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KF-X 탑재용 AIM-120에 대한 EL승인을 불허함에 따라 한국은 KF-X에 Meteor를 통합할 준비를 하고 있다. KF-X와 Meteor의 체계통합이 다행히 승인된 상태이나,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진 항공기 레이더와 공대공 무장의 통합은 기술적으로 난제일 뿐만 아니라 예상하지 못하는 외교적인 걸림돌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일본은 미국산 항공기 플랫폼의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BVR 미사일 유도용 지령송신기를 자체 개발하였으며, 인도는 자국산 항공기에 Meteor를 탑재하는 것을 포기하고 독자 BVR 공대공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KF-X에 자체 개발한 공대공 미사일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은 그동안 천궁과 해궁 등 지상발사형 대공미사일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왔다. 항공기 체계통합을 제외한 대공미사일 개발기술은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천궁이나 해궁을 KF-X에 그대로 장착하기에는 너무 무겁거나 너무 작다. 이중모드 탐색기를 장착한 해궁은 약 120kg으로 AIM-120보다 가벼운데,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로켓모터의 특성상, AIM-120보다 적은 부피로 긴 사거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일본이 2023년을 목표로 AESA 탐색기를 장착한 Meteor를 F-35에 탑재할 계획인데 반하여, 우리는 2028년 이후에 AIM-120급을 운용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 KF-X 통합을 위해 소량의 Meteor 도입도 병행함으로써 체계 통합과정에서 미사일의 운용과 통합 관련 기술들도 같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확보한 기술들은 향후 중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국내 개발에 직접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국산 공대공 미사일이 Meteor와 같은 덕티드 램제트 엔진을 기반으로 한다면, 이미 수행한 KFX-Meteor의 체계통합 결과를 십분 활용하여 기술개발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국과연은 KF-X에 장착할 공대함-II 유도탄 개발을 위하여 램제트 엔진분야의 핵심기술 연구를 오랫동안 추진해 오고 있는 중이다. 공대함-II 유도탄 개발을 준비하면서 확보한 탐색기, 램제트 엔진 및 데이터링크 기술들은 중거리 공대공 국내 개발에 큰 어려움 없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400mm급 공대함 유도탄과 200mm급 공대공 미사일은 주요 구성품의 크기는 다르지만 동일한 설계개념과 형상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 접근을 통하여 덕티드 램제트 미사일이 고체로켓 추진 미사일 대비 상대적인 단점으로 지적되는 양산단가의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 항공기의 레이더 탐지성능이 증가함에 따라 BVR 영역에서 운용할 수 있는 중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에 대한 개발경쟁이 치열하다. 2000년대 이전 BVR 미사일은 100km 미만의 사거리를 가지고도 충분했으나 근래 개발추세는 최소 200km 이상을 목표로 하면서, 동시에 항공기의 내부 무장창에 장입이 가능한 소형화를 요구하고 있다. KF-X에 장착할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사거리나 형상에 대한 까다로운 요구조건과 함께 항공기 체계통합을 위한 기술적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 다행히 KF-X 항공기와 Meteor 미사일의 체계통합이 준비 중이므로 KF-X에서 운용할 중거리 공대공 전력에 대한 전망은 밝다. 국내 개발 측면에서도 KF-X와 Meteor 미사일의 체계통합 성과와 국과연의 성숙된 기술을 융합하면 선진국보다 앞선 미사일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출처

중거리 공대공 유도탄 개발전략(국방과학기술플러스 248호)

http://blog.naver.com/jhst3103/222242991208

국산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CG

국과연이 발행하는 국방과학기술 플러스에 공개된 C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