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대에는 냉전이라는 대립 구도 자체가 중요해서 비용에 대한 고려는 상대적으로 차후 문제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전투기 개발에 있어서 상대보다 우월한 전투기 개발이 우선시 되었죠.
특히나 한국전 당시 선보인 최초의 제트 전투기간 대결에서 미국과 구소련은 보다 우수한 성능의 기체를 개발하기 위해 마치 올림픽 정신을 기치로 내세우는 것 같았습니다.
베트남 항공전 때부터 미국은 전투기 성능의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고, 일부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량하고 70년대 부터는 압도적인 성능의 F-15를 개발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산이 이 때부터 발목을 잡으면서 고성능 전투기와 중간 성능의 전투기를 함께 운영하는 '하이-로우' 믹스 개념을 선보입니다.
그리고 여러 동맹에게는 그보다 낮은 수준의 저사양 전투기를 제공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F-5 '프리덤 파이터'입니다.
70년대 F-15와 F-16을 중심으로 편제된 미공군의 전술기는 구소련에 대한 제공권의 승리를 보장하게 됩니다.
이제 점차 기울어 가는 냉전 체제에서 미국은 다시 한 번 압도적인 제공권을 위해 공군과 해군의 기체를 통합하는 '하이-로우' 믹스 개념을 통한 성능적 우위와 기체 운영의 경제성을 동시에 이루기로 합니다.
그렇게 90년대를 대비한 전투기 개발 사업이 F-22와 F-35시리즈의 개발 사업이었죠.
하지만 90년대가 시작하자마자 냉전은 종식되고 그로 인한 군비 경쟁도 대부분 재검토 되거나 취소됩니다.
90년대 후반에 배치될 예정이었던 계획이 취소되기도 하고 연기되기도 하고 우여곡절 끝에 F-22는 실전배치 됩니다. 애초에 천 대 가까운 소요가 있었으나 최종 생산은 200여 대가 다였고, 이로 인해 미 공군은 엄청난 비용 부담을 안게 됩니다.
더불어 구소련 붕괴와 함께 F-22에 대응할 최신예 기체 개발이 국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이유로 미국은 첨단 기술 보호 차원에서 수출 금지를 시켰고, 더욱 기체의 가격은 상승하게 됩니다. 아마 이 때부터 미국의 방산업체들이 전에 없던 경영난을 겪었던 것으로 압니다.
상황이 어렇게 되자 F-35 개발 사업은 더더욱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 됩니다.
애초에는 JSF 계획이라고 해서 삼군을 통합하는 저가 전투기로 F-16, F-18, AV-8, A-10 등의 기체를 대체할 계획이었으나 그럴 필요가 없어지면 사업 자체가 폐기될 위기에 놓입니다.
실제로 폐기 수순이기도 했죠. 하지만 방산 업계의 강력한 요청과 각 군의 노후화된 기체를 대체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추진되었습니다.
초기에는 F-16이 개발될 때처럼 개발비를 아끼기 위해 여러 나라들이 참여하여 공동개발 형태로 진행됐으나 나중에는 코스트 상승과 정치적 이유로 도입 수량이 확보되지 못하기에 이릅니다.
최종적으로 2020년대에 속속 실전 배치를 하고 있는 F-35는 현재 많은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찌 보면 어떤 기체든 개발 초기에 겪었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 기체 사고가 빈번하다.
2. 운영 유지비가 비싸다.
3. 미국의 보안 문제로 운영 효율성이 낮다.
이런 문제들은 사실 웬만한 기체들이 다 그랬습니다.
1번 문제는 개발 초기에 완벽성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개량형이 나오면 기체 신뢰성 등이 높아지고,
2번 문제도 미국 우방들이 다수를 도입하게 되면 차차 실질적인 유지비가 낮아집니다.
3번 문제도 미국은 같은 이유로 F-4 라든지, F-14, F-15 등의 판매를 규제한 적이 있었죠.
하지만 이들 문제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미국의 전략 및 전술적 목적에 의해 해결이 되었고, 미 우방들에게 많이 팔려 갔을 뿐더러 운영국들의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F-35는 여태껏 개발됐던 전투기들과는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2차 대전 이해로 급속하게 발전하던 과학 기술과 방위 산업의 기술이 과거 주요국들의 퇴조 등을 이유로 주춤하게 되면서 미국이 상대적으로 기술적 여유가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은 이제 방산 기술에 대해 중국이나 러시아 등이 미국의 기술에 따라 오기 전까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서 숨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런 이유로 미국은 방산 경쟁에서 잠시 벗어나 미국의 다른 분야 돌보기를 해야 할 판입니다.
오죽하면 미국은 F-22를 추가 생산하거나 개량하는 사업 없이 조기 퇴역을 계획하였고, F-35를 일선 전투기로 내세우게 됩니다. 이는 계획에 없던 일이었죠.
이렇게 되면서 기존의 4세대 전투기들의 개량이 이루어지고 70년대 개발된 전투기들이 아직도 일선 전투기로 활약하게 됩니다.
유럽과 러시아도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있으나 어느 것도 제대로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것은 없어 보이며, 중국과 러시아가 개발하거나 추진중인 5세대 전투기 역시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거나 제대로 성능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은 F-35가 어쩌면 마지막 유인기가 될 것이며 시대에 절벽에 와 있는 기체로 본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 덕에 우리는 늦게 전투기를 개발한 후진국이지만 어부지리 격으로 KF-21이 4.5세대 내지 5세대에 준하는 방향으로 설정되면서 틈새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미국도 다음 세대를 대비하며 4.5세대의 염가 전투기 개발을 논의할까요.
아마도 미국은 F-18등을 개량하거나 재설계한 전투기를 실제로 개발할지도 모릅니다.
이는 미국의 방산 업계가 매우 큰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이런 전반적인 상황과 정황을 봤을 때 F-35는 '계륵'에 가까운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전투기가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미국은 다음 세대 전투기는 무인기로 계획할 가능성이 크고 유럽도 러시아도 6세대 전투기에 대해서는 아직 완벽하게 개념정의가 안 돼 있으니 미국의 방향을 관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미국은 어쩌면 잠시 사용되고 사라질(실제로 그런 기체들은 많았음) 이 F-35에 대해 일단은 수량을 확보하고 안정적 운영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긴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