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침공 이전,
러시아군 군수지원조직은 철도에서 멀리 떨어진 대규모 공세작전 수행에 부적합함
각 단위제대 내 러시아군 보급부대 규모는 서방(미군)과 비교했을 때 한 단계 아래임 (Ex. 미군 사단은 지원'여단'이 편제될 때 러시아 사단은 병참대대가 편제되는 식)
여단급 제대는 언뜻 보면 둘 다 대대급으로 보급대가 붙는데, 이것도 따져보면,
미군 여단 : 1개 포병대대, 1개 방공중대
러시아군 여단 : 2개 포병대대, 1개 로켓대대, 2개 방공대대 이런 식이라 후자 보급소요가 훨씬 큼
그리고 제병연합군 단위에서 편제되는 물류지원여단(бригада материального обеспечения ; BRMO) 수도 부족한데, 총 10개의 지원여단이 11개의 제병연합군, 1개의 기갑군, 4개의 군단의 보급소요를 담당함. (그나마 서부군구랑 남부군구는 1:1로 제병연합군 하나당 지원여단 하나씩 편제하긴 했음) 각 BRMO는 서면상 2개 차량대대(автомобильный батальон), 총 150대의 범용차량과 50대의 트레일러, 260대의 특수차량으로 구성됨 (2021. 11. 23 기준)
그래도 러시아군이 자국 영토 방어작전을 수행 중이면, 기동부대 예하 보급부대 이외에 숨겨진 패가 있음
![](https://i.imgur.com/qhyL5sv.png)
그게 바로 철도군(Железнодорожные войска, ZhDV)인데, 아예 제병연합군 등에 종속되지 않고 직할부대로 편제된 독립 군종임. 제5, 7, 29, 34, 37, 38, 39, 43, 48, 50 등 10개의 독립철도여단(отдельная железнодорожная бригада)을 주축으로 4개 지역사령부 직할로 개별 편제되어 있음. 서방 군조직과 1:1 대응이 어려운 조직으로, 이렇게 철도에 보급소요의 큰 부분을 의존하는 나라는 러시아가 유일하다시피함. 이유는 당연히 광활한 영토와 씹창난 도로가 크고
문제는 당연하지만 공세작전에선 철도망 운용을 하려면 먼저 해당 지역을 확실하고 신속히 확보하고, 특히 러시아의 경우 광궤를 쓰기 때문에 (구소련 국가랑 핀란드 제외) 적국 기관차 차량을 노획해서 운용해야 된다는 것. 전시에 이게 가능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므로, 러시아군의 철도 보급역량은 구소련의 경계에서 끝나고, 그 너머의 보급은 트럭에 의존해야 함
문제는 러시아군이 보유한 트럭 수량은 물자 집적지에서 140km 이상 떨어지게 되면 보급소요를 못 맞춤. 만일 러시아군이 철도 집적지에서 300km 이상 전진하려면, 각 지원여단에 최소 400대의 트럭을 편제해야 하는데, 이는 현재 (2021. 11. 23) 편제의 2배임.
예를 들면, 한 제병연합군에 배정된 MLRS가 대충 56-90문인데, 얘들을 다 한번 일제히 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그거 보급 채워주는 데에만 트럭 56-90대는 동원해야 함. 이러면 지원여단의 총 역량 거의 절반이 잡아먹힘. 러시아군이 동급의 서방 군부대보다 포병에 치중한 걸 감안하면 보급소요 맞춰주기 더 어려워짐
그나마 연료 보급의 경우, 각 지원여단 예하로 파이프라인 대대(трубопроводный батальон)가 있어서 작전지역에 3-4일 내로 송유관을 깔아서 보급을 추진하는데, 이것도 까는 데에 최소 3일은 걸림. 러시아군이 36-72시간 작전을 지속하면 파이프라인 깔려있기 전에 최소 1회는 전체 전력에 트럭 재보급을 수행해야 함
(주행거리랑은 상관없이 - 기갑차량 등은 그냥 정차해서 대기 중이기만 해도 연료를 소모함)
따라서 (그나마 광궤인 = 철도 보급이 가능한) 러시아의 발트 3국 공격 시나리오엔 딜레마가 존재하는데,
[1] NATO 신속대응군이 도착하기 전에, 보급을 트럭에 의존해서 신속하게 밀고 끝낸다
이건 트럭이 부족해서 못하고,
[2] 2-3일간 철도망을 기반으로 집적지를 구축하며 천천히 들어간다
이러면 NATO 신속대응군이 도착해버림
어느 쪽이든 전쟁은 장기화되는데 그럼 러시아의 패전확률이 높음. 러시아군 보급체계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토가 국경 부근에서 '결전'에 응해줄 때만인데, 이나마도 신속히 배치 가능한 해공군 전력이 열세인 걸 감안하면 글쎄...
폴란드 공격을 따지면, 여긴 광궤도 아니라서 진짜 개소리고,
이걸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용하면, (2021. 11. 23) 국경에 러시아군 O개 대대전술단이 결집했다, 이런 것보다도 국경에 물자 집적지가 O개소 구축되었다 이게 더 침공준비 진척도를 보기에 알맞음
https://warontherocks.com/2021/11/feeding-the-bear-a-closer-look-at-russian-army-logistics/
날짜 보면 알겠지만 이미 작년에 러시아군이 겪을 보급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정확하게 예상했는데, 그래도 설마 일단 같은 구소련이라 좀 더 철도망 잘 호환되는 우크라이나에서 그리 개삽질할줄은 이거 쓴 놈도 거기까진...
2.
침공 이후,
현재 러시아군의 졸전 이유 중 큰 이유 하나로는 철도에 과의존하는 경향을 꼽을 수 있겠음. 체르니히우, 하르키우 등 주요 허브들을 못 점령했으니 지역 철도망을 활용할 수 없고, 심지어 러시아군이 우세한 남부에서도 멜리토폴 근교에 장갑열차가 배치되는 등, 철도망의 완벽한 확보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됨. 그리고 당연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2월에 개전하자마자 철도부터 다 폭파함
![](https://i.imgur.com/5jGM7c6.png)
그렇다면 차량보급을 수행해야 할 텐데, 이거야 뭐 종합적으로 도로 사정도 개판, 보급대 양과 질도 개판, 관리도 개판인 데다가 우크라이나군이 보급 위주로 노리는 걸 알고 있을 거임
러시아군은 그래서 벨라루스 철도망도 활용하고 있는데, 그쪽에서 민간인 사보타지가 있단 소식도 3월부터 꾸준히 전해지는 중이라 크게 기대할 수 없는 형편임
러시아군이 '만약에' 오데사를 먹고 철도망을 통제한다면 주라프카-밀레로보 고속철도 등을 통해 보로네시-돈바스-흑해 연안을 잇는 우회 보급선을 제대로 개통하고, 차량보급 소요를 경감할 수 있겠지만...
어케먹으실?
https://foreignpolicy.com/2022/04/21/russias-military-has-a-railroad-problem/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war&no=2601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