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폴란드 군수계약에 대해 좀 다른 시각을 공유해보고자 글을 썼습니다.
[폴란드로 인해, 한국군 기갑전력 역시 현대화가 가능해졌다.]
좀 과격한 문장입니다.
하지만 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K-2흑표란 물건은 주력전차로선 낙제점입니다. 전차를 2000여량 이상 보유하고 있는 국가에서 그 양산량이 260량이란 것은 상품으로선 실패작 범주에 들어갑니다.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데스스파이럴 상황에 들어간 것이 흑표였습니다.
국산 파워팩이란 블랙홀이 시간과 자원을 빨아 먹은 탓에, 납기가 밀리고, 단가가 오르고, 수량이 깎이고...
그래서 단가상승, 수량 감축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흑표 등장시기부터 함께 해 온 디바이스들이 모조리 사업성을 상실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기동형 위장막(MCS), 능동방어체계(APS), 120mm 스마트탄약들이지요.
특히 MCS와 APS, 스마트 탄약은 향후 차세대 전차 개발에 적용되는 것들이므로 반드시 개발과 개량이 필요한 디바이스들이지만, 그 플랫폼이 되는 흑표가 워낙 저조한 수량만을 양산한 때문에 사업성을 잃었습니다.
이는 수출시장에서도 악재로 적용되었는데. K-9자주포가 선순환 주기로 인해 강점을 가진 것과는 그 기전이 정반대로 적용되었지요. K-9은 한국군 자신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물주가 되었기 때문에 막대한 수량을 도입했고, 생산라인 규모도 워낙 컸습니다. 이 때문에 납기를 맞추는 데 문제가 없었고, 단가 역시 그 어느 나라 상품보다 저렴하게 입찰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K-9A1/A2/A3에서도 보여지듯 한국군이 진심으로 개량을 밀어주었고, 그 엄청난 수량 때문에 개량프로그램도 사업성 확보가 가능했기 때문에, 도입국들 역시 한국군의 이러한 엄청난 차후 성능개량 프로젝트를 사업선정의 이유로 공공연히 들먹였습니다. 헌데 여기서 폴란드까지 추가되면서 더더욱 활활 날아다니게 생긴 모양새죠.
헌데 흑표는?
현재 로템이 오만, 노르웨이, 이집트등에 적용할 흑표 모델의 개발비들까지 수요국에게 전가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단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K-9의 경우 그들이 요구하는 개량 모델에 한국의 서브 디바이스 업체들까지 참여함으로서 단가를 맞추는 것은 물론 한국군의 개량 프로그램 단가까지 저렴해지는 선순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자연 로템은 4차양산 사업 직전에 M48 전차 도태분 500여량을 흑표로 대체하였으면 좋겠다란 의견을 냈습니다. 방사청의 파워팩 국산화 프로그램에 장단 맞춰주다 사업이 박살 난 상황이니, 책임을 져달란 소립니다. 3차 양산 물량마저 절반으로 줄여버린 상황에서 절박한 심정이었을 겁니다.
여기서 전임 정부가 2022년 3월 알려지기로, 4차양산 물량을 180여량으로 조정했습니다. 아마 21년 말에 물량을 확정했을 것이므로, 연말에 무슨 이벤트가 있었을 것일텐데. (당초 160량으로 알려졌지만, 폴란드 1차 인도분이 180량이고, 이것이 사실상 4차 양산분을 폴란드에게 선인도하는 모양새이므로, 4차양산 물량이 180여량이라는 게 확실합니다.)
하필 폴란드와 썸씽(21년 11월, 비셰그라드에 참석, 정상회담)직후, 양산수량을 상당수 조정한 모양새죠.
그리고 이게 단순한 우연은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통상적으로 국군은 50단위로 흑표를 주문했었습니다. 1/2차 모두 100량씩, 3차는 50량을 주문했으니, 4차 양산물량 역시 100량 정도 예정했었는데, 180여량을 주문했으니까요. 아마도 공급 단가 및 납기에 대해 확신이 필요했을 것이리라 봅니다. 그러자면 로템에 적정한 물량 공급을 통해 적정 수준의 생산공급망 구축이 필요했을 것이고. 4차양산의 증대는 필연적이였을 것이라 보는데, 이게 2022년 초 산업 공급망 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콤보가 맞아 떨어진 것이죠.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투자와 공략이 잘 맞아 떨어진 것입니다.
만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없었다면, 통상적인 규모(?)의 적절한 성과가 났을 테지만. 이게 몇 곱절로 돌아와 버렸죠. 이제 흑표의 양산량은 한국군의 4차 양산분을 폴란드가 선인도해갔으니, 당장 국내 생산라인만 해도 180여량을 추가 양산해야 합니다.
국군의 260+180 = 450량.
폴란드군 180량.
도합 630량으로 수량으로 K1A1/A2를 능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인데, 흑표는 사업성 미비로 M48 대체는 물론 K1의 대체까지 불가능했던 전차입니다.
이 때문에 현대전에 어울리지 않는 걸 알면서도 K1을 장기적으로 끌고가게 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파워팩 하나가 흑표 하나만 박살낸 게 아니라, 육군 기갑전력 전체를 기형으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도합 600량이 확정이고, 여기에 폴란드 생산분 800량까지 고려하면, 1400량이 넘어갑니다.
없던 사업성이 바로 생겨버립니다. 폴란드의 산업능력과 군수산업 역량을 볼 때, 향후 반드시 적용될 서브 시스템들 역시 국내 방산업체가 개발, 선정, 적용을 모두 해야 합니다.
즉, 국산 MCS, APS, 120mm스마트 탄약들 사업성이 충족되는 모양새입니다.
아울러 차대 수명이 30년을 넘긴 K1전차들을 교체할 사업성도 생깁니다. 국군은 흑표가 지나치게 비싸서 구형전차들을 대체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폴란드 사업 수주로 엄청난 단가 인하가 예고됩니다. 폴란드 현지 양산물량을 제외한다 해도 국내 라인이 적어도 국군 180량과, 폴란드 직수출분 180량, 폴란드 차기 인도분 최소 200여량 이상은 생산해야 합니다.
언젠가 양산수량 500량이면, 흑표의 단가가 80억대 초반, 70억대 후반도 가능하다는 소릴 들었지요. M48대체를 타진하기 위해서 말이죠...
이걸 바꿔 말하면, 이미 로템이 타진했던 규모의 경제가 충족되었으므로, 국군 역시 20%가량 인하된 단가로 흑표를 양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로템 말대로 M48대체 + K1초기 양산분 대체를 한다면 국군 역시600~800량 추가 양산이 가능해진다는 뜻도 됩니다.
이렇게 되면 이상적 사이클이 구축됩니다. 국군 흑표 수량이 1200여량이고, K1계열 수량이 1200여량....
차기 전차는 이제 K1계열 완전 대체를 상정하고 개발하면 되는 것이고, 그에 필요한 재원과 생산 라인 유지는 흑표가 담당하는 이상적 사이클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결과론적으로 폴란드가 한국군의 기갑전력을 강화시켜주는 꼴이기도 합니다.
[흑표의 현대화]
이뿐만이 아니라, 흑표의 현대화도 이끌게 될 것입니다.
국군이 포기한 흑표의 미래전 대응능력을 K2PL에 선적용하여, 사업성을 확보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흑표는 매우 방어적인 전차입니다. 흑표가 개발될 시기 국군의 기본전략 자체가 선방어, 후공세였습니다. 따라서 흑표는 공세작전에 필요한 여러 요소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라크 전쟁등에서 드러난 주력전차들의 약점이 거의 보강되지 않았습니다.
대전차 지뢰, IED등의 급조폭발물에 대한 방호력 확보가 미비하고.
구경 152mm이상의 대구경 성형작약탄두를 탑재한 대전차 미사일,
최근 등장한 레드포스 신형 125mm탄약과 블루포스 120mm탄약등에 대한 방호력 확보도 미비합니다.
아울러 RPG-7급을 넘어선 RPG-22등의 이중탄두 성형작약탄드에 대한 측면 방호력 확보도 미비하죠.
이러한 요소들은 내선에서 헐다운 위주의 수세적 방어를 펼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군의 전략이 변경되었는데, 정작 주력전차들은 이러한 요소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반영할 수 없죠.
이미 K1계열은 개량 요소 추가가 어렵습니다. 장갑을 추가할 수도, RCWS등을 추가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국군의 선제적 공세 전략은 흑표가 수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폴란드가 이 위기를 돌파하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폴란드도 이익을 보는 구조이므로, 서로 윈윈하는 것입니다. 폴란드는 이미 시대를 따라잡을 방위산업 역량이 없고, 독일, 미국등은 이를 도와줄 의사가 전혀 없으니까요.
K2PL이 K2A1의 선구모델이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아마 폴란드로 인도된 4차양산분 대체 180여량이 곧바로 K2PL 사양으로 양산될 수도 있습니다.
K2PL처럼 보기륜이 하나 추가됨으로서, 그 동안 흑표의 방호력 강화를 막아오던 중량제한이 크게 사라질 것입니다. 대전차 지뢰 및 IED방호력을 위한 방어저판 중량이 1.5~2톤 내외였는데, 흑표에겐 그만한 중량을 증량할 마진이 없었습니다.
아울러 부족한 측면 방호력을 확보할 고정식 활성 반응장갑을 대규모로 측면에 증설할 수 있을 것이고.
RCWS와 APS부착, 장갑재에 할애할 중량도 증대되면서 본질적인 방호력 역시 추가확보가 가능할 겁니다.
결국 남는 건, 이렇게 보기륜 늘어나고, 중량 늘어날 흑표에 기동력을 부여할 파워팩 확보입니다...
요건 결국 뉴스를 기다려보기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론 폴란드에 전차 많이 팔아 먹는 걸로 끝이 아니라...
덕분에 데스스파이럴에 빠진 흑표가 부활했습니다. 이제 국군은 패튼 물량 대체, K1대체까지 꿈꿔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폴란드 수출에 이어, 이집트,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기타 간보고 있는 유럽 여러 국가들을 대상으로 전차를 팔아먹기 위해 국군이 선제적 스폰서를 선언할 수 있는 명분까지 생겼습니다.
이렇게 되면 국군 기갑전력이 질적으로 크게 개선됩니다.
또 흑표 역시 그냥 초기 모델로 끝장이 아니라, K2A1/A2를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가리 확실시 되던, 국산 APS 개발사업이 다시금 사업성을 확보했고, 120mm신형 스마트 탄약도 마찬가지고, 심지어 차기 APFSDS도 탄력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차만 아니라, 보병전투차에도 APS탑재가 꿈은 아니고, MCS를 전차만 아니라, 기갑차량 대부분에 부착할 수 있게 됩니다. 자주포만이 아니라, 전차까지 선순환 구조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보병전투차와 차륜형 장갑차도 덩달아 선순환 사이클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반쯤 놨던 흑표가 이렇게 부활하는 꼴을 보니...
참 사람 인생이나, 기계 생애나 끝장까지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인생 참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