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해군 함정 개발에 참여한 적은 없기 때문에
세부사항이나 기밀사항은 알지 못하지만..
언론에 알려진 내용들을 기반으로 이 문제를 들여다 보니깐
언론보도들의 핀트가 뭔가 어긋나 보이더군요.
대구함의 추진체계는 잘 알려져 있다싶이
전기모터 + 가스터빈의 하이브리드 방식이고
전기모터는 PM모터를 적용한 신기술을 시도했고
가스터빈은 신형 롤스로이스 엔진을 적용한 시도이고
프로펠러는 또 가변피치 기술을 적용한 최신기술이더군요.
즉 좀 모험적인 혁신기술을 대거 채용한 케이스인데요.
덕분에 기술적 시행착오가 계속 발생해서
실전 운용단계에서 꽤 고생을 하고 있다
뭐 이런 내용이죠.
특히 전에 500일 넘게 수리를 진행을 못하고 있다는 건의 경우에는
급기동 훈련중 프로펠러가 해저에 부딪혀서
그 충격이 PM모터에 전달되어 모터가 맛이 가 버렸는데
그 모터를 구동하는 드라이브 회로 부분을 제조회사에서 빨리 대응을 안해줘서
손놓고 계속 기다리는 상황이었더라고요.
자 그럼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언론에서는 주로 이런 식으로 비난을 합니다.
"신기술을 채용한 것이 문제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신기술 적용이 문제가 아니고
그 신기술을 해외업체에 의존한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더군요.
PM모터 및 드라이브 회로 개발을 국내업체에서 진행을 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실적이 없어서 기술적 리스크가 더 커지니까 더 문제가 되지 않느냐 하는 말도 있을 수 있겠지만
국내업체라면 500일씩이나 방치하는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해외제품을 쓰다 보니
계약조건 때문에 드라이브 회로(전력계통)의 뚜껑 자체를 딸 수도 없었나 보더군요.
국내업체라면 국내 방산 규정상 모든 부품을 대체 가능하여야 하고
모든 세부 도면 및 설계를 국방부에 공개해야 하므로
문제원인을 더 빨리 찾을 수 있고
해결을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가 있도록 제도적으로 받쳐줍니다.
하지만 해외업체 제품을 사용하면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안이 없는 상황이 펼쳐진거죠.
사실 여기 사용되는 PM모터 구동계통은 한국 국내 기술로도 충분히 개발이 얼마든지 가능한 수준이거든요.
출력도 별로 안 크고, 운전조건도 엄청 까다롭지도 않습니다.
F35 격납고에 우리나라 공군참모총장이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하던데
혹자는 미국 보안규정에 공군참모총장이 인가를 못 받게 되어 있는게 당연하다면서
아무 문제도 아니고 오히려 우리 공군이 개념없다는 식으로 이야길 하던데
정신나간 사람인가 의심이 될 정도로 사대주의가 뼈속까지 박혀 있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물론 지금 당장 모든 핵심기술,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고
현실적으로 어쩔 수는 없으나
방위산업에서 핵심기술들을 최대한 국산화하도록 가속화시켜야 하는 것은
지상명제처럼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방사청이 크게 3가지 정도 방법으로 국내기업들이 부품국산화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놨는데
여전히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국내 방산기업들이 신기술 개발에 도전할 수 있도록 좀 더 기회를 많이 주었으면 합니다.
온라인에서 많이 보는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수입해서 이것저것 프랑켄슈타인처럼 조합해서 만들면 되지 않냐
국내업체 기술력 어떻게 믿냐 흑표 감속기도 제대로 못 만들지 않냐 하는데
그거 내용 뜯어보면 대부분 터무니없이 작은 개발비, 짧은 기간 강요 등이 원인입니다.
실제 개발능력이 딸려서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무튼 요약을 하면...
대구함 케이스의 경우,
"신기술 채용이 문제가 아니고 핵심부품 국산화를 등한시한 결과로 나타난 부작용 사례"로 봐야한다
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