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게의 갑론을박을 보면 가끔 그럴 듯 하긴 한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논리를 보게 됩니다.
대표적인 주장이 둥펑 미사일 사거리 안으로 항모가 들어갈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무기 스팩에 대한 맹신이 자아내는 과도한 위협 평가가 아닌가 싶어요
실제로 우리는 무기를 스팩으로만 놓고 보는 실수를 종종합니다. 그 스팩이 발휘되기 위해 얼마나 후속 지원 부대가 뭐 빠지게 움직여야 하는 지를 놓치죠. 게다가 그 스팩 역시 때론 확률적이기도 합니다.
순발신관 장착한 고폭탄의 착탄 시 유효살상 반경은 50미터 밖에 안되고 이도 전원 살상시키는 게 아니라 일정 비율입니다.
그 비율도 생각 보다 높지 않아요.
이 살상 효과를 좀 더 끌어올려 보겠다고 하는 짓이 고폭탄에 시한신관 달아서 공중에서 파열시키는 겁니다.
이 역시 이론적으로는 포탄 파열은 구형으로 입체적으로 퍼지므로 실제 살상에 사용되는 파편과 폭풍, 화염은 포탄이 가진 작약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중목적고폭탄이 나왔는데 이게 또 눈 먼 포탄에 눈먼 폭탄이예요.
먼저 이중목적고폭탄이 정확히 표적상공에서 탄저부가 개방되며 탄체의 원심력으로 자탄들이 튕겨져 나와 땅에 떨어집니다.
이게 어디로 떨어질 지는 며느리도 몰라요. X00미터 x Y00미터 범위 안에 떨어진다는 것만 알지요.
날개를 펴고 감속해서 땅에 떨어진 자탄 근처에 뭐가 있을 지는 아무도 몰라요.
착지한 자탄이 다시 도약해 일정 높이에서 파열해 사람과 장잡차량을 살상하는 원리입니다만 이 정도 사이즈의 자탄이 전차를 파괴하는 건 어렵다고 보구요 잘해봐야 경장갑차량 정도겠죠.
게다가 지면이 어떤 이유로 푹신하면 도약화약이 점화되지 않아 불발탄이 될 수도 있구요.
이렇게 재래식 포병의 사격효과는 대단히 통계적 확률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런 불확정성을 제거하는 게 포술입니다만 결과적으로 그 효과는 영화에서 보는 것만큼 드라마틱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눈먼 총알이던 파편이던 제대로 맞으면 사망인 건 변하지 않습니다.
어쨌던 재래식 포병의 사격 효과 판정이 일단 기동 중인 적이 멈추거나 방어작전 중인 참호 속으로 머리를 집어 넣어도 제압했다고 판정합니다.
그 중 아주 낮은 x0%를 살상시켰다면 무력화 시켰다고 보구요 적이 전투 행위를 중지하고 재편성 되어야 하는 수준인 파괴 판정의 살상 비율 역시 의외로 대단히 낮습니다.
이런 단점을 덮기 위해 한 짓이 점표적 공격이 아니라 면으로 표적을 덮어버리는 거였고 이 논리는 전술핵병기 개발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포병의 포격 뿐만 아니라 폭격에 이르기까지 눈 먼 포탄이나 폭탄으로 면을 덮어버리는 배달 양상을 드라마틱하게 바꾼 것이 바로 걸프전입니다.
미국은 폭탄에 눈을 달면서 더 이상 눈 먼 폭탄에 통계적 확률로 맞아 죽는 게 아니라 핀포인트 겨냥 살상을 가능하게 해버렸죠.
그리고 다시 시간이 지나 이젠 포탄에도 눈을 달아 심지어 순항미사일을 격추시키는 아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밀덕들이 여기에 경도되어 이들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처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멍텅구리인 순발신관을 장착한 고폭탄이 값이 싸고 재고가 많아 포탄 배달의 주력상품인 나라가 많습니다.
한국군이 105미리를 차량화하면서까지, 그리고 새로 개발한 120미리 박격포 신상으로 보병의 직접화력지원 화기를 개비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재고’ 때문입니다.
아르메니아가 무인기에 포병 세력이 작살난 것 역시 아무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였습니다.
돈이 있다 해도 군에서 쓰는 모든 물건은 최저가 낙찰품이죠...
이런 이유로 최신무기는 실전에 도입하고 마구 뿌릴 수 있는 것은 미국 정도나 되고 그 미국 조차 이걸 제 양껏 쓰는 것은 진심 모드로 들어가기 전에는 어렵습니다.
그럼 이런 눈 달린 포탄이나 폭탄으로 핀포인트 공격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전장의 통계적 확률에 의존하는 불확정성이 완전히 해소되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미국이 눈달린 포탄으로 순항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육해공군을 아우르는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 시스템이 없다면 순발신관 달린 고폭탄 보다 못한 게 눈 달린 포탄입니다.
복잡한 시스템은 거기에 맞는 복잡한 환경을 요구합니다. 예전 같으면 면으로 덮고 끝냈을 문제를 이제 핀포인트로 찝어내려고 하니 더 강력한 표적 탐지 및 획득 수단이 필요해지고 이건 미국 조차 각군의 역량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통합했기에 가능한 겁니다.
그리고 이런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도 여전히 통계적 확률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다시 등펑의 사거리 문제로 돌아오면 이런 문제로 사거리 안에 있다는 게 백퍼센트 격침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일단 중국의 항모 탐지 및 포착 능력에서부터 발사 후 유도 능력도 있겠지만 이에 대한 전자전과 항모전단의 함대방공 능력 역시 작동하며 개별 시스템이 완벽에 가까울 지라도 이런 시스템과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부딪히면 통계적 확률에 의한 불확정성은 점점 커집니다.
따라서 무조건 둥펑 사거리 안이라고 해서 항모전단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그 보다는 그 위협을 감수하고 항모전단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묻는 게 우선 되어야 할 겁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단순 경계라면 굳이 적의 소총 사거리 안에 병력을 포진시키지 않겠지요. 하지만 고지 점령을 해야 한다면 사거리 안이고 뭐고 보병 돌격시키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