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박선규 종군기자가 2021년에 집필한 "전쟁 25시"
그는 KBS 기자로서, 1991년 걸프 전쟁에 파견된 한국군 의료지원단을 방문함. 국군이 다국적군을 위해 의료봉사를 하는 것을 찍으러 감. 하지만 그 실체는 달랐음.
글이 좀 길음.
그러나 그런 결정에도 미국은 노골적으로 서운함을 표시했다. 의료 병력은 필요없다고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당혹스런 상황이었다.(설명이 짤렸지만 책 앞부분에서 미국 정부는, 베트남전에서 한국이 했던 것처럼 걸프전에서도, 한국군 전투병력을 파견해주기를 요구했고 그걸 원했음.)
그렇다고 계획을 바꿔 의료 지원단을 전투병으로 돌릴 수도 없었다. 더욱이 국민 앞에서 대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결성한 의료지원단의 파병을 취소할 수도 없었다.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한국정부는 '일단 파병한 뒤 현지에서 문제를 풀어보자.'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의료지원단은 1991년 1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카라치를 거쳐 다란(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에 도착했다. 하지만 도착 직후부터 걱정했던 문제가 벌어졌다. 미국은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자신들은 모르겠으니 사우디와 상의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며 발을 빼버렸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의료지원단을 결성할 때 목표로 했던 곳이 있긴 했었다. 하지만 지원단이 고심을 거듭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그곳은 이미 필리핀과 영국등지에서 온 PMC 용병들로 채워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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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사실이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다국적군이라고 그렇게 강조했었는데 다국적군이 아니라니.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그렇게 강조하더니만 위상은 커녕 푸대접에 망신만 당하고 있다니.. 충격이었다. 다국적군이 아니라는 것은 UN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의미였다. 그렇기에 작전과 행정, 군수 등 모든 면에서 어떤 지원이나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또 전후 복구작업 등 후속 조치 과정에 지분을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의미였다.
사우디군에 배속되었다는 것은, 모든 것을 사우디가 하는대로 따라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렇기에 숙소는 물론 식사와 일상생활등 모든 문제에서 철저하게 사우디군이 제공하는 방식에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그렇다 보니 매끼 입에 맞지 않는 향신료 냄새 가득한 식사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나라 용병들은 에어컨 바람 나오는 콘크리트 막사에서 생활하는데 반해, 우리 지원단은 모래바람 몰아치는 텐트에서 뜨거운 햇살을 견디며 일해야 했다.
문제는 다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다국적군이 아니라는 사실을 극소수의 관계자 외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전말을 전해준 모 관계자는 청와대와 이XX 국방장관, 협상대표였던 황OO 대령 등 극소수만 알고 있었을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심지어 의료지원단장도 까맣게 몰랐던 것이 분명하다고 분개했다. 하긴 KBS도 까맣게 몰랐으니..
여기에 한가지 결정적인 문제가 또 있었다. 파병 당시 약속했던 '특별 수당'이 유야무야된 것이었다. 애초 정부에서는 자원자를 선발하며 '상당한 특별수당'을 약속했었다.
그런데 현지에 도착해서는 '규정이 없어 줄 수 없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었다. 정말 코미디같은 일이었다. 공개적으로 약속한 수당을 줄 수 없다니...
그렇다면 애초 약속을 할 때 규정도 살펴보지 않고 그냥 그렇게 약속했다는 것 아닌가? 자원자 모집이 급해 가능성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덜컥 당근부터 던져 놓았다는 것 아닌가?.. 민망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당시 우리 국방부의 모습이었다. 특별수당에 대한 약속 파기는 안그래도 열악한 처우에 화가 났던 지원단 단원들을 폭발시킨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결국 단원들의 격한 반발에 특별 수당을 안줄수도 없게 된 정부는, 편법을 써야 했다. 국방부의 해외연수 예산을 전용하는 것이었다. 거듭되는 코미디의 연속이었다.
의료지원단잉 해외에 파견돼 뭔가를 배우기는 배울테니 그런 의미에서 그들을 굳이 해외 연수생이라고 판단한 것일까.. 지금 생각해도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비극적 희극이었다. 걸프전이 단기간에 끝났기에 망정이지 길어졌다면 그 때 국방부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은 다 취소됐을 것임은 분명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본연의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옴. 아래는 그 사진.
출처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war&no=2113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