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파워팩 문제가 거론되면서 놓치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 몇자 적습니다.
개인적으로 완제품 조립 능력은 하청이 가능한 하급으로 봅니다. 터키가 그 정도 수준이라고 보구요.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능력이 그 보다 더 중요한데 애플을 떠올리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디자인 능력은 가장 기본적인 구성단위, 재료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고 구현 능력이 있을 때 일류가 됩니다. 그 이상은 컨셉 잡기, 상상력의 싸움이구요.
암튼 애플에게는 중앙처리장치를 설계할 수 있고 운영체제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봅니다. 거기에 더해 컨셉질도 잘하죠. 달리 초일류가 아닙니다.
그간 밀게에서 파워팩 관련해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요. 사실 한국은 아직 제대로 된 엔진은 육상이던 해상이던 공중이던 만들지 못한다고 봅니다.
어떤 분이 열처리를 언급하셨는데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걸 떠나 소재에서부터 못따라갑니다.
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전차엔진과 다르지만 제트엔진에 들어가는 내열합금을 한 예로 들면,
잘 알겠지만 제트엔진이 내뿜는 고온의 가스를 버티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게 내열합금입니다.
이 분야에서 한국이 2세대 상위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요.
안타까운 중국은 1세대, 러시아가 3세대 찍고 4세대 개발 중이고 프랑스와 독일이 4세대, 일본 미국, 영국은 무려 5세대로 평가받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잘 아는 f22, 35가 바로 5세대 내열합금이 적용되었구요 일본도 개발 중인 f3 엔진에 5세대 내열 합금이 적용되었다더군요.
일본은 버블경제 때 미련하게 돈질한 보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더군요! 이건 스고이 니뽕 인정.
이걸 보면 왜 러샤 최신 전투기의 엔진 수명이 미국에 비해 짧은지, 중국은 그런 러시아 보다 더 짧은지 한눈에 이해되죠?
엔진에 사용된 금속 지체가 고온을 견디지 못하니 수명이 짧아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아무리 설계상 기교를 부리고 꼼수로 냉각 장치를 덕지덕지 붙여도 결국 재료공학이 못받쳐 주면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왜 베어링하면 독일과 일본을 쳐주는지도 이런 맥락에서 한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이 기본이란 게 때론 치명적으로 중요하거든요.
독일이 더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이 디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더러운 수율을 갖고 있듯이 독일은 기계 산업 거의 모든 분야에서 더러운 수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렌즈하면 독일제를 꼽았던 이유도 딴 거 아닙니다. 동급의 렌즈는 일본이나 다른 나라도 못만드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수율이죠. 렌즈에 기포가 생기지 않게금 뽑아내는 수율에서 이기는 나라가 없다더군요.
물론 저품질로 가면 기술 펑준화가 이루어지고 여기서는 수율도 고만고만해니 이걸 후발 국가나 기업이 추격하는 건 어느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고신뢰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특히 민간 보다 무식하게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는 밀스팩에서 그 나라의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
파워팩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산 파워팩과 가징 비슷한 물건을 보려면 그 정도 급이 되거나 그와 비슷한 엔진을 봐야겠죠. 25톤 이상의 트럭이나 건설기계 엔진으로 국산이 있던가요?
겨우라고 말하기는 미안하지만 1톤 포터의 엔진과 구동계와 25톤의 그것이 같을 수 없습니다.
한국의 대형 트럭과 건설기계 시장을 장악하는 브랜드를 생각하면 답이 나오죠.
모기업은 여기 써먹을려고 국방예산을 유용한 거나 다름 없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성공만 했으면 머리 질 굴린 케이스가 되었겠죠.
하지만 설계능력은 그렇게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문제는 부품의 재료가 아니었을까 추측합니다. 내구성은 결국 재료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물론 우린 안돼, 못해 이런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내열합금만 해도 우리나라도 예산만 충분히 투입된다면 3세대 건너 뛰고 바로 4세대로 이행 가능하다고 하니 믿고 기다려볼 일입니다.
낮은 출력의 드론엔진부터 시작해서 높은 출력으로 진행하는 거 보면 믿음이 가요.
파워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이 설계능력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문제는 그 설계를 받쳐줄 재료공학과 부품 제작 능력이 있느냐죠.
그거 안되면서 설계하고 조립한 게 터키고 터키의 드론이 캐나다의 금수조치로 멩인 된 거 떠올리면 그 한계는 명확하죠.
한편 여기서 욕심을 더 내 부품을 제작할 수 있는 공작기계 까지 가면 정말 어려워지죠. 여기서 독일의 더러움이 다시 한번 빛이 납니다만... 한국은 일제 많이 쓰죠. 그게 지금 한국이 갖고 있는 한계이기도 합니다.
암튼 완제품에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완제품을 구성하는 부품, 그리고 그 부품의 소재는 크리티컬 한 부분일 수록 더 어렵고 따라잡기 힘듭니다.
결론은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단 소리죠. 세상엔 싸고 질 좋고 양까지 많은 그런 건 없습니다.
그래도 한국이 독일처럼 최소한 디램은 적어도 이 분야에선 더러운 나라인 건 맞고 일본과는 달리 영악하게 선택과 집중으로 체계적으로 기술 개발하니 점점 더러운 분야가 많아질 거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