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여러 차례 발제글로...
그에 대한 관련 의사를 피력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 글들을 지켜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로선 왜 항모 토론에 독도나, 이어도가 나오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해역 혹은 도서를 통제하고, 방어하고자 한다면. 가장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해당전역의 제공권을 장악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항공모함이 크게 활약한 태평양 전쟁은 모두가 한결같이, 도서지역의 비행장을 제압하느냐, 못 하느냐가 섬의 함락여부를 결정짓는 요소였습니다.
따라서 독도 혹은 이어도의 방어 및 확보에 항공모함을 언급하는 건 부적절한 것입니다.
과달카날 전역 초창기를 제외하고, 일본 해군측 대부분의 피해가 죄 핸더슨 비행장에 포진한 캑터스 항공대에 의한 것이었고, 전투는 이런 저런 변주가 있지만, 결국은 핸더슨 비행장을 파괴하느냐, 지키느냐의 싸움일 따름입니다. 이는 어떤 해역과 도서를 장악하는데 있어 제공권과 비행장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는 중요한 전훈입니다.
따라서 독도 혹은 이어도가 위급하며, 그 방어를 위한다면.
독도나 이어도를 통제할 수 있는 비행장을 최대한 가까운 곳에 짓거나, 그런 비행장에 항공전력을 증원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입니다. 이런 한 편, 독도, 이어도를 위협할 수 있는 상대방의 항공기지를 파괴할 수 있는 전력 역시 갖춰야 합니다. 이것이 공수 양면의 대비라고 본다면.
항공모함이 메인 플레이어로 껴들 틈은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즉, 항공모함의 존재의의를 어필하자고, 독도나 이어도를 언급하는 건 아주 불리하게 돌아가는 자승자박 논리일 것입니다.
항공모함은 생존성이 지극히 취약한 함종입니다. 반면 보충은 어렵고, 수리 역시 어렵습니다. 즉, 한 번 데미지를 입으면 오랫동안 전선에서 이탈해야 합니다. 특히 주야전천후 작전이 불가능했던 태평양 전쟁에선 이런 우려로 미해군이나 일본 해군이나 아주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과달카날에 미해병대를 상륙시킨 미해병대는 항공모함의 손실을 우려하여, 항공모함을 비롯한 기동함대를 빼돌린 바람에 사보섬 해전에서 초계함대가 박살나며, 미해병대가 고립되고, 도조타임이라 자조하는 괴롭힘(공습, 수상함대 포격)에 시달리며, 보급난에 절절 거립니다. 설혹 머물고자 하였더라도 연료의 부족으로 오래 머물순 없었습니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항공모함은 작전지속능력이 한정적입니다. 즉, 핸더슨 비행장이 완성되고, 항공전력이 전개되기까지 미해병대의 고립과 해역 제해권 확보는 어차피 불가능했을 거란 뜻입니다.
이건 동부 솔로몬 해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항공모함의 손실을 우려한 나구모가 물러남으로서 남은 수상함대과 수송함대는 그야말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즉, 제공권을 상실하면 어떤 수상함대도 해역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이는 그나마 가장 가까운 현대해전인 포클랜드 전쟁에서도 드러납니다. 엑조세를 장착한 슈페르 에탕다르 몇 기 때문에, 엑조세를 모두 완전히 소모한 걸 확인하기 전까지 그 사정권 밖으로 물러난 영국 기동함대를 생각해 보십시오.
따라서 전면전에서 독도 혹은 이어도와 그 주변해역은.
그 주변 해역을 통제할 수 있는 비행장을 중심으로 벌어질 것이며, 이런 격렬한 수위를 생각한다면 항모가 껴들 구석은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한 발만 피탄당해도 전쟁에서 완전히 아웃당하는 항공모함을 작전에 적극적으로 투입할 해군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항공모함의 위력은 비대칭성으로 발휘됩니다. 즉, 항공전력이 항모보다 부족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대상일때 그 위력이 발휘되는 것입니다. 적이 아측보다 없거나, 부족해야 되는 것입니다. 이미 독도나 이어도 및 그 주변해역은 주변 여러 비행기지의 작전범위 안에 들어갑니다. 외려 항모에게 비대칭적으로 돌아가는 환경이죠. 따라서 이들 비행장을 파괴하거나 점령하지 않는다면, 해역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순 없습니다.
때문에 만약 전면전이 일어난다면, 결국 그 주변 비행장과 그 주변 주요 공역에서 전투가 벌어질 것이며.
이에 대해 항공모함이 할 수 있는 건 지극히 보조적인 역할뿐입니다. 그러니 이런 보조적인 역할을 가지고 항공모함의 필요성과 소요를 주장한다면, 스스로 목을 죄는 자승자박의 논리만 만드는 것입니다.
군사적 마찰 및 대치
전면전이 아닌 군사적 마찰이나 대치사태일 경우에도 마찬가집니다.
항공모함을 이용해 항공력을 파견할 순 있겠지만, 영구적이진 못합니다. 죽치고 24시간 365일 내내 최소한의 밀도로 유지되는 항공력을 지속제공할 순 없습니다. 그게 가능한 건 육상 비행기지뿐입니다.
물론 해군이라는 단일 군종의 입장에선 별개 지휘라인을 따르는 공군 항공기의 작전지원에 요청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고, 따라서 자체 항공력을 보유하고 싶겠지만. 기본적으론 제공권 확보는 육상비행기지의 공군 전술기가 주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항공력 투입에 비례한 항공력을 투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이 와중에 항공모함이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순 있을 것이고, 한시적으로 유효성을 보일 수 있겠지만, 결코 주가 될 순 없습니다.
그러니 독도나 이어도를 언급하며 항공모함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절름발이로 성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독도 혹은 이어도를 지키기 위해 혹은 초계하기 위해 항공력을 제공한다는 수세적이고 수동적인 행위 말고, 앞서 언급한 공수 양면의 대비라는 요소. 그러니까 상대방의 항공기지를 타격한다는 면에서도 항공모함의 역할은 대단히 보조적입니다.
함재기 면에서 F-35B의 성능적 우세함은 의심할 나위가 없으나. 상대의 본토에 위치한 항공기지를 타격한다는 작전을 생각한다면. F-35B만으론 이러한 강도의 작전에 절대로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미군조차 스텔스기를 생짜로 밀어넣진 않습니다. 스텔스는 탐지 거리를 좁히는 것이고, 상정한 주파수 대역의 전파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UHF/VHF대역을 통한 조기경보 및 대략의 탐지를 막을 길이 없고, 고출력 대형 레이더에 완전한 대응을 할 수도 없습니다. 이러니 전자전기의 지원이 필수적이고, 장거리 정찰전력의 보조 역시 필수적입니다.
즉, 대상이 상대방 육상 혹은 육상과 조합한 해상함대라면. 항공모함을 운용한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같은 무모한 운용에 다름 아닙니다. 결국은 탄도탄/순항미사일같은 스텐드 오프 병기의 타격전, 그에 이은 스트라이크 패키지에 의한 방공망 파괴등이 이어져야 항모가 제한적으로나마 껴들 틈이 생겨납니다. 그 말은 앞서 언급한 선행 전력이 전제되어야만 항모가 실효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선행전력을 더더욱 유효하게 강화시키는 것이 더 우선되어야하는 것입니다.
결국 항모 반대론의 주요한 기제는 바로 여기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고로 이러한 반대론의 주요 기제가 너무나 정직하게 발휘되는 한반도 주벽 해역과 도서 방위에 항공모함을 언급하는 건 다시 언급하지만 자승자박 논리가 되는 겁니다.
따라서...
항모가 실효성이 있는 경우는
비대칭성이 그나마 발휘될 수 있는 해역에서의 작전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게 어딜까요?
바로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남지나 해역 외곽입니다.
이곳은 아직까지 중국이 완전히 요새화하지 못한 해역이고, 미군의 전략을 보면 항공, 지상, 수중 플랫폼을 통해 중국이 기존 구축한 시설과 전력에 대한 대규모 타격전을 실시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수상함대가 어느 정도 활약할 균열을 만들 수 있겠지요.
결국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한 함대가 실질적 실효성을 가지고, 우리 주변 국가들에게 어떤 메아리를 낼 수 있는 건 딱 이런 성격이 유력합니다.
미군은 이 해역 일대에 투입할 수 있는 항공전력 거점이 괌과 오키나와 외엔 없기 때문에. 해상함대의 항공력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단, 이런 미군조차 함상 항공단의 증강과 운용엔 너무나 큰 돈이 들기 때문에 경제력을 갖춘 동맹국들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미군이 이 주변 해역에 거점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 한국 역시도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중국에 대응하는 것이 너무나 빤한 함대 구성을 갖춘 한국측에게 기지를 제공할 국가는 없습니다. 우리가 미군의 중거리 탄도탄 배치를 거부했거나, 거부할 것처럼 주변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도 마찬가집니다.
따라서 이런 상태를 볼 때.
한국이 어떤 성격의 항공모함을 가지고, 어떻게 운용해야 할 것인지가 어느 정도는 명확한 만큼.
당연히 그냥 가져야 해서, 가지는 게 아니라, 어떤 확고한 목적성과 합리성을 지니자면.
결국엔.
이런 점을 계속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거점이 없으므로, 장기간 단독작전을 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이걸 못 갖추면, 함대 지휘권 상당부분이 예속당하거나, 침해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쟁에서 사실상의 지휘권을 휘두르는 건 보급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는 다들 아실 것이고, 아셔야만 합니다.
이웃나라 어떤 경항공모함처럼. 혹은 이웃 나라 덜떨어진 어떤 항공모함처럼.
지대공, 지대함, 레이더, 전자감청소가 도배되다시피 한 자국령 섬을 배경으로 작전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그러니 보급함대를 최소로 활동시키고, 접근역시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즈모급처럼 대략 이틀에 한 번씩 급유할 정도로 널럴한 환경이 아닙니다.(해상 보급하는 수상함대만큼 위태롭고, 위험한 존재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작전에 있어서 완결성을 가진 타격단을 단독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완결한 의미의 국익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니 "이래서, 저래서" -물론 많은 이유가 있고, 타당한 이유임에도-
F-35B만 날릴 수 있는 경항모로 일단 만족하자는 주장에 제가 대놓고 거부를 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목적은 하나입니다. 그리고 필요한 항모의 형태도 하나입니다.
단독작전에 필요한 지원기를 운용할 수 있고, 장기간 작전을 할 수 있는 규모의 함정 말이죠.
물론 당장 가자는 것이 아닙니다.
개장을 통해 해당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저한의 플랫폼은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그게 역설적이게도 가장 비용적으로 저렴한 선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항공모함 찬성론자분들은. 스스로 얽어메는 독도니 이어도니 하는 주제는 다루지 않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