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 정도 된 것 같네요. 해군 초청으로 신형 고속정 해상 실사격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실제로 기상 상태가 나빠서 함포 사격은 못 보고 배만 타 봤습니다.
짧은 항해 후 브리핑에서 해군 관계자들은 대한민국 해군을 많이 홍보해 달라며 해군의 비전 등을 발표했습니다.
뭐 똑같은 내용이죠. 일본의 해군 위협에 대비하여 일본의 8.8 함대에 버금가는 6.6 함대를 구성하여 해상 안보를 지켜나가겠다는 포부와 다짐이었죠.
아, 참. 8.8함대니 6.6함대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 분도 있겠군요. 8.8은 구축함 8척에 각 함당 헬기를 장착하여 8척의 구축함과 8대의 헬기로 함대를 구성한다는 이야기입니다. 6.6함대는 부연하지 않겠습니다.
해군 발표자의 말에 따르면 한국의 해상 무역로 중 중동이나 유럽으로 향하는 노선의 경우 해적의 소요들이 많다며 무역로의 안전은 우리나라 경제와 직결된다는 전제 하에 해군은 이 무역로를 지켜야 한다 말하며 강한 해군을 위해 지지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해군조직법에 의해 현재 해군은 상당한 제약에 걸려 있다고 말합니다. 즉, 병력이 제한되어 있어 함정에 비해 적은 인원으로 인력란을 겪고 있으며 해군가족이 가정생활이 힘들정도로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것입니다.
해군은 원래 3교대를 기본으로 한다고 합니다. 함상에서도 동일 보직을 3교대 해야 하고, 함상, 육상, 교육의 체계로 3교대가 되어야 원할한 운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해병대를 포함한 조직법에 해군의 규모를 제한하다보니 파병도 아닌데 몇 개월씩 집을 떠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우스겟소리로 신혼 살림은 꿈도 못 꿀 정도라더군요.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달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해군은 커져야 하는데 인원이 없다는 일종의 투정 같기도 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제가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이에 대한 해군의 방침은 어떠한가?'라 물었는데 강연자는 시간 관계상 해군이 알아서 잘 하고 있다는 것으로 믿어달려며 답을 마치고 바로 뒤풀이 행사로 이어갔습니다.
2함대 내에 있는 식당에서 술과 함께 뒤풀이를 이어 갔는데 당시 참가한 해군측 최고 계급은 대령이었습니다.
민간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줘야 해군이 발전한다는 내용이 반복됐습니다.
북극해 관련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돼 있었고, 6척의 구축함으로 이루어진 6.6함대에 대한 많은 지지를 부탁한다는 내용만이 또한 반복됐습니다.
부산에 가면 백운포라고 있는데 아파트 단지 내에 뭔가 안 어울리는 고급 중식당이 있습니다. 카페 분위기의 중식당인데 거기에 해군 간부들이 많이 출입합니다.
저도 종종 백운포에 갈 일이 있어 가는데 해군 간부들은 조함 사업에서 잘못 방향을 잡거나 라인을 잘못 타면 줄줄이 옷 벗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하더군요.
해군의 조함은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데 현재는 100% 국산 조선소에서 전투함을 건조합니다. 그러나 몇 개 되지 않는 업체들이 경쟁하면서 로비가 들어 오고 ROC 등에 대한 해석 차이나 조선소와의 조율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하거나 비리로 볼 수 있는 관례들이 많다는 것이죠.
그래서 라인 잘못타면 줄줄이 옷 벗는다는 말을 농담 삼아 하더군요.
해군은 종종 민간인을 초청하여 여러 해군 행사에 참석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해군뿐만이 아니라 타군도 많은 행사를 진행하지만 해군은 함선도 타 볼 수 있고, 전반적으로 적극적으로 간부님들이 나서서 행사를 주관하는지라 참석했을 때 즐거움이 남다릅니다.
당시 2함대에는 연평해전 때 피격당한 참수리 고속정과 천안함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구멍이 안 뚫린 데가 없는 참수리도 처참 했지만 칼로 잘라 냈다고 해야 하나, 반으로 뚝 짤라냈다고 해야 하나 수직의 절단면이 선명한 천안함은 충격 그자체였습니다.
안보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며 우리 국민 모두가 나누어 짊어져야 하는 짐임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작성일 : 20-10-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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