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 한국의 7군단이 중국의 드론에게 쓸려나가는 거 아니냐는 기우도 있고 무인기를 게임체인저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대되는 의견을 내 봅니다.
세줄요약.
무기는 무기체계라는 빙산의 수면 밖에 나온 일각일 뿐이다.
정규전에서 무인기가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생각 보다 많은 지원과 보급이 필요하다.
기동군단을 쓸어버릴 정도의 무인기 전력이라면 오히려 초전에 얻어맞기 좋은 계륵이다.
보통 우리는 어떤 무기가 나오면 그 무기 하나의 스팩으로 전장상황을 예단하기 쉽고 그로 인해 해당 무기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nbc 무기도 적절한 방호장비가 갖춰진 정규군에게는 그 효과가 미디어에서 다루는 장면-일반인이 상상하는 것 만큼 높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런 무기 자체가 갖는 효력 뿐만 아니라 무기체계에 대한 한계도 있습니다.
과거 전장포가 끝물일 당시, 즉 전장포 체계가 가장 발달했을 당시 기동포병의 전장포 한문에는 탄약 한상자를 실은 포차와, 탄약 두 상자를 실은 탄약차, 각종 소모비품을 실은 치중차 해서 3대의 마차가 붙었고 여기에 단차마다 말 두필이 붙었고 더해서 이 말들 먹일 말먹이에 십수명의 포병들 보급까지 따라 붙어야 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돈이 엄청나게 깨졌죠.
포 한문에요.
무기 하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무기체계를 살펴보면 무기는 무기체계라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기술이 발전한 현대는 이게 저렴하지고 간소화 되었을까요?
아닙니다. 인원은 줄었을지 몰라도 더욱 고도화되고 복잡해졌습니다.
현대 포병만 해도 5톤 트럭에 매달려 다니는 똥포 그걸로 끝나지 않고 탄약차에 차량 관리를 위한 수송반이 별도로 필요해집니다.
과거 포병은 포차의 마차 바퀴 갈고 말에 편자 박는 등의 거의 모든 유지 보수가 자체 해결이 가능했던 반면 차량이 사용되면서 보다 전문적인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위가 상급부대에 추가되었죠.
자주포요? 지주포 정비가 차량 정비 보다 쉬울까요? 오히려 파워팩 도입으로 변속기가 고장나도 엔진까지 통으로 갈아치우는 비효율의 효율이라는 모순적인 상황까지 연출합니다.
운영인원의 축소는 필연적으로 야전 정비의 가능성을 줄이게 되고 이는 곧 장비의 야전 정비 보다는 장비의 회수 및 보다 정교한 정비단위에서 정비할 수 있는 시설을 요구하게 됩니다.
즉, 회수인원과 후방 정비 인원이 필요해지죠.
무인기를 말하면서 왜 이런 점을 먼저 지적하냐면 무인기 역시, 하늘을 나는 무인기는 빙산의 일각임을 지적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무인기 하면 대단히 간단하고 가성비가 좋아 보이지만 앞에 언급한 사례들을 볼 때 과연 그럴까 의문입니다.
드론을 운영할 조작병만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원격지에서 드론을 조작할 수 있는 유무형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할 겁니다.
기계화부대 장비를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은 무인기 한대를 운용하기 위한 시설을 한번 상상해볼까요?
무인기 1대. 원격 무인기 조종기와 이를 운반할 차량, 무인기 야전 정비 시설과 이를 운반할 차량, 연료 공급차, 대전차 미사일 혹은 로켓포드 탄약 운반차 및 무장 시설.
일회용이 아니라면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이 정도가 나옵니다.
설마 아무리 약한 전차 상부장갑을 공격한다고 해도 40미리 유탄 정도로 가능하진 않겠죠? 그렇다면 최소한 로켓포드 정도는 써야 할 텐데 그 정도 무장을 하고 하늘을 날 정도의 무인기를 레저용 쿼드콥터 날리는 정도로 가벼운 마음으로 날리고 소모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기동하는 기보 중대를 공격할 경우 무인기 한 기당 대전차 미사일 4발로 무장한다고 가정하면 최소한 4대의 무인기가 필요해 집니다. 표적획득과 정칠까지 고려하면 더 많은 수가 요구되겠죠.
기동 중인 기계화 부대를 일거에 공격한다면 최소한 대대급은 한방에 쳐야하겠죠?
그럼 무인기 한기를 달랑 운영하지는 않겠지요. 부대 단위로 수십기를 운용해 규모의 경제와 경비 절감을 추구하게 됩니다.
그럼 이 정도 규모로 무인기를 운용한다면 아무리 후방에서 운용한다고 해도 과연 은폐나 엄폐가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무인기 조종을 위해 끊임없이 전파를 발신해야 하므로 은폐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어요.
자 그럼 이건 작은 공군기지나 다름 없게 됩니다. 전쟁나면 제일 먼저 때리는 것 중 하나가 뭐였죠?
이 정도 규모로 운영할 거라면 차라리 그 인력을 더 강력한 유인기-공격헬기 부대에 투자하는 게 더 나을 거 같네요.
물론 그럴 돈 없는 나라에서 운용하겠지만 그럴 돈이 없는 나라가 과연 전파방해나 전자전에 버틸만한 지휘통제체제를 갖출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결국 무인기는 테러와의 전쟁처럼 테크니컬이 최대 화력인 전력 앞에 두고 나는 한방도 맞지 않고 짤짤이를 할 때나 유용하지 전면전에서는 과연 가성비가 나올지 의문입니다.
많은 무인기 옹호론자들이 아아전쟁을 예로 드는데 아아전은 사실상 입체작전을 펼칠 능력이 안되는 아르메니아군을 일방적으로 때린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봅니다.
전자전 능력과 함께 후방에 있는 무인기 통제센터를 타격할 능력이 있는 국가였다면 과연 어땠을까요?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앞으로도 당분간은 무인기 부대는 계륵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해요.
자꾸 자율 드론을 이야기 하는데요 그거 현실화 되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차라리 피아식별 없이 무조건 공격하는 킬러봇이 더 현실적이예요.
잘못하면 아군 드론에 아군이 박살날 수 있고 이걸 감당할 수가 없어서 대부분 통제력을 상실하면 자동 귀환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