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이 그 동안 염원해 온 첫 방위 장비 수출에 성공했다.
일본은 2020년 8월 2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필리핀 국방장관이 고정식 장거리 대공 감시 레이다 3대와 이동식 대공 감시 레이다 1대를 도입하는 계약에 서명하면서 전후 첫 방위 장비 수출에 성공했다.
이 레이다는 필리핀의 군 현대화 계획인 호라이즌 Horizon-2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입되며, 도입 금액은 1억 300만 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필리핀 국방부는 레이다 종류를 밝히지 않았지만,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다이며, 필리핀에는 2022년부터 납품될 예정이다.
일본은 필리핀 수출의 기세를 몰아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또 다른 방위 장비 수출 협상을 벌이고 있다.
2. 2020년 10월 19일, 일본의 스가 총리는 첫 해외 순방국인 베트남에서 응우옌 쑤언푹 총리와 방위 장비 및 기술 수출에 대한 협정을 체결하는 것에 합의했다.
일본과 베트남 언론 보도에 의하면, 양국의 첫 수출 합의는 베트남 해안경비대를 위한 쿠니가미Kunigami급 경비함 6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경비함 건조 기술 이전도 함께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니가미급 경비함은 2012년부터 해상보안청에 배치된 1,500톤급 PL형 경비함이다.
무장은 초기형에는 20mm 기관포가, 후기형에는 부시마스터 Ⅱ 30mm 체인건이 장착되었으며 총 21척이 배치될 예정으로 대량 건조를 통해 건조비가 절감되었다.
3. 기타
일본은 인도네시아에 미쓰비시 중공업(MHI)이 해상자위대용으로 건조하고 있는 30FFM으로도 불리는 신형 30DX 호위함을 제안하고 있다.
30DX는 해상자위대가 22척을 보유할 예정인 신형 다목적 호위함으로 첫 번째 함정이 2022년 취역할 예정이다.
이 함정은 무인 시스템과 레이다 단면적 감소 설계 등 신기술을 대폭 채용했다.
일본은 수출을 위해 기술 이전도 제안하고 있다.
이 외에도 뉴질랜드와 아랍에미리트에 C-2 수송기를 판매하려 노력하고 있다.
4. 일본이 방위 장비 수출에 매달리고 있지만, 완제품이 아닌 부품과 기술의 수출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는 무기 수출 금지가 완화되기 이전부터 공동 개발 사업을 통해 부품과 기술 수출을 진행하고 있었다.
2006년 미국과 일본은 SM-3 협력 개발(SCD)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SCD 프로그램의 목적은 SM-3 블록 ⅡA 미사일의 개발 및 초기 비행시험, 그리고 후속 생산 결정을 위한 것이었다.
일본은 SM-3 블록 ⅡA의 노즈콘 등 6가지 부품을 제작하여 미국에 제공한다. SM-3 블록 ⅡA는 해상의 이지스 전투 시스템 탑재 구축함과 육상의 이지스 어쇼어에서 운용될 예정이다.
2014년 7월에는 미국에 PAC-2 미사일에 사용되는 자이로스코프 수출이 허가되었다.
원래 미국 레이시온의 허가를 받아 MHI가 생산하고 있었지만, 미국내 생산라인이 없어지면서 일본에서 구매하게 되었다.
일본이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을 위해 도입하기로 한 록히드 마틴의 SPY-7 레이다도 그 뿌리는 일본의 반도체 기술을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SPY-7은 2015년 10월, 미국 미사일방어국(MDA)이 록히드 마틴이 계약을 체결한 지상 기반 중간코스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일부로 알래스카에 배치하기 위해 개발한 장거리 식별 레이다(LRDR)를 기반으로 한다.
LRDR은 2012년 일본과 미국이 SPY-1 레이다 성능 개량 가능성을 연구한 일미 레이다 연구(JUSRR)의 성과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LRDR 시제품은 일본 후지쓰Fujitsu의 질화갈륨GaN 소자를 사용하여 개발되었다.
록히드 마틴은 LRDR의 파생형을 록히드 마틴 반도체 레이다(LMSSR)로 명명했고, 미 국방부는 2019년 11월에 AN/SPY-7(V)1으로 공식 명명했다.
SPY-7은 일본 외에도 스페인과 캐나다의 신형 호위함에 장착될 예정이다.
유럽 국가와의 협력도 활발해지고 있다. 영국과는 유럽 미사일 제작업체 MBDA와 함께 F-35 전투기에 탑재할 신형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공동으로 연구하기로 합의했다.
2017년 11월에는 공대공 미사일 공동 연구를 ‘합동 신형 공대공 미사일(JNAAM)’이라는 공동 개발 프로젝트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
JNAAM은 MBDA의 미티어 미사일에 일본이 개발한 질화갈륨GaN 소자를 적용한 능동전자주사(AESA)
시커Seeker를 조합하여 개발될 예정이다.
일본의 2018 회계연도부터 시제품 개발에 들어가 2022 회계 연도에 시제품 시험 생산을 마치며, 2023년 회계연도에 실사격 시험을 거쳐 양산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양국은 미티어 미사일을 운용하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 수출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이 방위 장비 수출에 나선 이유
일본은 필리핀에 레이다를 수출하기까지 많은 수출 시도에서 좌절을 겪었다. 일본은 1967년 ‘공산권 국가, 유엔 결의로 금지된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 또는 우려가 있는 국가들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일명 ‘무기 수출 3원칙’을 제정했다. 1976년에는 무기 제작 관련 장비도 무기에 준해 수출을 금지한다는 원칙을 추가했다.
이 원칙은 1986년 나카소네 수상이 동맹국인 미국에 한해 무기 기술의 공여를 예외로 인정하기 시작한 후, 미사일 방어(MD)의 미·일 공동개발 및 생산, 미국을 통한 제3국으로의 수출을 예외로 인정하면서 예외의 폭이 넓어졌다.
2011년 12월에는 무기 수출 3원칙을 대폭 완화한다고 발표했고, 2014년 4월에는 이 원칙을 대체하는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발표했다.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은 ➊ 분쟁 당사국과 유엔 결의 위반국에 무기를 수출(이전)하지 않고, ➋ 평화 공헌과 일본 안보에 기여하는 경우에 한해 무기를 수출하며, ➌ 수출 상대국에 의한 목적 외 사용 및 제3국 이전은 적정한 관리가 확보 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새로운 원칙을 통해 무기 수출 결정은 경제산업성이 주도하지만, 방위성과 외무성이 우선 판단하고, 중요 안건에 대해서는 총리와 관계 각료가 참석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심사하기로 했다.
일본이 방위 장비 수출에 나서려는 이유는 자국 방위산업의 침체를 해소하고, 자신들이 도입하는 장비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다.
일본의 방위비 지출은 2012년부터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F-35A 전투기, V-22 틸트로터기, RQ-4 무인정찰기 등 미국제 무기를 많이 사 오면서 해당 분야의 일본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를 타개하기위한 방책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