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포클랜드 전쟁의 현실
1> 아르헨티나군은 본토에서 800Km, 포클랜드 제도에서 북동쪽 100Km떨어진 지역의 영해군 함대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항공모함은 계속 이동하므로 찾을 수 없다란 전제부터가 현실과 괴리된 이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상함대는 전파침묵을 할 수 있지만, 항공관제와 지휘가 불가결한 항공모함은 전파방수가 불가피하다. 즉, 통신을 방수할 수 없으므로 역추적 역시 불가피하다.[만일 아르헨티나군에게 고공 비행이 가능한 전파수집기가 있었다면 기동함대의 규모와 구성, 위치는 생각이상으로 더욱 정확하고 빨리 알아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좌표를 산정할 순 없지만, 추정위치를 식별하는 데는 차고도 넘치는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다. 이 당시 아르헨티나군은 해상초계 레이더를 가지지 못하였으나, 항공모함을 타격하는 데 충분한 위치까지 대함미사일을 가진 공격기를 밀어넣을 수 있었다. 하물며 무려 38년이 지난 지금 현대라면?
항공모함은 이동하니 괜찮다, 추적당하지 않을 것이며, 탐지당하지 않을 것이다란 가정은 도대체 어디에서 연원하는가? 하다못해 2차세계대전 기동함대간 타격전 역시 평균적으로 300Km에서 일어났다. 포클랜드 전쟁에서도 지상발진 항공기의 대함타격은 800Km떨어진 해역까지 닿았다.
점차 대함타격 거리는 늘어나고 있는데, 바다 위에 떠서 움직이면 괜찮을 것이다란 미신은 어디에서 연원하는가?
2> 경항공모함의 STOVL전투기, 해리어는 안전한 요격망을 구성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2척의 경항모에 탑재한 28기의 씨해리어는 5월1일~6월 16일까지 47일간 1335소티를 소화했다. 24시간 내내 교대하며, 총력을 다했지만 일일 평균 29소티를 소화하는 수준이었으므로 충분한 CAP전력을 제공할 수 없었다. 아르헨티나군의 기계획된 공습을 막기 위한 씨해리어 편대는 1~2개. 그러니까 6~8기 수준이었다.
특히 엑조세와 슈페르 에탕다르의 대함공격 이후, 경항공모함들은 포클랜드 제도에서 더욱 더 멀리 떨어졌으므로, 해리어들 역시 포클랜드 제도 상공과 함대상공 경계에 발휘할 비행시간은 더욱 더 짧아졌다. 뿐만 아니라 AEW전력이 없었으므로 빈틈으로 파고드는 아르헨티나 공군 전술기들을 먼저 요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함대가 일단 공습을 막아내고, 그 다음 호출된 해리어 편대가 저공으로 달아나는 아르헨티나 전술기들 꼬리를 따라잡아 일방적인 공격을 가했다. 연료가 부족한 아르헨티나 전술기 입장에선 도망가는 것 밖엔 선택지가 없다. 만일 거리가 가까웠다면, 해리어 전투기가 일방적으로 두들기고, 아르헨티나군은 피하기만 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었을까? 만약 아니었다면, 영해군은 시해리어 소모를 감당할 수 있었을까?
씨해리어가 상대한 아르헨티나군의 주요 기체는 A-4와 대거, 슈페르에탕다르, 미라지3이지만, 실제 영해군 타격에 가담한 주요 항공기는 A-4B와 대거, 슈페르에탕다르이며, 그나마도 가장 성공적인 대함공격을 가한 A-4B와 슈페르에탕다르가 아음속 기체였기에 그나마 추격과 공격이 가능했다는 점은 분명히 고려해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실전전훈은 왜 전혀 고려조차 하지 않는가?
아르헨티나 대비 가상적국의 공대함미사일 사거리가 짧은가? 전술기의 전투반경이 짧은가? 대함미사일 수량이 부족한가? 해상초계기가 없는가? 공중급유기가 없는가? 아니면 아르헨티나 본토에서 600~800Km떨어졌던 영해군 기동함대 같은 거리라는 메리트라도 있는가? 도대체 어떤 요소를 가지고 경항모가 유용한 수단이라 주장하는가?
3> 경항공모함이 어떨지 어찌 아느냐? 나름대로 쓸모가 있으니 각국이 보유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한다면. 포클랜드 전쟁에서 국가의 명운을 걸고 운용한 영국은 왜 포클랜드 전쟁 직후, 아크로열의 부재를 통렬히 반성했는가? 왜 통상형 정규항공모함의 보유를 강력히 주장했는가?
경항공모함을 "국가 전략 무기, 정치 외교적 무기"로 치부하면서. 진짜로 경항모를 전략무기로 운용해 본 국가가 경항모를 거부한 사실을 왜 언급하지 않는가? 우리와 규모가 비슷한 영국과 프랑스가 항공모함을 전략적 수단으로서 적극적인 활용을 하려 하며, 그 결과 배수량 7만톤 이상의 규모를 결정내린 이유는 왜 언급하지 않는가?
스텝 바이 스텝을 주장하지만, 정작 항공모함이란 대형 함정은 그 특성으로 인해 후속함의 등장을 지연시킨다. 스텝 바이 스텝을 하자면 스텝과 스텝의 사이는 짧아야 한다. 그러니 KFX조차도 스텝과 스텝을 당기기 위해 최대한 여유 있는 플랫폼으로 개발하고 있다. 헌데, 스텝 바이 스텝을 주장하며, 추가적인 개장과 개량에 한계가 존재하는 규모의 경항모를 주장한다? 모순 아닌가? 항공기의 스텝이 10년이라면, 함정의 스텝은 30년이다...
30년 단위 스텝 바이 스텝을 주장하며, 지금 당장 해로가 끊기니 당장 경항모를 준비해야한다고? 이건 모순이지 않은가?
4> 솔직해지자.
경항모만 가지면 뭔가 국가 전략이 변할 것이다, 란 생각은. 포클랜드 전쟁 하나만 살펴봐도 덧없는 이상이다. 경항모 2척의 영해군 기동함대는 아르헨티나가 개전시기를 조금만 늦췄다면 끝장났을 것이다. 아르헨티나가 슈페르 에탕다르에 엑조세 20발만 제대로 장비했어도 영국의 패전으로 끝났을 것이다.(불과 엑조세 5발에 영해군이 입은 피해는 엄청났다.)
씨해리어 28기를 가진 영해군 기동함대가 전술기 100여기를 상대한 전쟁이 포클랜드 전쟁의 거의 모든 것이다. 영국 기동함대의 핵심인 경항모가 격침될 위기가 몇차례고 지속되었다는 점을 고려해보자. 그리고 소위 말해 "전략무기"라는 경항모가 상대해야 할 특정 가상적국 해군항공대 전술기만 700여기라는 점을 고려하자.
이런데도 전략무기로서 전략적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착각은 좀 버리자. 작전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문제라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함대를 가지고 무슨 군사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인가?
5> 가질 거면 제대로 가져라.
필요한 전시에 아무 것도 못할 무기를 뭐하러 사는가? 군대가 대학인가? 아니면 무기가 교보재인가?
반박으로 일본을 들먹일 필요가 없다. 그네들이 쓰겠다는 난세이 제도와 오키나와 제도 부근 해역에 일본은 다수의 대함/ 대공 미사일 포대와 군사지원시설을 건설해 요새화 해놓은 상황이다.
여기에 다수의 비행장 역시 가지고 있으므로.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해군이 포클랜드 제도에 전개한 레이피어 대공포대, 임시 착륙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전술기들은 포클랜드 전재 대공포대와 임시 착륙장 덕분에 포클랜드를 멀리 우회해 영해군 기동함대에 접근해야 했으며, 그 덕분에 작전이 더더욱 어려웠다.
그런데 일본은 E-2D를 다수 보유할 예정이다. 연료와 탄약을 대공/대함 포대를 배치한 요새화 도서에 적치하고, 지원시설을 경화한다면. 경항모의 단점인 부족한 작전지속능력, 부족한 해상군수지원능력, AEW전력부재, 항공기 소티 부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지상 기지는 본질적으로 항모에 비해 더 많은 소티를 지원할 수 있으며, F-35B가 하루 6소티 이상을 소화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의 지리적 배경이 일본과 비슷한가? 제주도를 언급하지만, 지도를 살펴보자.
남방 해상항로를 언급하면서 뻥 뚫린 공해마냥 언급하지만. 제주도 남방이 과연 뻥 뚫렸는가?
제주도 남방에서 함대가 나가는 길을 딱 2개뿐이다. 대만해협 아니면, 일본이 요새화한 난세이, 오키나와 제도를 통과하거나.
상식적으로 여길 경항모로 통과하겠다고?
중국과 일본을 어디까지 만만하게 보는 건가?
그 정도로 만만하게 본다면 함대도 필요 없이 본토에서 북경이니 도쿄니 쳐들어가는 쪽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6> 경항모가 필요하다는 쪽의 논리를 차용하면, 활용가능한 최저한은 대형정규항모 뿐이다.
합리적으로, 현실적으로,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가지자고 주장할 거면, 정식 정규항모를 가지거나, 정식 정규항모로 전환이 빠른 시간내에 가능한 대형 선체 항공모함을 가지자고 해야 한다. 스텝 바이 스텝을 주장할거면, 경항모 가진 다음 대형항모 건조한다라는 30년 단위 초장기 계획을 말할 게 아니라, 기존 선체를 3~4년 개장하여 다음 스텝 넘어갈 수 있는 대형선체 경항모를 주장하라.
그도 아니라면, 솔직해져라.
쿼드의 2등급 국가로서 열심히 미국의 국익에 봉사하는 수단으로 유용하다고 인정부터 하자.
까고 말해서 국가전략이니, 전략수단으로 유용하니, 해로니 뭐니 엮는 건 머리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뭐 하나라도 그럴 듯해야 고개라도 주억거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