모가 그간 받아 왔던 표적으로서의 집중도도 떨어 뜨릴 수도 있으며, 함대 방공함 등의 임무에도 여유를 주어 해전의 양상을 또 한 번 바꾸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이런 변화가 이루어지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미국은 반 세기 이상 10척 이상의 항모를 상시 운영하였고, 항모에는 100 대에 가까운 항공기가 있을 뿐더러, 항모의 함장과 전대장(에어 보스)이 따로 존재하여, 항모에는 꼭 해군 조종사 출신의 원스타가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항모가 줄게 되면 미 해군의 이 별 자리가 몇 개나 날아가게 되니 미 해군이 마냥 반기는 계획은 아니겠죠.
하지만 미국은 반드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항모가 너무 비대해져 본연의 가치를 발현하지 못함을 인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