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항모 시안이 대우와 현대에 의해 공개되었습니다. 예상보다 잘 나왔다는 호평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요.
항모가 현재 우리나라에 있어서 불요불급한 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단 호위가 뒷받침되지 않는 항모는
사실상 무쓸모한 존재고, 현재 우리나라는 전단 호위 병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며,
좁은 근해에서 항모 작전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크고 아름다운 과시용 무기가 되거나, 미국 항모 전단의 일원으로 따라다니며 대 중국 첨병으로서의
상징성을 과시한다는 용도로 쓰이게 된다고 봅니다. 어차피 우리는 중국보다 미국과의 외교 관계에 더욱
신경을 써야하겠지만, 그렇다고 대 중국 연합 전선의 최전방에 나서서 총알받이가 될 이유는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에 경항모가 잘 빠지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항모를 일종의 '매몰비용'으로
봐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함재기 등의 추가 예산 투입에 있어서 보다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지요.
함재기 구매 비용 문제에 있어 해군은 여전히 록히드 마틴이 제시한 순수 기체 가격인 대당 1,200억 정도를
구입 단가로서 홍보 자료에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저 가격으로
F-35B를 구매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순수 깡통 기체만 사는 것이 아니라, 제반 옵션들도
전부 다 구매해야 실제 전력으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실 구매비용, 즉 Full Program
Cost는 대당 3,000억 이상이라는 절망적인 가격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는 F-35A의 한국 공군의 추가
구매 예산에서 추정되는 대당 1,650억원의 도입 요청가격에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 차이입니다.
더구나 운용 유지비 측면에 있어서도, F-35의 소티 당 운용 유지비는 $36,000의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A, B, C형 모두의 평균을 낸 수치로 가정을 해 봅니다. B형의 운용 유지비는 C형보다도 25%가 더
나온다고 예전에 영국 국방부에서 계산하였다고 하는데, 그럼 A형과의 차이는 도대체 얼마가 될까요.
최소한 리비아 전쟁에서 나온 소티 당 4만 유로로 알려진 라팔의 운용 유지비를 가뿐히 넘을 것은 쉽게
예측이 가능합니다.
다행히 이번 경항모에서 현대가 제시한 모델은 추가적 성능 개량이 가능해 보입니다. 어레스팅 와이어를
설치한다면, F-35B뿐 아니라 수퍼 호넷도 이론적으로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도 항모에
운용하기 위해 스키 점프대에서의 이륙을 수퍼 호넷이 실증한 상황에서 함재기로서 수퍼 호넷을 상정해
놓고 록히드 마틴사의 F-35B 선구매 계약 압박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퍼 호넷도 단점은 있습니다. 2021년 미국에서 24대 주문이 마지막이기 때문입니다. 예전 FX 초기
사업 때의 단종 모델 구매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고, 스텔스 능력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이 4세대의 낡은
구형 모델이라며 싫어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대중국 전력으로서 수퍼호넷은 매우 위력적인 무기입니다.
중국의 짭 스텔스기들과 충분히 맞설 수 있고, 함재기 전력 비교에서는 중국의 J-15를 압도하니까요.
더구나 보라매와의 동일 엔진 공유를 생각하면, 정비의 용이성에서도 큰 잇점이 있습니다.
어차피 일본 상대로는 F-35B의 도입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기체의 모든 정보가 일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일본으로의 정보 유출 방지 측면에서는 수퍼 호넷의 도입이 오히려 나을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공중전이 발생할 경우 함재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F-35B를
20기 도입하더라도 실제 공군 전력 향상에는 큰 도움이 안됩니다.
수퍼 호넷의 순수 기체가격은 700억 전후. Full Program Cost도 1,200억 남짓으로 예상 가능하며, 소티 당
운용유지비 측면에서도 F-35B와는 비교가 안됩니다. 물론 '스텔스'기능이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만, 그럼
우리가 보라매를 도입하며 스텔스 기능이 없다고 볼멘소리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보여집니다.
정말 스텔스 기능의 하이레벨 전술기의 확보를 원한다면, F-35B를 살 돈으로 F-35A를 추가 구입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기도 하구요.
보라매 발표 전후 미국 군 내부의 F-35 도입 축소 주장을 보며 보라매의 뛰어난 가성비를 칭찬하던 일부
밀매들이, 함재기 도입에 있어서는 가격은 별로 문제가 안된다는 이중 잣대를 보이는 것은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한국은 결코 돈이 많은 나라가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미국과 외교적 딜을 위해 경항모의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함재기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의 군사적 국익을 철저하게 관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