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자위대와 일본 사회의 부조리함과 모순을 잘 표현해서 일본인이 쓴거 아니냐는 평을 듣는 소설이라기에 한번 읽어보고 있는 중인데... 정말이지 한국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의 부조리한 내용도 많이 나오더군요
아무래도 작가가 그 사람이다 보니 민족주의적 색채도 있고 한국군 만만세 식의 주인공 보정도 많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자위대, 아니 일본 사회의 좀 바보같은 분위기랄까 그런 게 많이 나오더라구요(뭐 우리 한국군과 한국 사회도 남말할 처지가 아닐지도 모르고 작가가 그런 건 소설에 빼놓은 것 같기도 하지만요)
일단 먼저 다른 밀리터리 소설과 다르게 오히려 한국이 국민들 압박에 못 이겨 일본에 선전포고하고 공격한다는 거.. 뭐 무리한 설정이지만 어떻게든 소설을 이끌어가기 위한 장치라 생각하고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그 이후의 일본의 대응은 좀 어이가 없더라구요. 외교적인 방법으로 대응한다던데 그렇다면 당연히 유엔을 통하면 일본 로비력이라면 충분히 한국을 규탄하거나 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데 말이에요.(아무리 미국이 빠졌다 해도 말이죠. 뭐 이것도 소설을 이끌어나가기 위한 장치라면 할말 없지만요)
초반에 순항미사일로 해자대와 항자대 기지와 함선, 비행기들을 박살낸 거야 뭐 자위대 기지는 인터넷에도 그 위치가 널리 알려져 있으니 공격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비행기들이 제대로 된 보호수단도 없이 그냥 방치되어 있다는 설정... 이건 정말이지 우리 같으면 상상하기도 힘든 내용이네요(다들 아시겠지만 전쟁시 제1 공격타겟 중 하나가 바로 전투기와 비행기, 공항이니 당연히 방호나 경비가 철저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기껏 남은 해자대 전력도 충분히 한국군 입장에서는 버거울 정도로 남아있는 상황인데도 현장지휘관의 실수나 정보전달이 늦어서(근데 이것도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되는게 애초에 한 나라를 지키는 집단이 정보전달이 느리면 거의 전멸이니까요)가 아니라 빼앗긴 쓰시마와 잇키섬을 되찾으라는 무리한 명령(그것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탈환하라가 아니라 두리뭉실하게 한 명령으로)으로 근처에 있다가 허망하게 날려버렸으니까요(뭐 주인공 보정적인 변칙적인 대공미사일 공격으로 이지스함을 무력화시킨 것도 있긴 하지만요)
그 전력으로 본토해안을 방어하거나 아니면 남은 항자대 전투기의 지원을 받아 독도를 공격하는 방법(이 방법은 일본 입장에서 거의 큐슈를 내주게 되는 거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독도를 빼았으면 당연히 한국은 협상테이블로 나올 수 밖에 없으니까요. 게다가 동해 정도 되는 바다라면 오히려 해자대가 한국 해군보다 유리합니다)을 선택했다면 훨씬 나은 결과가 나왔을 텐데 말이에요
그 뒤로 방해물이 없어진 한국군이 상륙하니까... 빈약한 육자대 전력(한국과 비교하면)이 진짜 처절하게 당하더군요. 애초에 한국이 먼저 선전포고 한 것도 있지만 한국군 쪽이 더 악마같이 행동하는게(병사 본인들도 우리가 너무한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위대들이 더 불쌍하게 보이더라구요.(얼마나 처절하게 당하는지 자위대 특작부대원들이 침투한 특전사 요원 몇명을 엄청난 피해를 입으면서 잡은 게 신문에 대서특필될 정도라니...)
게다가 전시상황인데도 경찰들과 무슨 충돌이 일어나는 거 아닌가 걱정하는 거랑(육자대와 경찰이 사이가 안 좋다는 한국 입장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있다는데 놀랐다는) 민간에 폐를 못 끼친다고 민간 시설, 물자들을 제대로 이용 못하는 거랑(건물 점거하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쫄쫄 굶는데도 간부들이 나가서 사비로라도 식량을 마련하자는 주장을 일축해 버렸다는 우리 같으면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민간물자를 징발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질 정도인데도 말이에요)
심지어 일반 국민들이 싸늘하게 쳐다보고 자기네들한테 폐 좀 끼치지 말라고 하니까요.(여기에 비하면 그래도 우리 한국군은 윗대가리들이 제대로 된 지원이나 복지를 안해주지만 일부 꼴페미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좋게 바라보는데 말이에요. 뭐 징병제로 인해 우리들은 군인들을 우리 가족들같이 여기는 경향이 있는것도 있겠지만요)
소설 내용을 꽤나 길게 썼는데 솔직히 그만큼 충격을 많이 받아서 그랬습니다. 사실 제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읽어본 것도 끝까지 다 읽은 것도 아니지만 자위대가 약체도 너무 약체로 나온것도(물론 한국군이 꽤나 강하게 묘사된 것도 있긴 하지만요) 그 삽질하는 것도 도저히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너무나도 믿기지가 않아 그랬습니다. 아무리 평화헌법이 있고 공격무기도 제대로 보유하지 못한 집단이라지만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식민지였던 나라의 군대가 쳐들어와 거의 일방적으로 발라버리는게 실제라면 굴욕도 저런 굴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정도라면 차라리 아무리 정신나간 집단이라지만 2차대전 당시의 일본군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뭐 우리는 거의 전시상황인데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도 있었으니 거기에 대한 대비를 한 것도 있지만(나라가 분단되고 같은 민족이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이 현재의 군사력을 만들었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군요) 민간인들 행동만으로도 어이가 없을 정도라구요.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자위대원들이 아파치 헬기에 죽어나가는데 그 장면을 곁에서 태연하게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다니 어떻게 되먹은 정신일까란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도 연평도 포격사건당시 우왕좌왕하고 군과 행정기관이 대피경보를 서로의 책임으로 미룬 적이 있지만 여기에 나온 자위대에 비하면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더라구요.
그래도 자위대들이 구일본군의 망령에 사로잡힌 집단이 아니라 여건이 안 좋고 적의 화력이 강해도 끝까지 고분분투하고 처절하게 맞서 싸우는 것하고 경찰들이 비록 평시엔 사이가 안 좋았지만 한국군이 후퇴하는 자위대를 공격하려 하자 전차앞을 권총 하나 달랑 들고 맨몸으로 막아서고 그런 건 그나마 이 소설에서 나은 점이라는 생각은 들더라구요. 특히 일반 병사들 입장에서 묘사한 건 정말이지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더라구요(그만큼 잔인한 묘사도 많이 나오긴 했지만요). 흔히 말하는 '전쟁나면 니가 죽는다'는 말이 너무나도 잘 와닿더라구요.
왠지 쓸데없는 소설 감상문이 되어버렸네요. 혹시 밀게에 맞지않는 게시물이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