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전에서 항공기의 역할에 대한 첫 실험은 영국에서 일어 났습니다. 영국의 청년 장교가 비행기를 함상에 착지하는 실험을 했고, 성공했죠. 하지만 곧 다음 실험에서 사망합니다.
그의 무모한 도전은 해전사에 항모의 출현을 예고했고, 본격적인 항공기 탑재를 목적으로 한 함선이 아니더라도 대형 전함에도 크레인 등을 이용해 수상에서 이착륙이 가능한 정찰 비행기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구축함 조약을 피해 항공기를 탑재하는 본격적인 항모의 해전 능력을 보여준 나라는 일본으로 그 유명한 진주만 침공이 있습니다.
여기에 주로 쓰인 항공기는 해상전투기로 유명한 제로센과, 뇌격기 등이 있습니다. 2차 대전 당시의 항공기는 지금의 항공기보다 작고, 이착륙 거리가 짧아 함선이 크기가 항모를 기준하는 큰 요소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2차 대전 기간 대형 항모를 찍어낼 시간이 없어서 작은 항모를 대량으로 찍어 냈는데 그것이 바로 '경항모'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항모는 본격적인 제트기 시대가 열리면서 폐기됩니다. 제트기는 매우 크고 이착륙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함상 전투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캐터펄트'라는 증기식 사출기와 착륙을 위한 후크 와이어가 필요해집니다. 이에 따라 사출 갑판과 착륙 갑판이 분리되었고, 항모는 300m 이상의 크기로 확대됩니다.
이렇게 대형화된 항모는 2차 대전과는 다른 양상을 띄게 됩니다. 애초에 2차 대전에서 사용된 항모는 적 함대를 수색하고 정찰하고, 적 함선을 뇌격기로 파괴하며 이런 뇌격기 편대를 호위하는 함상 전투기로 구성된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투기가 대형화되고 여러 임무들이 한가지로 통합되면서 60년대 이후에는 제공임무와 공격 임무, 그리고 장거리 폭격기를 요격하는 임무로,
80년대 이후에는 상륙군의 선봉에서 적의 방공망과 주요 대공망을 파괴하는 임무로 바뀌게 됩니다.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항모에는 80여 대 이상의 전술기가 탑재되며 이를 지원하는 공중조기 경보기, 전자전기 등이 함께 하고, 수송 헬기 등도 함께하게 됩니다.
당연히 항모의 크기는 더 커지고, 대형의 항모가 잠수함과 미사일의 쉬운 표적이 될 수 있게 되면서 항모를 방호하는 방공구축함과 수중에서 호위하는 공격원잠, 그리고 여러 지원함이 함께하게 되고,
적지를 공격하고 바로 상륙이 가능하도록 후위에는 상륙군이 동행하게 됩니다. 이 상륙군은 주로 해병대로 구성되며 해병대의 상륙에 근접 지원을 위한 수직이착륙 공격기와 공격헬기, 여러 수송 헬기가 역시 비행갑판을 갖춘 강습 상륙함에 탑재되어 상륙을 지원하게 됩니다.
이런 개념을 통해 미군은 초 수평선 작전을 수행하게 되고, 90년대에 10척 이상의 본격항모와 항모 전단을 통해 '윈-윈' 전략을 수립하게 됩니다.
이는 항모 전단을 파견하여 한 번에 두 지역의 전쟁을 수행하고 또한 승리를 할 수 있다는 전략이었습니다.
실제로 1차 이라크 전쟁을 통해 걸프만에 항모 전단을 띄우자 이라크 수비대는 이 상륙 세력을 막기 위해 주력이 편중되었고, 이 틈을 타 중동의 동맹국에서 발진한 미군 전투기와 연합군 전투기가 이라크의 방공망을 초토화시키고 이라크 주력군을 고립시킬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폭격 이전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다량 발사하여 주요 거점을 파괴하기도 했죠.
이러한 성공을 통해 미국에게 항모 전단은 하나의 상징적인 무기 체계가 됩니다.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 절대적인 수단으로 인식됐죠.
더불어 미국이 어떻게 전쟁을 하며 적에게 어떤 위력을 행사하는지를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이런 절대적인 힘은 너무나 절대적인지라 전쟁 억지력이 전략 무기 다음으로 획기적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 전쟁 양상이 국가 대 국가 간의 전력전이 아닌 부족과 종교 집단, 토호 세력 간의 국지전, 게릴라전 양상을 띄며 복잡해지자 이런 대형 항모전단과 해병 상륙군은 최근의 전투에 적합하지 않는 구조를 갖게 됩니다.
물론 미 해병대가 신속대응군 차원에서 여단 편제를 갖고 언제라도 적지에 갈 수 있도록 돼 있는 부분은 적절했지만 AK소총과 RPG를 든 세력에게 수직 이착륙 공격기나 M-1 전차는 어울리지 않았죠.
그래서 최근 국지전에 대비한 경량화된 해병 체제로 재편중이며, 해군 역시 주력 항모의 소요를 줄이고 강습상륙함을 개조하여 다목적성을 강조한 '경항모'라는 개념을 부활시킵니다.
이는 주력 항모의 소요를 줄이고(보통 침공에 두 척 이상의 항모가 뜨므로) 이를 보조하는 경항모 및 강습 상륙함을 통해 국지전 및 신속 대응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여기에 동원되는 경항모는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으로 보통 강습상륙함은 비행갑판과 후방 도크를 이용해 수직 이착륙기 및 공격 헬기 등을 이용하며 상륙 주정이나 상륙 장갑차도 운영합니다.
그런데 경항모 용은로 개조된 아메리카급은 후방 보크를 없애고 주로 수직이착륙기(F-35B)를 운영하여 본격 항모의 공중 세력을 지원하며 임무에 따라 상륙작전의 CAS 임무 등도 맞게 됩니다.
이럴 경우 정확한 수량은 알 수 없으나 미국의 항모 편제가 본격항모 1척에 아메리카 급 두 척 정도가 배속되는데 한 척은 도크가 없는 형태, 한 척은 도크가 있는 형대로 임무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체계가 될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이상에서 항모라는 것은 함상 전투기를 탑재한 함선으로 간략하게 정의할 수도 있겠으나 본질적으로는 적국을 공격하는 하나의 군단 체계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모는 비행갑판 여부로 판단하기 보다는 목적과 임무를 중심으로 구분하는 것이 군의 목적 및 작전에 걸맞는 해석이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에 우리나라에 '경항모'가 도입되면 미국의 아메리카 급을 표방하는 형태가 될텐데 기본적으로 여기에는 미국의 항모 전단이 운영하는 조기 경보기나 전자전기 운용이 불가하고, 공격기 위주의 편제를 하여도 함대 구성에서 항모가 중심이 되는 항모 전단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경항모는 그러니까 기동전단의 후위에서 기동전단을 지휘하고 해병 상륙군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며, 기동전단 내에서의 항공기 임무는 역시 해상 정찰 내지 상륙군에 대한 CAS 임무로 제한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경항모를 미국의 본격항모나 프랑스의 항모와 견주기는 어렵고, 이런 문제로 인해 우리 해군에 대해 정확하게 우리 항모가 갖는 목적과 임무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