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표에 원래 들어갔던 엔진이 MT-883 인데요.
이게 EuroPowerPack 에 쓰일 정도로 베스트셀러죠.
1500 마력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감을 못 잡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전기 단위로 바꿔보면 1500 PS 는 1.10325 MW 에 달합니다.
이 힘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디젤 엔진은 무려 27,361 CC 짜리죠. ( 27.4 리터 )
참고로 흑표에 적재하는 연료양은 1296 리터인데,
디젤 연료가 갖는 에너지 양은 10,722 Wh/리터이니까,
총 13.9 MWh 의 에너지를 적재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디젤 엔진이 연료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완전히 다 활용할 수는 없죠.
위 문서에서 말하는 열효율은 엔진 회전축 기준. 변속기/바퀴/궤도 등을 거치면 더 하락. )
경제성이 아니라 성능과 소형화에 목숨건 탱크 엔진이니
효율이 많아봐야 엔진 회전축 기준으로 30 % 정도 나온다고 가정한다면
4.17 MWh 의 에너지가 나오는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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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전력회로의 효율은 엄청나게 높기 때문에
모터 회전축 기준으로 그냥 간단히 90 % 만 잡아도
4.63 MWh 의 전력을 저장할 배터리가 있으면 흑표와 동급 또는 그 이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 문서를 보면 전고체 배터리의 이론적 한계가 495Wh/㎏ 라고 하네요.
신기술에 의해 실제로 500Wh/kg 이 구현된다고 가정한다면
배터리 셀 자체 무게만 해도 9.26 톤이 필요합니다.
( 현재 기술로는 20 ~ 30 톤 )
미래에는 넣어볼 수 있는 무게라 보이시겠지만, 부피 문제가 남습니다.
리튬은 부피당 무게가 물의 절반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가벼운 금속입니다.
그래서 9.26 톤 짜리 배터리에 필요한 공간은 무려 18000 리터는 되어야 할 것이고요.
이 정도 배터리가 내는 열은 무지막지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할겁니다.
18000 리터면 높이 1 미터일 경우 가로 7.5 미터, 세로 2.4 미터 정도가 됩니다.
( 현재 기술로는 이것의 2 ~ 3 배 공간 필요 )
승무원, 포탄, 모터, 변속기 다 안 넣고 배터리로만 채운다해도 넣을 수 없겠네요.
( 탱크는 장갑이 두꺼워서 내부 공간이 엄청 작습니다. )
간단히 말해서 전고체든 뭐든 미래에 나올 엄청난 배터리로도 부피 때문에 탱크 동력원으로 쓸 수 없습니다.
탱크는 물론이고 장갑차 등 모든 육상 병기에 못 넣는다고 봐야죠.
민간용 차량에서 공간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대형 트럭에서도 적재함 바닥 높이가 높기 때문에 바닥에 배터리 깔 공간 나오죠.
차체 자체가 탱크에 비해 훨씬 커야 되고요. 50 톤 트럭 크기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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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충전은 어찌 할 거냐는 말도 사치입니다.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니까요.
리튬 계열 배터리는 탱크에 비해 매우 안전한 환경에서 훨씬 얌전히 달리는 승용차에서도
폭발/화재 사고가 나는 판이죠. 게다가 불 나면 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중국의 충전소에서 전기차 1 대가 불 나니까, 그 충전소에 있던 모든 전기차가 다 불 타버렸다죠.
미국에서도 전기차 불 난 것 진화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습니다.
그냥 다 탈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고, 다른 곳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일 정도.
전고체 배터리는 폭발/화재 걱정없다지만, 어디까지나 민간용 차량 수준에서 얘기입니다.
전해액이 고체라서 걱정없다 해도 리튬 자체가 불 붙으면 대책 없죠.
포탄 한 방이라도 맞으면 어찌 될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이에 반해 디젤 연료는 굉장히 안전해서 디젤 연료통이 장갑의 역할을 하게 하기도 합니다.
( 포탄 맞아도 불 안 붙고 오히려 포탄의 위력을 대폭 감쇄시킨다는 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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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를 쓰자는 말도 많은데 제가 예전에 쓴 아래 글들 참고해보세요.
탱크에 수소 쓰는 것 역시 연료전지/수소 탱크의 무게/부피등 걸리는 문제가 리튬계열 배터리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따져보기도 귀찮을 정도로 문제가 가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