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할 정도로 잘 맞는 포나 총이 있는데 이런 녀석들을 흔히 신들렸다고 얘기함.
이런 신들림은 직사 or 곡사, 자주 or 견인, 지상 or 해상 등등을 막론하고 뜬금없이 등장함.
개인화기 중에도 유독 잘 들어가는 총이 있게 마련이고.
예를 하나 들자면 과거 1함대 양만춘함의 오토멜라라사제 127mm가 신기가 아주 제대로 들려서
림팩과 해군 포술대회를 씹어먹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음.
다른 함들의 포가 cep 150m 쏠 때 양만춘함의 포는 7.5km 사거리에서 전탄 50m안에 다 들어갔다는
레전설도 있는데 다소 부풀려졌다 해도 상식밖의 성적인 건 분명함.
육군이 운용하던 k-9 자주포 중에도 기가 막히게 들어가서 신들렸다 소리 듣던 대대 기준포 놈이 있었는데
이놈이 최근 확정된 핀란드 10대 추가 수출분에 포함 된다고.
그렇게 잘 들어가는 포를 핀란드 주긴 아깝지 않나? 그냥 우리가 쓰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사실 아까울 건 없음. 왜 안아까운지를 설명 하자면.
k-9과 같은 포들은 운용연수가 축적되면 소모품의 마모와 금속 피로도 문제로 사고위험률이 우상향하는데
그래서 사용주기 12년을 경과하면 반드시 창정비를 거쳐 재사용 하거나 아니면 도태 시켜야함.
이렇게 창정비 도래한 k-9을 국내에서 창정비+일부 부품 업그레이드 해서 핀란드향 k-9이 됨.
참고로 핀란드향 k-9은 핀란드 고유사양으로 k-9보다는 낫지만 k-9a1에는 많이 못 미치는 수준임.
그래서 가격도 중고 보단 많이 비싸지만 k-9신품 보다는 조금 저렴한 수준.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가 계속 쓰든 핀란드 보내든 12살 넘으면 반드시 창정비를 해야 된다는 건데,
신내림 받은 포를 창정비를 하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기가 사라진다는 게 국룰임.
기가 막히게 들어가던 포가 창정비 했더니 그냥 평범한 포가 되는 것임.
신기가 들렸다 나갔다 하는 이 신기한(?) 현상은 물체의 고유 진동수와 관련이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구글링 하면 영문 논문 나옴.
말 나온 김에 핀란드 수출건에 대해 잘 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덧붙이자면,
핀란드향 기수출분 48대와 추가분 10대는 모두 우리 육군이 12년을 사용하여 창정비 시기 도래한 것을 한화에 반납 형식으로 제공하는 것임.
여기서 중요한 건 총58대를 한화에 반납한 육군은 대신 신품 k9a1 총58대를 한화로부터 받게 됨.
육군 입장에선 12년 사용한 k9의 창정비 비용을 절감 할 수 있고, 예산 편성 받는 번거로움과 전력화까지
오래 걸리는 별도의 사업 편성 없이 1:1 즉시 맞교환으로 신품을 확보하는 개꿀 딜인 것.
그럼, 한화는? 핀란드 수출 금액을 다 먹고 k-9생산 라인을 유지 할 수 있음.
핀란드는? 창정비 완료된 k-9도 쓸만한데 일부 업그레이드까지 된 가성비 킹급으로 자주포 전력을 완편함.
핀란드 일부 언론매체와 밀매 사이에서 중고를 너무 비싸게 산 거 아니냐 말이 있었는데,
사업 내용이 자세히 공개 되고 핀란드군의 만족도가 워낙 높아서 부정적 의견은 쑥 들어감.
한마디로 핀란드 입장에서도 꿀딜임.
한마디로 윈-윈-윈인 삼각딜인 것인데 이런 딜이 성사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k-9이 과거 개발과정에서
국가예산이 투입된 사업이라는 태생적 배경이 있음.
신품으로 맞교환 받는 대신 복잡하게 얽힌 지분을 통쳐줬기 때문에 애초에 저런 그림이 그려질 수 있었고, 일사천리로 수월하게 딜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
우리 방위사업의 결과물엔 반드시 국가 예산이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위와 같은 이유로 향후 방산 수출 증대에 있어 핀란드 수출 사례는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걸로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