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하이로우믹스라는 전력구성 개념 자체가 의외로 먹혀드는 방식은 아님.
오히려 베이스라인을 이루는 다량의 다목적 주력기 한 종으로 전력의 중심을 잡고 여기에 공격기류의 특화된 라인업을 다품종 소량으로 조합시키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게 일반적.
하이로우믹스가 나오게 된 대표적인 예가 팬텀 일색으로 주력기로 깔던 시절의 미 공군과 해군이고, 이 대규모의 팬텀군단(그리고 약간 덜 알려진 A-7)을 어떻게 대체하느냐가 흘러흘러 가다가 그 컨셉이 단어로 정형화되고 그 결과가 잘 아는 F-16과 F-18임.
그런데 하이로믹스를 대놓고 추진한 미 해공군 역시 일단 그렇게 컨셉을 잡고 획득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정작 전력이 구성되다 보니 그냥 이전의 방식, 소량의 특화기체에 다수의 주력기라는 구도로 회귀해 버림. 숫적 주력과 제공,방공,공격,방공제압 등등의 잡다한 임무는 대량으로 배치된 F-16이 들고가고 상대적으로 소량의 F-15는 제공기로 역할이 축소되버렸음...
해군의 F-14와 F-18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흘러감.
그렇다면 유럽쪽은 어떤가 하면 거기는 그냥 토네이도를 개발한 시절 이후로 그냥 노빠꾸 단일기종 주력라인업 컨셉을 꾸준히 밀고 있음. 대표적인게 미라지-라팔 단일라인업과 유파 단일라인업. 즉 아예 처음부터 하이로믹스는 시작조차 하지 않음. 왜냐하면 그쪽은 한세대에 두 기종씩이나 개발할 정도로 예산이 한가하지가 않았거든. 즉 돈아끼자는 하이로믹스가 더 돈없는 상황이 되니 오히려 단일 주력기 컨셉이 더 싸더라는 거야.
그러한 관점에서 KFX를 보자면 크기나 성능 측면에서 이건 다량의 주력기를 확보한다는 유럽쪽 컨셉을 아주 충실히 따라감. 하이도 아니고 로우도 아닌 그냥 주력기, 전차로 따지면 주력전차.
그렇기 때문에 하이로믹스의 역사적 배경을 무시하고 KFX를 억지로 로우로 취급해서 하이급이 더 필요하다거나 아니면 반대로 하이로 띄워놓고 로우급을 더 확보해야한다거나 하는 식의 논의는 사실 낭비적이 면서도 위험한 이야기야. 하이로믹스라는 실제로 들어맞지도 않으며 한놈조차 실천을 제대로 못한 개념을 내세워 봐야실 소요를 오히려 도외시하고 왜곡시킬 위험이 너무 큼.
따라서 적절한 체급의 주력기 답게 기존 전력소요의 경우 단일기종의 KFX의 대량획득을 통해 다양한 임무별 소요를 최대한 커버하는데 주력하고 그걸로는 도무지 충족하기 힘든 소요에 한정해서만 필요 기종을 소량 도입하는 방향으로 구성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
그래야 규모의경제를 최대한 확보하면서 최적의 효율을 짜낼 수 있지.
괜히 역사적으로 잘 먹혀들지도 않았던 하이로우의 컨셉에 잘못 빠져서 전력구성을 백화점으로 만들어 놓지는 말자는 뜻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