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 제국주의가 가능하게 했던 기술적 진보는 육분의(Sextant) 와 시계 (chronometer) 였습니다.
육분의에 의해 위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크로노미터와 조합해서 경도를 파악할 수 있었죠.
이 기술은 현재에도 계속 사용되고 있고, 항해 계기로 쓰는 육분의는 1/10 분까지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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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중반부터 전자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천문 항법을 자동적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계식 천문 항법 장비는 주간에도 주요 천체 11개의 위치를 파악해 오차 범위 90m 이내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장비들은 선박은 물론 일부 군용기에도 탑재되었다. 심지어는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대륙간 탄도 미사일)도 지구 대기권 밖을 비행할 때 기계식 천문 항법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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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위도, 경도 몇 도 라고 말하는데,
지구를 360 도로 나누고 1 도를 60 등분한 1 분이 1 해리 ( 1852 미터 ) 가 됩니다.
1 분을 또 60 등분한 1 초는 30.866666 미터이고요.
항해용으로 쓰는 육분의는 1/10 분 ( 6 초 ) 단위이니 최대 185.2 미터 단위로 현재 위도를 파악할 수 있고요.
( 적도 기준이고, 북극이나 남극쪽으로 가까워질수록 거리 단위가 대폭 줄어듭니다. )
경도는 그리니치 천문대 시각과 현재 위치 (태양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 시각의 차이로 구할 수 있는데,
시계의 오차 1 초는 경도로 15 초, 거리로는 적도 기준 463 미터에 해당합니다. (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짧아짐 )
만약 ICBM 에 탑재한 시계가 날아가는 도중에 1 초 오차가 나면 목표물에서 최대 463 미터 벗어난다는 얘기가 됩니다. 물론 기계식 시계보다 못 한 시계를 달리는 없겠고요.
참고로 흔해빠진 1 PPM 정밀도 시계는 한 시간에 0.0036 초 ( 거리로는 최대 1.6668 미터 ) 오차입니다.
( PPM 수치가 작을수록 정밀 )
1755 년에 만들어진 크로노미터 H4 의 경우 81 일동안 겨우 5.1 초의 오차 (0.73 PPM) 만 발생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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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중력 가속도 세기가 위치에 따라 다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서 중력 지도를 만들고,
중력 센서를 이용해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나가는 기술도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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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를 측정해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을 Celestial navigation (천문항법, 직역하면 천체 항법) 으로 부르는데요.
As early as the mid-1960s, advanced electronic and computer systems had evolved enabling navigators to obtain automated celestial sight fixes. These systems were used aboard both ships and US Air Force aircraft, and were highly accurate, able to lock onto up to 11 stars (even in daytime) and resolve the craft's position to less than 300 feet (91 m). The SR-71 high-speed reconnaissance aircraft was one example of an aircraft that used a combination of automated celestial and inertial navigation. These rare systems were expensive, however, and the few that remain in use today are regarded as backups to more reliable satellite positioning systems.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s use celestial navigation to check and correct their course (initially set using internal gyroscopes) while flying outside the Earth's atmosphere. The immunity to jamming signals is the main driver behind this seemingly archaic technique.
무려 1960 년대에 11 가지 천체 ( 태양, 달, 화성, 금성, 목성, 토성, 북극성.. ) 관측하는 방식으로 선박/항공기에서 91 미터 미만의 정확도로 위치 확인했다고 나와있네요.
SR-71 정찰기가 천체 항법과 관성 항법 장치를 동시에 사용했다 하고, ICBM 에도 사용되었고요.
물론 사람이 일일이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항법 계산기가 알아서 계산해주는 것입니다.
육분의, 정밀 시계, 항법 계산기를 통합한 digital sextant 를 개발한 국내업체도 있네요.
GPS 가 먹통인 상황에서도 언제 어느때라도 1 초내로 현재 위치 파악 가능하다는 장점을 내세우는 모양입니다.
참고로 구름이 없고 빛을 산란시킬 공기가 없는 대기권 밖에서는 대낮에도 태양 이외의 천체들도 충분히 관측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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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항법장치 (Inertial navigation system) 의 정밀도도 옛날과 달리 지금은 1 시간 날아가도 200 ~ 300 미터 오차밖에 안 난다고 하죠.
일반적인 탄도 미사일은 관성항법장치를 주장치로 쓰고 관성항법장치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적되는 오차를 GPS 로 보정합니다만, ICBM 은 관성항법장치가 주장치이고, 오차 보정을 천문항법장치, 중력센서등을 활용해서 합니다.
**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추가합니다. 전통적인 천문항법장치는 기계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시 마모등의 이유로 오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무한 수명의 반도체 소자인 star sensor 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소비전력 문제도 있겠고요. 기계적 수명 문제가 없다면 천문항법장치는 언제 어디에서나 심지어 우주공간에서도 오차 범위는 항상 동일합니다.
star sensor 라 해서 거창할 것 같지만, 천문항법장치의 일종이고, 외형만 보면 휴대폰이나 CCTV 에서 볼 수 있는 카메라와 뭐가 다른가 싶을 정도입니다. 별등을 찍은 이미지를 처리하는 기능이 붙어있다는 것만 다르죠.
좀 과장해서 말하면 휴대폰 카메라 정도만 달아놔도 ICBM 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궤도 수정을 해나갈 수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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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군축협상 때문에 ICBM 의 개선 기회가 사라지고 최신기술이 적용되지 못 하고 있으니,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길어지면 공산오차(CEP) 가 커진다는 미신 아닌 미신이 통하는 상황인데요.
사실 핵탄두를 CEP 몇십미터, 몇미터 이런 수준으로 투발할 필요성이 없으니 굳이 예산 들여서 CEP 개선해야만 할 이유도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