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후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그러나 저 개인적으론 크게 걱정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1> 대러시아 대적관
우크라이나는 친서방, 친러시아 2개의 세력이 격렬히 충돌하던 지역입니다. 하지만 이번 전쟁으로 친러파가 사실상 제거된 상황입니다. 친러주의를 가지고 있던 국민이라 해도 이젠 대놓고 의사표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지요. 특히 친러시아 지역이 대부분 전쟁터가 되었고, 덕분에 재산피해와 강제적 물자징발, 인적피해가 다발했습니다.
구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에게 가졌던 막연한 호감은 증발당하고도 남을 피해이고, 그보다 강렬한 호감을 가진 이들은 일찌감치 반정부 지역반군에 참가하여 전쟁터에서 스러졌습니다. 즉, 우크라이나 동부에 러시아가 가졌던 지분이 이 전쟁으로 완전히 사라진 셈입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상류층, 지배층에 침투했던 러시아 영향력도 대부분 사라져버렸습니다. 알음알음 나온 정보들을 보면, 미국은 전쟁 초창기만 해도 정보제공을 꺼려했었습니다. 하지만 키이우 방어에 성공한 이후엔 CIA가 확보한 친러인사, 스파이등의 방첩정보를 제공하였고,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군, 정계, 관료등에 대한 숙청이 정밀하게 이뤄졌습니다.
지배층부터 피지배층까지 전쟁이란 과정을 통해 친러파는 철저하게 숙청이 된 상황입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 대전략이 내부 갈등으로 갈팡질팡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나의 대적관을 가지고 뭉칠 수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명징하고, 선명한 전략을 세울 수 있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이를 관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통상 전쟁을 끝낸, 전후 국가가 막장이 되는 케이스는 대부분. 내부 분열과 갈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냉전기 이래, 대부분의 내전은 결국 싸우다 싸우다, 지쳐서 억지로 손잡고 연립정부를 세우거나, 감투 나눠먹기식으로 끝났지요. 그러나 승전 세력 리더가 죽거나, 하야하면 다시 내전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내전을 끝내고도 국가가 안정을 찾고, 국정동력을 통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나라는 내부를 깔끔하게 정리한 국가뿐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아마 후자일 겁니다. 친러파가 사실상 제거되었으니까요.
2> 전시동원령에 따른 중앙정부 통제력 강화
현재 우크라이나는 징집대상 국민 대부분을 징집하거나 동원하여 전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유사 이래, 이만한 전시경제를 운용해 본 적도 없거니와, 이만한 통제력을 행사해 본 적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전시경제를 가동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관료와 군인들은 지금 이 순간도 시행착오와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전후에도 국가가 쌓아놓은 전시경제 인프라는 고스란히 남을 것입니다. 게다가 러시아란 대적이 사라지지 않았으니, 언제든 국가총동원령을 내릴 수 있는 체계를 유지할 것입니다.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는 체계는 다른 분야로도 얼마든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전시경제는 중앙정부 통제력이 강화되어야만 가능한 것인데 이것이 이미 1년 이상 장기화된 상황이고, 전후가 된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경제는 상당기간 전시경제로 돌아갈 것입니다.
정부의 강력한 통제력은 지방세력의 반발등으로 인해 야기되는 비효율가 시간낭비를 줄이는 요소가 됩니다.
물론 부작용이 없을 수 없겠지만, 저개발국가 상태에선 부작용보단 순작용이 더욱 크단 걸 부정할 수 없죠.
3> 우크라이나의 식량이 곧 전략자원
전후 우크라이나에게 상당한 재원이 투자될 것이지만, 그게 영원할 순 없습니다. 아마 단기적 재원투자가 이뤄지고 말 겁니다. 특히 국제적인 고금리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므로, 우크라이나로선 불행한 일일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자체엔 상당한 인프라 투자와 외부 외국인 투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크라이나가 가진 비옥한 흑토지대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식량수출국입니다. 그러나 이건 잠재력의 절반정도를 발휘한 것에 불과합니다.
우크라이나의 1핵타아르당 곡물 생산량은 대략 3.3톤 수준이며, 이는 서유럽의 5.4톤에 비하면 60%수준에 머무르는 수준입니다. 관개면적은 전체 경작지의 30%수준이며, 비료 사용량은 면적당 서유럽의 절반 수준입니다. 뿐만 아니라, 철도수송망이 경작지 전체에 퍼져 있지 못하고 있으며, 경작가능한 면적의 80%정도만을 경작하고 있습니다.
특히 곡물 엘리베이터 역시 인프라가 노후화되었고, 부족하기만 해 수출량을 줄이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서구 자본이 우크라이나에 투자를 하지 못한 이유는 정치적 불안정성 때문이었습니다.
전후가 된다면, 반러가 국시가 될 우크라이나에 정치적 불안정성은 제거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국제적 농업자본들이 우크라이나에 투자할 요인은 충분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관개지가 확대되고, 비료 사용량이 증대되고, 생산성이 서유럽 수준까지 도달할 경우.
밀에 한정할 경우 약 6000만톤 수준까지 향상될 여지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내수 사용량인 1000만톤 수준을 제외하면, 나머진 모두 수출물량이 되고, 이렇게 되면 현재 우크라이나는 연간 4~5000만톤의 밀을 수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기후불안정 상황에서 이만한 곡물은 그 자체로 전략성을 지닙니다. 짤을 보시다시피, 우크라이나가 연간 4~5000만톤을 수출할 경우, 부동의 세계 1위 밀 수출국이 될 것이고, 옥수수, 콩등의 사료작물에서도 비등한 위치를 차지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강력한 친서방 국가가 될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서방세력은 비할 수 없이 강력한 식량 가격통제력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4> 결언
우크라이나의 전후는 국민이 단결해 있고, 내부 갈등을 일으키는 외국 결탁세력이 없어져 버립니다.
여기에 강력한 중앙정부 통제력이 고스란히 살아남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직접 전쟁을 해본 실전경험 풍부한 장교단과 사병집단이 상존한 상황이므로, 유럽과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에게 지속적 원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안보자원을 담보로 서유럽 자본을 저렴하게 동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우수한 경작지는 훌륭한 담보가 될 것입니다. 인프라 미비로 개발되지 못한 미개발 자원이 특히나 많은 곳이 우크라이나인만큼, 정치적 안정성만 담보된다면, 향후엔 상당한 수준으로 경제가 개발될 겁니다.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으로 러시아와 전쟁까지 치뤄 본 우크라이나인들입니다. 그 동안 러시아의 입김과 공작으로 정치적 혼란에 휩싸여 안정적 정국을 운영할 수 없었지만, 전후는 상황이 다를 겁니다. 정치적 안정성 확보, 강력한 중앙정부 통제력. 이 둘은 경제개발에 있어 가장 강력한 원동력입니다.
전후 우크라이나 경제는 아마 못해도 동유럽 평균까진 회귀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