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DEC 이야기
내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제트엔진 등이다. 제트엔진에 대하여 알고 싶어 정부출연기관, 연구소, 논문, 인터넷 등 여러 곳을 섭렵하였으나 그것으로선 정보가 충분치 않았다. 물론 여기에 와서 게시판을 보며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Give and take라고 내가 여기서 얻은 것이 있으니, 나도 “썰”로 갚으려 한다.
나는 처음엔 제트엔진은 그냥 쇳덩어리로만 생각하였다. 보통의 한국 사람의 개념으로 한국의 중후장대 산업의 기술 경쟁력이 우수하여 주단조(Casting and Forging) 기술과 금속의 절삭가공 및 열처리 기술이 세계적으로도 탁월하니 그 정도는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제트전투기를 만들기에는 여러 개의 허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무슨 허들이 있는지 간단히 알아보자.
- 내열 금속 ;
일전에 내열금속의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제트엔진과 가스터빈”을 발제한 적이 있다
http://www.gasengi.com/main/board.php?bo_table=military&wr_id=579475&sca=&sfl=wr_name%2C0&stx=singularian&sop=and&page=3
여기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한국이 F414엔진 수준에 요구되는 1,500’C는 넘어 지금은 1.650‘C 까지는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미국과 일본은 약 1,900’C를 넘나든다고 하니 아직은 갈 길이 남아 있다.
- 터빈형상 디자인(설계) ;
한국은 매우 많고 다양한 제트 엔진을 정비 및 수리하고 있다. F-5를 위시하여 F-4, F-16, F-15와 다양한 헬기 및 선박용 터빈엔진을 메인터넌스 하고 있다. 기술 인력도 경험도 풍부하다. 최근에는 발전용 가스터빈도 개발완료 했다하니 상업화가 가능할 정도의 형상설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
- 터빈날개(Turbine Blade) 디자인(설계) ;
자동차 한 대 값인 터빈 블레이드의 Air Flow Hole 그림이다. 왼쪽의 60년대와 가운데 70년대를 거쳐 현대에 와서는 더욱 복잡한 Air Flow Channel을 보여준다. 국산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나, 자국 수요용 터빈의 온도를 충족할 수 있을 정도 까지는 국산화 되어 있다고 들었다. 구형 터빈에 소요되는 낮은 온도의 것은 오래전부터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었다.
- 연소실 디자인(설계) ;
말을 들어보니 위 그림과 같은 제트엔진 설계 중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Hot Section에 있는 연소실(Combustion Chamber)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거 뭐 별건가 했지만, 보면 볼수록 가장 어려운 부분이 연소실이라는 것에 이해가 간다.
이를 이해하기위하여, 여기 볼만한 비디오가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lYT52qS5qQ
2:50에서 부터 잠깐 나오니 개념만 보면 된다. 여기 연소실에는 전도, 대류, 복사, Flow Control, 연소 및 냉각 등의 열 관리기술이 총 망라되어 녹아있는 것이다. 적정 연료의 량으로 부터 최고의 기체 팽창비를 얻는 것이 기술이다. 사실 여기의 기능으로 엔진의 효율과 수명이 좌우된다.
최적의 연소조건이 아니라면 불완전 연소, 검은 연기, 추력과 엔진 수명저하 등의 현상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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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것을 다 이루었다고 그것이 끝은 아니다. 이것은 그냥 Hardware 제조만의 끝일뿐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높은 허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바로 내가 이야기하려는 FADEC이다.
FADEC은 Full Authority Digital Electronics(또는 Engine) Control 의 약어이다. 이것은 디지털 컴퓨터로 구성되어 Software로 제트엔진을 제어한다.
FADEC은 사실 파일럿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 주변 환경을 측정 및 분석 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수행한다. 그것은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FADEC은 Full Authority Digital Engine Control의 줄임말이다. 여기에서 Full Authority란, 엔진이 독자적으로 수행한다라는 다른 말로,
- 엔진 : 엔진은 파일럿의 부하가 아뉩니다.
- 파일럿 : 뭐? 그럼 나하고 맛 먹자는 거야 ?
- 엔진 : 아니 뭐 꼭 그런 것은 아뉘고요... 그냥 말이 그렇다는 것 입니.....
- 파일럿 : 야, 눈 깔어.....
- 엔진 : 눼.....
엔진이 파일럿에게 눈을 깔고 엎드린 것은 고공에 올라가봐야, 파일럿 말고는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그랬다는 썰(?)도 있다. ^^
FADEC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기에 참고할 만한 기사의 링크를 걸어 논다. P&W 캐나다와 차이나간의 FADEC S/W 유출 사건에 미국의 소송결과 P&W는 US$7,500만(약 820억원) 이라는 거액의 벌금을 냈다.
https://www.nytimes.com/2012/06/29/business/global/arms-contractor-pleads-guilty-on-china-exports.html June 28, 2012 뉴욕 타임즈 기사이다.
이를 간단히 소개하면, 차이나는 개발중인 WZ-10(https://en.wikipedia.org/wiki/CAIC_Z-10) 공격헬기용 엔진인 PT6C를 P&W로 부터 소량 구매했고 이를 무단 복사해 국산화를 하려하는데, 엔진 복사의 마무리에는 FADEC S/W가 절실했다.
컴파일 된 바이너리 파일이 Embedded 된 FADEC은 임의의 조작도 수정도 불가하다. 그래서 P&W 경영진에게 자국 비즈니스의 반대급부로 FADEC S/W를 요구했다.
다른 큰 오더를 미끼로 던진 차이나에, P&W 경영진은 그 미끼를 덥석 물고, 캐나다의 자회사를 통하여 민간사용을 전제로 “주석(설명문)이 포함된 FADEC S/W의 소스코드”를 차이나에 제공했다. 소스코드에 설명이 달린 설명문은 프로그램의 해석과 수정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PT6C의 민간 사용은 없었다. P&W 경영진이 몰랐을 리가 없는 민간사용은 처음부터 둘 간의 군사용품의 민수위장 사기거래였었던 것이다.
결국에는 미국 정부에게 들키게 된다. 미국은 FADEC S/W의 가치를 US$20억(2조원)으로 판정했다. 미국 정부는 P&W 경영진을 재판에 넘겼고 회장에게 유죄판결이 났다.
FADEC의 중요성은 다음을 보면 알 수 있다.
https://www.skybrary.aero/index.php/Full_Authority_Digital_Engine_Control_(FADEC)
FADEC을 부착함으로 연비, 엔진 보호로 안전확보, 엔진 및 항공기 시스템 통합, 모니터링 및 진단 제공 가능, 모니터링 해야 하는 매개 변수를 감소, 운영 신뢰성 확보 등이 있다. 만약 FADEC이 달리지 않은 전투기를 타야한다면, 파일럿은 자기가 탈 전투기와 엔진을 온전히 신뢰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FADEC이 엔진을 구동시키기 위한 최적의 변수를 얻으려면, 지상 및 고도별, 압력별, 산소 희박도별, 온도별, 상승시, 하강시, 저속시, 고속시 등등등 다양하고 가혹한 조건에서 얻어지는 RAW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그것도 많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빅 데이터가 없이는 FADEC에 조건별 변수를 넣어줄 수 없어 최적의 프로그램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빅 데이터는 돈과, 시간과 사람을 갈아 넣어야 한다.
그 빅데이터를 얻기엔 시험용 엔진을 혹처럼 달고 다닐 시험비행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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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에서 궁금증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 KF-21의 F414-GE-400K에 FADEC S/W는 어떤 상태로 공급되고 있는가. 이것을 알기 위하여, 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 여러 곳을 두드리며 찾아봤다. 그러나 아무 곳에서도 알아낼 수는 없었다. 그런 상태로 상당기간이 지났다. 마침내 직접 물어보기로 결정하였다.
물어보고 한참... 기다려도 답이 없었다. 안되나 보다라고 체념하고 있었는데, 땔랑 ... 드디어 답이 왔다.
그 답은 ;
1. 타국가 수출용 전투기 엔진의 FADEC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는 미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이전이 제한되는 품목으로서 엔진 운용을 위한 실행 소프트웨어만 제공받는 상황이다.
2. 그러나 향후 KF-21 운용시에 문제가 없도록 국산화 하여 장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3. 동시에 운용에 필요한 자료를 단계적으로 이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 추진 중.
역시 예상대로 FADEC 소프트웨어를 그냥 줄 리가 만무하다. 비록 라이센스 생산이라도 미국은 통제권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든 것은 나무랄 수 없이 당연하다. 하긴 “윈도우10” 사면서 소스코드까지 달라하면 주겠나. 그런 맘먹는 것이 날강도이지.
다행인 것은 우리도 그 FADEC의 중요성을 알고 국산화 계획이 있으며 이미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것을 보면, 한국은 몇 회전이나 될지 모를 전투의 첫 번째 라운드를 방금 깔끔히 마친 것 같은 시원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