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원자력 발전의 과정 – 건식 재처리 공식화 그리고 그 배경
초창기 한국의 경우 미국 및 캐나다 등으로부터 기술을 이전 및 통제를 받아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었다. 미국이 한국에 기술을 제공한 이유는 한국이 발전함에 따라 상당한 잠재적 원전 시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 시장을 선점 확보 및 유지하기 위하여서는 ;
- 미국 이외의 나라(캐나다 프랑스 등)에서 기술을 제공받는 것을 막는 것과,
- 원전원료의 독점계약을 맺어 원료공급에 대한 자국기업의 장기적 수익창출 지원과 동시에,
- 핵확산을 막으려는 ;
이 3가지 복합적 이유가 있었다. 원전 연료의 공급 계약은 한국의 독자적 재처리를 막고 옥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의 장사도 되면서 핵확산도 막고 한국에 대미 의존성을 높여 장기 주둔할 수 있고, 제철공장, 비료공장, 그거 우리가 다 해줄게 그냥 우리 꺼 사서 써... 라는 빨대 논리였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재처리를 하지 못하게 된 직접적 근거는, 초기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을 들여올 떄 맺었던 한미원자력협정에 이른바 Gold Standard 조항인 “사용후 핵연료의 형질 변환은 어떠한 형태로든 금지된다”라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53년 이후 여러 나라에 원자력 기술을 수출하면서 이 Gold Standard 조항을 스테이크에 촘촘히 박혀있는 마블링처럼 모든 나라에게 꼼꼼히 넣어 놨다. 파이로 재처리 방식이 위험하던 위험하지 않던 간에, 일단 사용후 핵연료를 주물럭거려 뭔가 해보려면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걸 무시하고 하면 한-미간 협정의 일방적인 파기가 되는 것이라서 미국이 협정 파기에 따른 제재 및 보상을 요구할 명분과 원전연료 카르텔로부터 가동중인 원전의 원료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이 Gold Standard 조항이 포함된 한미원자력협정이 1974년부터 40년, 즉 2014년에 만기가 됐다. 협정의 변경시기를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던 한국은 협상개시 후 10여 차례나 만났음에도 한국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고 협상이 겉돌았다. 정부는 2014년에 협정이 만기가 되었는데, 만기후 무협정으로 계속 버티기까지 하며 협상단은 지속적인 협상을 이어갔다. 한국측은 이 조항을 삭제하려한 것이고, 협상기간동안 합의가 안 돼 2년간 기존협정의 무수정 연장하면서까지 버텨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신협정안 발표에는 Gold Standard 조항을 없애는데 합의했고, 또한 합의(?)하에 20%까지 농축을 할 수 있으며 협정기한을 기존의 절반인 20년으로 하는 것으로, 크게는 이 세 가지 수확을 걷고 협상을 마무리 했다. 이 Gold Standard 조항이 빠졌으니 한국의 협상팀이 BGR로 버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어려운 협상일수록 BGR. ^^
인도 / 파키스탄
한국과는 다른 궤도를 탄 인도 / 파키스탄 같은 나라들이 막무가내 개발로 핵무기는 보유하고 있음에도 원자력발전 사업을 못하는 이유는 산업적 기반이 없어 독자적 원전 개발능력이 부족한 것은 물론 원자력 기술선진국으로부터 그런 주변기술을 이전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술을 확보 못한 가장 확실한 이유는 그들이 그걸 살 돈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재처리 양해
미국이 핵무기를 완성한지 5년이 되던 해인 1949년에 소련이 핵무기 실험에 성공하였다. 이전까지 독점적 보유국이었던 미국은 핵무기 기술에 기밀 정책을 취했으나, 소련의 성공으로 인하여 시간이 지나면 핵무기가 퍼져 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농축과 재처리 기술 연구나 개발에 제한이 없었다.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한다고 무조건 핵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이승만을 포함, 많은 나라들이 1960년대까지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기술을 포함한 원자력 발전에 뛰어들은 상황이었다. 당시 의대의 점수보다 원자력공학과의 커트라인이 더 높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이를 우려한 미국의 아이젠하워가 1953년 "Atoms for Peace"를 주창하면서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면 평화적 이용을 위한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어차피 우리가 핵 기술을 숨겨봤자 다른 나라들이 개발할 테니 자국 원자력 기술만 가져다 쓰라는 것이다.
이러한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중공은 1964년 양탄일성(원자탄 수소탄과 위성)에 성공한다. 인도는 1974년 캐나다형(CANDU) 연구용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로 플루토늄을 만들고, 그걸로 비밀리에 핵무기를 완성했다.
이에 놀란 미국이 더 이상의 핵 확산 방지를 위해 IAEA와 NPT를 만들고 농축과 재처리 기술의 이전을 제한했다. 이 때 인도를 따라하려던 한국과 타이완의 재처리 프로그램이(미국에 의해 제풀로...) 종료되고,
-//미국이 강제 마감//- 느덜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그리고 그 전까지 농축과 재처리에 성공한 국가들(인싸)만 다른 나라들(아싸)에게 농축과 재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양반과 상놈의 이원 체제가 만들어졌다.
이에 동의하는 국가들은 IAEA/NPT에 가입했는데, 브라질/아르헨티나가 반항하다가 포기했고, 리비아(카다피)가 반항하다가 포기했고, 남아공은 핵 만들고 난 다음 그 폐기했고, 서독은 농축과 재처리 권한만 가지고 핵개발을 하지 않았고, 일본은 재처리 권한만 확보했다(Spent Fuel Reprocessing system).
구체적으로 나카소네의 집권시기인 전범국 일본은 1988년 레이건의 협조로 저농축권과 재처리 권한을 획득했다. 레이건이 나카소네를 많이 봐줘서 저장, 이전, 재처리에 관한 “포괄적 사전동의” 조항이 포함됐으나 농축률 20% 이상인 고농축은 여전히 미국의 사전동의가 필요하도록 되어있다 한다. - 주 : 문서를 못 찾아 직접 확인은 못했다. 레이건이 전범국을 많이 양해해 주었지만, 전범국 일본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200명 이상의 IAEA 감시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참고로 IAEA는 해당 국가의 허락을 받고 사찰단이 들어가서 사찰하고, 보고서 내고, 거절당하면 규탄 성명서 내고,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역할까지만 할 수 있다. 얘들은 제재권을 가지고 있지 않고 고자질만 할 수 있다.
지금의 국제 사회에서 어떤 나라나 국제적인 단체가 다른 나라의 활동을 법적으로 금지할 제재방법은 없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NPT(핵무기 확산 방지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으므로 국제 사회가 이들의 핵 개발을 저지할 명분조차 없다. 그냥 성명서 내서 규탄한다하고 각 국가가 '개인적인 판단으로' 경제 제재를 걸거나 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래서 각 나라의 대변인만 바빠진다.
파키스탄은 이를 무시하고 핵을 완성했다. 이란은 열심히 농축 공장을 돌리는 중인데, 자기들의 우라늄 농축은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우기니 서방에서 할 수 있는 게 말싸움밖에 할 것이 없다. 알라후 아크바르 ^^, 이란 핵에는 이스라엘만 속이 탄다. 아멘 ...
북한도 오래전 NPT 탈퇴하고 대놓고 핵 개발했는데, 자기들은 이거 핵 개발 아니라고 하면서 민주당의 클린턴과 협상 다 하고 Signing Ceremony에 사진까지 찍고 나서 기다리고 있는데, 공화당의 부시가 어깃장을 놓으니, IAEA 사찰단을 받아들였다가 갑자기 내쫓아서 사찰단이 농축시설도 보지도 못하고 그냥 나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북한핵은 지금도 상황이 진행중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긴 이야기 정리하자면, 인도와 중공의 핵 때문에 놀란 미국이 재처리를 금지하고 다른 핵 국가들을 설득해서 IAEA/NPT를 만들었다. 급히 다량의 전기가 필요했던 한국은 어쩔 수 없이 Gold Standard 조항에 서명을 했고, 일본은 보유기술을 인정받아 규제에서 빠져 나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그 계약 만료 40년을 기다렸다. 한국 참 질기다...
이것이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국제적 그리고 국가별 핵무장 및 핵재처리 상황이다.
- * - * - * - * - * - * - * - * -
한국은 미국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것을 기반으로 더욱 개량하여서, 지금의 원자력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원자력 강국이 되었다. 사람들 생각과는 달리 원자력 발전에 있어 핵분열의 물리적 제어는 전체의 일부분일 뿐이다. 원자로 이후의 다운 스트림인 기계, 전기, 제어 및 관리운영 기술 등은 종합/복합 예술이다. 한국은 업스트림 뿐만 아니라 다운스트림의 하드웨어는 물론 운영 노하우까지도 모두 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미국과 제3국에 동반 진출하자고하는 양해각서에도 서명을 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분단된 국가로서, 참혹한 전쟁이 있었으며, 주변에 군사적 위협을 하는 핵무장 국가가 여럿 있으며, 더 이상 남북한의 영토 내에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진 전쟁 경험자들이 아직 생존하고 있는 나라이어서 자체적 전쟁방지용 핵무장(방어용)의 요구가 매우 높은 나라이다. 그런 이유로 인하여 핵무기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하였고 개발을 시도한 적이 있다. 국제정치적으로 해결이 안돼서 그렇지, 돈이 없냐, 기술이 없냐, 원료가 없냐, 가오가 없냐... 있을 건 다 있다.
결론적으로 ;
핵은 만병통치 약이 절대 아니다. 우리가 명심해야할 핵물질의 진짜 위험성은 수 만년 보관해야하는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양에 관계없이)이 우리가 죽은 후에도 우리 후손들의 보관비용에 경제성을 갉아먹는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더 이상 재처리를 하지 않고 미사일도 더 안 만들고 있다. 그러나 차이나는 지금도 핵무기의 양을 열심히 늘리고 있다. 도대체 그것이 언제 쓸지도 안 쓰일지도 모르는데, 전쟁 위협에 당장 오늘을 살자고 비축하고 있는 것이 우라늄 플루토늄 등이다. 그것은 후세에게 얼굴도 본적 없는 먼 조상들이 남겨준 똥이 된다.
그러나 이 Radio Active만 해결하면 핵발전은 친환경, 경제적 에너지원이지만, 인간이 물질의 성상을 바꾸는 연금술은 무한대로 어렵다. 마약처럼 사용시에는 판타스틱하고 액스터시 하지만 그 마약 사용후의 후유증은 몇 만년을 간다. 그래서 핵융합으로 가고 있다.
그럼에도 핵보유국들의 선언적으로는 어떤 국가든지 NPT 당사국으로서 핵물질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순전히 말로만... 립 서비스 이다... F.U.
이번에 양국이 동의한 파이로프로세싱(고온야금) 공정은 건식으로서 핵무기 쪽 보다는 핵폐기물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이게 실시되면 핵폐기물은 기존의 1/20 끼지 줄어들어 포화상태인 폐기물 저장소의 소요 규모가 줄어든다. 한국으로서는 재처리가 핵무장이 목적이 아니므로 이것으로서 충분하다고 본다.
- * - * - * - * - * - * - * - * -
말미에, 나는 다음의 세 가지 궁금함이 있다.
궁금 1. 시사저널 기사
궁금 2. 소련 해체시의 Radio Active 금속물질의 행방
소련의 해체 기간인 1991년 이후, 소련과 우크라이나 등에서 Radio Active 금속 물질 수백키로가 사라졌다는 것이 언론을 통하여 밝혀졌다. 그것이 필요한 나라 또는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몇 안 된다. 미국이 모를 리가 없고 그런데도 조용히 넘어 갔는데 어디로 갔을까. |
이 보관하기에 위험한 중금속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나라는 전쟁의 위협이 있는 나라로서, 이를 구매할 자금이 있어야 하며, 투발수단을 개발할 산업적 기반이 있어야 하고 자가 농축(재처리 포함)에 제한이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핵을 가지지 못해 안달이 난 나라들... 이란, 터키, 사우디 등등등...
위의 두 가지 이슈의 궁금함에 있어, 이것이 사실이던 아니던, 한국이 포함되던 아무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미국과는 미국산 연료의 재처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지, 타국으로 부터의 고농도 중금속 물질 확보는 협정상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사자성어로 “어쩌라구”이다.
궁금 3. 2005년쯤 IAEA에서 한국이 비밀 농축실험을 했다고 난리를 쳤다.
Ref : https://www.joongang.co.kr/article/19004118#home 중앙일보
기사에는 2000년 즈음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들이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으로 0.2gr을 레이저 농축실험을 3회 하였다고 했다. 그런데 그 때나 지금이나, 일본은 실험실에서 오만 짓을 다한다. 그걸 가지고 전범국 일본에서 IAEA를 앞세워 한국에게 난리를 쳤다. 유엔 안보리에 상정을 하느니 마느니~~. 발표에 의하면 시험설비는 시험 후 모두 폐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요 며칠 전 뉴스에; https://www.kitech.re.kr/webzine/view.php?idx=166&m=13
한국의 생산기술연구소가 보유하고 민간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현용기술 중에서, 몰리브덴의 초고순도 정련 공정에 사용되고 있는 ‘초고온 전자빔’ 기술이 있다. 이는 강염, 강산 등의 촉매가 필요 없는 공정으로 진공 챔버 안에서 전자빔을 쏘면 내부가 약 6,000℃로 상승하고 내부 물질의 기체화가 빨라지는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즉 전자빔 조사 과정에서 몰리브덴의 녹는점인 2,600℃보다 기화점이 낮은 불순물들이 기체가 되어 날아가고 99.995% 초고순도의 액체 몰리브덴만 남아 잉곳(Ingot) 형태로 성형되는 공정이다.
물리학의 관점에서, 온도를 조절 할 경우, 이는 다른 중금속의 정련에도 응용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
지금 하려는 이야기의 요점은, 미국과 이번에 합의한 공정은 고온야금 건식법이다. 현재 고농축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은 습식법으로 강염과 강산 공정을 활용한다.
이것이 일본의 토카이 습식 처리 공정도이다. 10조원 이상 들였고 시설도 많이 필요하고 매우 복잡하다. 그런데 폐기하기로 결정되었다. 또 다른 재처리 공장인 롯가쇼무라는 2020년 안전심사에 합격했다.
그런데 위의 기사에서 보면, 건식이나 습식법보다 더 효율이 높은 농축 방법은 레이저 방법이라고 생산기술연구소는 주장하고 있다. 기존의 모든 재처리방법을 뛰어넘는다는, 마지막 문단의 “물리학의 관점”에서 그 주장이 깔끔히 정리가 된다. 혹시 ?
나는 이 세 가지가 그냥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