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굳이 돈을 더 들여 덩치가 큰 항공모함을 건조하려고 하느냐? 경험을 쌓아서 스텝 바이 스텝 하면 되지 않느냐?란 물음을 여러번 들었습니다. 그런 의문에 댓글을 몇번 달았지만. 요걸 좀 정리할 필요성이 있어 그냥 글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우선 제가 왜 정규항공모함을 주장하느냐?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입장을 재정리합니다. 당장 정규항공모함을 건조한다는 건 사실상 항공모함 보유 반대를 위한 좋은 구실입니다. 즉, 현실성이 없다는 소립니다. 고로 전 당장 처음부터 정규항공모함을 건조해 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그렇다면 제가 말씀드리는 정규항공모함이 뭐냐?라고 하면, 그건 CATOBAR타입 항공모함입니다.
그렇다면 샤를 드 골급처럼 굳이 꼭 덩치가 클 필요는 없지 않느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샤를 드 골급은 원자력 추진 방식을 사용하고, 그에 따라 행거 덱 면적이 배수량 대비 컸음에도 함재기 운용과 작전에 상당히 큰 애로점을 노출했습니다. 따라서 프랑스의 차이 항공모함 프로젝트인 PANG은 배수량 및 항공갑판 크기가 상당히 증대했습니다.
즉, 타국이 겪은 문제점을 우린 다르다며, 그대로 추진할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나란 특별하지 않습니다.
우리라고 그들이 겪은 문제와 애로점을 안 겪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타국이 겪은 장애를 그대로 답습할 이유는 없습니다. 후발국으로서의 메리트는 최대로 활용해야 합니다. 한국은 자원이 많은 나라가 아닙니다.
자, 정리하면.
첫번째, 함재기를 운용하기에 충분한 배수량과 항공갑판 크기를 얻어야 합니다.
두번째, CATOBAR로 전환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 공간을 가져야 합니다.
세번째, 단독작전능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네번째, 인력과 재무여력을 생각할 때, 항모 보유량은 최소화하며 충분한 작전지속능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 세가지를 종합할 때, 제가 볼 땐 경하배수량 6만톤은 넘어야 조건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요런 정도가 제가 주장하는 항공모함 요건입니다.
기본적으로 전 항모불용론자입니다. 그럼에도 활용론을 논하는 이유는 여러 게시글을 보셨다면 아실테고요.
그렇다면. 이 글의 주제로 넘어가서...
일본도 3만톤급 경항모를 건조해 운용하는데, 왜 우리가 굳이? 뭐가 달라서 꼭 덩치 큰 항모를 운용해야 하느냐?라고 하면. 그건 한반도 항모불용론처럼 주변 지리적, 작전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1> 일본의 주된 작전환경
일본 해상자위대가 경항모를 건조한 배경은 자국의 남서부 열도들 방위 때문입니다.
이들 작은 섬들은 오키나와에서도 멀리 떨어진 섬들입니다. 기본적으로 나하기지에서 400~500Km떨어진 섬들이고, 일본의 한계로 인해 항공전력을 이용한 방위가 힘듭니다.
나하 기지는 국제공항이기도 한 곳으로 3000미터짜리 활주로 하나로 민간은 물론 항자대까지 활용하던 곳입니다. 최근 2활주로가 개장되었지만, 여전히 수십분씩 주변공역에서 택싱을 해야 할 정도 붐비는 곳입니다. 이 좁아빠진 곳에 전술기를 추가 배치한다는 건 어불성설로 당연히 추가기지를 건설해야 하겠지만...
오키나와 여론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즉, 육상항공기지 추가 건설 혹은 추가적 전술기 배치가 정치적 이유로 상당히 부담되는 환경이고, 설사 배치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도서간 거리가 멉니다. 따라서 이러한 GAP을 메꾸고자 나온 것이 경항모입니다. 그리고 이런 작전환경의 제한과 함께 그 나름의 메리트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경항모 전력이 상당한 씨너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보다시피 일본 경항공모함의 작전 배경이 이렇습니다. 일본 규슈남부에서 대만까지 일본이 보유한 열도들이 주욱 늘어서 있고, 이곳들을 요새화했습니다. 지대함, 지대공 미사일 부대를 배치했고, 감청기지도 보유하고 있죠. 뿐만 아니라 이들 섬엔 다수의 활주로도 존재합니다. 즉, 경항모만 아니라, 이들 다수의 활주로들 역시 F-35B가 이착륙할 수 있으므로 주유를 한다거나 가벼운 무장을 장착할 수 있는 등의 지원활동이 가능합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방공우산과 대함우산을 바탕으로 함대가 군수보급을 하거나, EMCON상태로 기동을 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대잠초계기들의 지원과 함께 각각의 섬마다 착륙장을 가설하여, 대잠초계헬리콥터들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경항모들은 오로지 F-35B운용만을 고려하면 됩니다.
그뿐 아니라, 본래가 함재기인 E-2D들 역시 이들 활주로를 배경으로 원활히 운용할 수 있습니다.
즉, CATOBAR가 아니더라도 일본은 자신들이 생각한 작전환경에서 경항모를 CATOBAR 항모처럼 운용할 수 있습니다. E-2D의 관제지원을 받고, 대잠초계기 및 대잠헬리콥터, 소해헬리콥터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진다면, 각각의 열도에 군수기지를 가설하고, 군수지원함들이 저 먼 본토까지 릴레이를 할 게 아니라, 각 섬으로부터 유류와 탄약, 보급품을 적재해 함대와 릴레이를 하면 되므로, 군수지원함의 부담도 경감할 수 있고, 장기작전에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1> 한국의 주된 작전환경
반면 한국은 어떻죠?
일본의 경우는 항공기지 확장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반면 제주도가 오키나와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가요?
결코 그렇진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광주, 대구등의 기지가 이어도, 독도에서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나요? 그것도 그렇지 않습니다.
광주에서 이어도는 370Km이고, 대구에서 독도는 330Km입니다. 거리가 멀어서 항모가 필요하다라는 것도 솔직히 통용되기 어렵습니다. 한반도 주변 해역 전부가 가깝습니다. 항모까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러니 제가 한반도 전역만 두고 보면 항모는 불용하다고 말씀드립니다.
따라서 제가 항공모함의 보유 필요성을 납득할 수 있는 영역. 그러니까 정치외교와 국제전략상의 활용으로 몰고 들어가면. 경항모 역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는 함종입니다. 결국 우리의 필요성이라는 건 주변국 견제와 국제전략상의 군사적 기여인데.
여기서 두 가지 시나리오로 넘어가본다면...
첫번째, 일본을 상대하는 시나리오라면. 연근해안에 주류하며 항공기를 날려주는 정도입니다. 히든 카드로서 역할은 힘듭니다. 한일간 해역은 지나치게 좁습니다. 사실 한국군이 가장 큰 강점을 지니는 분야가 장거리 타격전력이고, 당연히 이 부분은 한국인이나 일본인이나 예측가능한 범위입니다.
즉, 한국이 장거리 정밀 타격전력을 활용해 일본의 항공기지를 마비시키고, 일본보다 막강한 항공타격력으로 지속 마비를 시키는 가운데, 방공망마저 마비시키며 전략적 이득과 전략적 고지를 선점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제공권을 빼앗기면 사실상 제해권은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한국측이 열세의 해군력을 가진다 해도 무난히 한국이 우세를 가져가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이 장거리 타격전력을 가지겠다고 하는 겁니다.
즉, 한일간의 충돌 시나리오에서 항모가 히든 카드로서 껴들 구석이 별로 없습니다.
두번째, 중국을 상대하는 시나리오.
이 부분이 사실상 항모를 가장 크게 활용하게 될 케이스입니다.
전, 평시를 구분하지 않고,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남중국해를 무대로 작전을 한다고 생각할 때. 경항공모함이 효율적으로 작전할 수 있을까요?
한국은 이 부근 어디에도 군사기지가 없습니다. 경항공모함이 필요로 하는 외부지원을 전혀 제공할 수 없습니다. 뭐, 그냥 미군지원 받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겁니까?
군사적 기여는 곧 외교적 발언권과 위상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니까 항모를 가지겠다고 하는 겁니다.
결론은 항모의 타입이 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궁극적인 목표인 외교적 위상과 영향력, 발언권을 확보하기 기 위한 수단이 어느 정도이냐?가 중요한 겁니다.
이 부분을 생각한다면, 굳이 경항모를 선택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다 못해 한국전쟁 참전국을 봐도 그 파병병력의 구성과 양을 보기 마련입니다. 주요 참전국과 그렇지 않은 나라의 영향력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그 부분으로 본다면 경항모는 결국 보조부대 파병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즉, 애써 돈들여 중국과의 대립이란 큰 대가를 치뤄가며 얻어내는 게 보조부대 파병에 따른 반대급부라면. 차라리 안하는 게 낫습니다.
할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급적이면 동맹국에 대한 부담을 최대한 지우지 않고, 단독적인 작전능력을 보유하는 것이 곧 궁극적인 목표에 다다르는 겁니다. 베트남 전쟁에서도 기타 파병국과 한국의 차이점은 단독적 작전능력과 그에 따른 독자 전쟁수행입니다. 즉, 단독 지휘권을 행사해야 원하는 영향력과 발언권, 위상을 얻을 수 있고 그러자면, 당연히 지휘권 행사를 위한 독자적 작전능력 확보가 필요한 겁니다.
그렇다면.
예상되는 작전해역에서 어떤 지원도 바랄 수 없는 함대가 뭘 갖춰야 단독 작전능력을 확보하겠습니까?
그 답은 모두가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주변에 기지가 없으므로, 원활한 군수지원을 바랄 수 없습니다.
초계기, 공중경계기 지원을 바랄 수 없습니다.
대잠헬기등의 항공전력을 온전히 함대가 직접 운용해야 합니다.
전술기등 지상항공 지원을 바랄 수 없으므로, 일정 수량의 항공대를 필수적으로 운용해야 합니다.
이 네 가지 점만 들어도 경항모는 어느 하나도 충족할 수 없음을 알 것입니다.
이에 대해 몇가지 언급하면...
1> F-35를 이용한 NIFC-CA...
기본적으로 F-35의 레이더는 전방 120도로 시야각이 한정됩니다.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탐색을 위해 레이더를 적극적으로 가동할 경우, 그 특유의 스텔스도 포기해야 합니다. 스텔스 전투기가 방사하는 전파까지 스텔스는 아니니까요.
즉, 전혀 효과적이지 않을 뿐더러 E-2D와 비교하자면 그 우열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 E-2D를 작전배경에서 운용할 수 있죠?
2> 함대가 필요로 하는 대잠초계 전력의 양...
경항공모함의 경우 그 규모가 작으면 운용할 함재기의 양도 줄어 듭니다. 물론 현대안을 보면 항공갑판이 넓직한데. 그건 어디까지나 스폰슨을 크게 불려 함체 크기에 비해 갑판을 넓힌 것이지. 격납고나 지원시설까지 늘린 게 아닙니다. 즉, 제한된 함재기를 잘 운용할 수 있는 설계지, 함재기를 더 많이 운용할 설계가 아닙니다. 일본은 이 부분을 자국령 도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3> 작전지속기간
본토와 거리가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 작전을 하자면, 모함 자체의 물자집적능력이 크게 필요합니다.
이건 순전히 모함의 배수량과 직결됩니다. 일본은 자국령 도서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4> 함재기 작전범위
보다시피 남중국해 일대의 주요 섬들은 중국에 의해 요새화된 상황이고, 활용할 활주로가 전혀 없습니다. 즉, 공중급유를 통한 작전범위 확장이 필수적입니다. 미국과 영국 모두 이 부분을 무인기를 이용해 해결하려 합니다. 즉, 이 부분도 필수적입니다.
결국 독자적 작전능력을 보유하기 위해...
E-2D와 같은 장거리 정찰자산. 최대한의 작전지속능력을 보장하기 위한 항공유, 선박유, 큰 탄약고를 최대한 보유해야 합니다. 여기에 함재기 작전범위 확장을 위한 대형무인기 운용능력을 확보해야 하고, 별도의 지상작전기 지원을 바랄 수 없으니 함대의 방공을 순전히 항모 혼자의 힘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함재전술기를 확보해야 합니다.
결국 이 부분은 항모의 크기만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뭐, 스텝 바이 스텝을 말할 수 있는데...
그러니까 함체를 크게 가는 겁니다. 배가 10년살이 20년 살이도 아니고, 항모같은 함종은 한 번 건조하면 최소가 50년입니다. 스텝 바이 스텝을 한 100년 할 건가요? 멀쩡한 배 두고, 또 찍어도 될 정도로 한국이 인구 많고, 경제력 강한 대국인가요? 그건 좀 의문입니다.
제가 이러니 필요한 경우의 수에 적합한 건 사실상 배수량 확보한 정규항모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당장이야 경항모라 하더라도 결국은 QE와 같은 덩치를 확보한 물건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향후 개량을 가할 수가 있습니다.
이러니까 일본도 경항모니 한국도 경항모란 주장은 안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성 없는 스텝 바이 스텝도 그렇고요.
한국하고 일본은 환경이 다르고, 한국이 50년 단위로 항모 단계 밟을 정도로 환경이 널럴한 나라도 아닙니다. 그냥 차라리 가지지 말자고 합시다. 그럼 인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