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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2-07 03:15
[기타] KF-21 시뮬레이터 성공의 의미 (추가 1)
 글쓴이 : archwave
조회 : 5,151  

KF-21 첫 비행 조종사 "이륙 순간 뭉클...끝 아니라 시작" ( https://www.ytn.co.kr/_ln/0101_202207202114348491 )

[안준현 소령 / KF-21 첫 시험비행 조종사 : 실제 비행도 시뮬레이터와 거의 유사했었고…. 이륙이라든지, 착륙, 임무 중에도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항공기의 성능은 우수했던 것 같습니다.]

[ 실제 비행도 시뮬레이터와 거의 유사했었고 ] 이 발언의 의미를 그냥 빼버려도 될 곁가지로 여긴 것인지, 일부 언론에서는 이 문장을 아예 빼버리기도 했더군요. 지면이 부족했던 것일까요 ?

왜 성능 우수하다는 말 이전에 시뮬레이터와 유사했다는 말부터 먼저 했을까요 ?
성능보다 시뮬레이터와 유사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테죠. 중요한 것부터 먼저 말하기 마련.

KAI 의 연구개발진으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입니다.
시뮬레이터처럼 동작하는지 미세한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지 체크하라고요.
( 베테랑 조종사의 감각은 계측기보다 우수할 수 있습니다. )

잘 날아가고 성능 우수하고 이런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OK, K-방산➂] KF-21 시험비행조종사도 ‘엄지척’…“한국의 기술 레벨, 높아지고 있다” ( http://news.heraldcorp.com/military/view.php?ud=20221129000762 )

위 기사에서 “이미 설계가 이뤄지고 하늘로 뜬 전투기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작다” 라는 말이 있죠. 여기서 말하는 설계는 뭘 말하는걸까요 ?

F-16 의 초도비행 영상과 비교하면서 KF-21 의 초도 비행 성공에 대해 안도하던데, 글쎄요. F-16 은 KF-21 에 비해 48 년전이었습니다. 당연한 것에 안도할 필요는 없죠.

제 경우 초도비행 모습을 보고 기쁨이 30 % 였다면, [ 실제 비행도 시뮬레이터와 거의 유사했었고 ] 이 발언으로 인한 기쁨은 100 % 얐습니다.

KAI 의 연구개발진도 그 말부터 듣고 싶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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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게임 소프트웨어조차 물리 엔진이 들어가서 실제 전투기를 실시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개인이 직접 시뮬레이터 코딩할 수도 있고, 이걸로 각종 항공기/로켓의 동작 모습을 동영상으로 녹화해서 유튜브에 올릴 수도 있습니다.
--- 엘랑의 우주정복 ( https://www.youtube.com/@elangmusk )
( 위 사이트들은 예전에도 제가 소개한 적이 있었고요. )

F-16 의 초도비행 때는 이런 시뮬레이터가 없어서 기껏해야 풍동실험에 의존할 때였습니다.

지금은 설계한 것을 시뮬레이터에 넣어서 원하는대로 비행할지 실시간 체크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전투기의 시뮬레이터 (거대한 게임기 ?) 의 조종석에 타서 실제 전투기를 조종하는 연습도 할 수 있고요.
( 조종석은 실물기와 똑 같이 만들고, 커다란 화면이 있고,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라 조종석을 흔들어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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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설계는 실물과 시뮬레이터 두 가지 동시 설계입니다.
그래서 “이미 설계가 이뤄지고 하늘로 뜬 전투기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작다”이런 말이 있는겁니다.

시뮬레이터가 제대로 만들어졌다면 시제기의 실제 비행도 시뮬레이터와 거의 유사하게 되는 것이고요.

사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 설물 설계 ] 가 먼저인지 [ 시뮬레이터 설계 ] 가 먼저인지 헷갈릴 정도죠.

그런데 현실에서 보통 시뮬레이터 설계가 먼저입니다. ( ASIC 설계해보신 분들은 실감하실겁니다. )

컴퓨터 프로그램 짤 때도 단번에 되면 [ 아 고생문 열렸다 ]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초일류 외계인이 짠 것이 아닌 이상 발견하기 힘든 실수가 어딘가 숨었다는 의미니까요.
단번에 된다고 기뻐하는 것은 초짜들.

기계류 설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뮬레이션할 때보다 성능이 잘 나온다 ?
시뮬레이터를 잘못 만들었거나 설계 자체의 문제로 실물에 뭔가 불안정하게 동작하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느 쪽이든 고생문 열린겁니다.

실물을 동작시켜보는 것은 실물 설계와 시뮬레이터 설계 둘 중 어느 곳에 문제가 있는지 찾는 과정입니다.
이게 안 되면 더 이상 작업하는 것이 의미없죠.

실제 비행도 시뮬레이터와 거의 유사 --- 실물과 시뮬레이터 둘 사이 불일치가 적었다는 얘기이고 그만큼 순조롭게 작업을 해왔다는 의미입니다.

동체/날개 주위 공기 흐름이 초음속과 아음속 사이 뒤죽박죽이 되는 천음속 영역의 절반도 안 되는 속도인 초도비행에서 불일치가 나타난다면 얼핏 보기에 이착륙 모두 잘 했고 잘 날아다녀도 고생문 활짝 열린겁니다. 그나마 아주 심각한 불일치는 없다면 다행이죠.

조종사의 기량에 의해 잘 날아다닌 것인지 설계가 잘 되서 잘 날아다닌 것인지 판단해야 하고요.
물론 시제기에는 각종 계측기가 달리기 때문에 이 판단이 잘못될 가능성은 적죠.

골치아픈 천음속 영역에서 초음속 비행까지 성공한 이상, 추가로 발견된 불일치 수정하면 시뮬레이터가 거의 완성되었다고 봐도 됩니다.

특히 KF-21 기본형은 대단히 보수적으로 설계된 기체입니다. 모든 부분에 여유가 넘치죠.

시뮬레이터가 완성되면 기본형에 온갖 변형을 가미한 기종들을 마음껏 설계해볼 수 있습니다.

기본형으로 초음속까지 실물과 시뮬레이터가 일치하게 만들어진 이상, 변형에 의해 발생하는 오차는 추후 실물로 피드백하면서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 범위가 됩니다.

완성된 시뮬레이터에 의해 변형 기종들을 실제로 만들어보지 않고도 “이미 설계가 이뤄지고 하늘로 뜬 전투기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작다”가 적용됩니다.

세부 설계 ( 기체 내부를 어떻게 짜넣느냐 ) 와 시제기 제작 및 시험 비행이 남아있지만,
성공이 99 % 보장된 상태로 시작하는거죠.
기본형 설계할 때와는 출발 자체가 다른겁니다.

기본형에 변형을 주고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새부 설계까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매우 신속하게 이뤄지며,
발표된 KF-21N 목업도 당연히 시뮬레이터에 변형을 넣어서 결과 확인을 한 디자인일 것이고요.

F-16 이 만들어졌던 48 년전이 아닙니다.

시뮬레이터가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다려봅니다.

-------------- 추가 1 ----------

시뮬레이터가 완성되었다는 것은 인간에 의한 임기응변 ( 베테랑 조종사의 기량 ) 이 필요없다는 의미도 됩니다.

자율 비행 소프트웨어가 조종면 조작할 경우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살제와 별 오차없이 시뮬레이션할 수 있기 때문에, 마치 내가 한 행동의 결과가 어떨지 타임머신 타고 미래를 보고 와서 행동을 교정하는 과정을 현실에 영향을 주지 않고 미리 해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게임 소프트웨어 사용자의 적으로 나오는 AI 의 레벨에 따라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우가 많죠.

게임 소프트웨어의 AI 코드와 시뮬레이터 코드를 합치면 바로 자율 비행/전투 무인기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입니다.
( KF-21 에는 F-35/F-22 보다 더 좋은 CPU/GPU 가 들어갑니다. AI 코드와 시뮬레이터 코드를 KF-21 자체 컴퓨터로 실행하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교체만으로 KF-21 이 무인기가 되는 것임. )

사실 자동 비행은 이미 오래전부터 민항기/군용기에 폭 넓게 쓰여왔습니다.

여기에 필요한 인프라가 바로 해당 기종용 시뮬레이터입니다. 이게 완성되면 자율 비행/전투/이착함/이착륙 등 모든 것의 시작점이 되는겁니다.

ps. 길이가 길어 메모장에 쓴 것 긁어오다가 빼먹은 것을 추가 1 로 붙였습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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뇽가뤼 23-02-07 07:31
   
아이언버드랑 연결되서 실제 기계적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그 움직임을 시뮬레이터에 넣어 결과값을 만들어냄...
시뮬이면서 기체는 실물이기도 함...
물론 개발완료 이후는 그 결과값으로 완전 코드로 맹근 시뮬레이터 출하 하겠지만...
라돌이 23-02-07 07:56
   
저런 시뮬레이터와 아이언 버드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몇 개 없다던데.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라는 게 정말 벅찹니다. 개발자님들의 노고에 정말 찬사를 보냅니다.
서실 23-02-07 08:14
   
잘 읽었습니다.
zaku 23-02-07 08:33
   
시뮬 있다고 다 할 수 있어라...

T7A가 떠오르네 ㅎㅎ
     
archwave 23-02-07 14:35
   
그래서 [ 특히 KF-21 기본형은 대단히 보수적으로 설계된 기체입니다. 모든 부분에 여유가 넘치죠. ] 라는 문구 넣었습니다.

T7A 는 원가절감을 위해 무리한 설계. 또한 충분한 설계 기간을 갖지도 않았고요.

풍동 실험이나 아이언 버드 같은 것으로 검증하는 과정 없이 설계한다는 것은 피드백 없는 폭주나 다름없는거죠. 애초에 비정상적인 설계 과정인겁니다.

보잉이 시뮬레이션만으로 설계를 마칠 수 있는 외계인은 아니란 것이 입증된 것일 뿐이고, 위 글에 말한 설계 과정이 가치 없다는 의미는 될 수 없습니다.
혜성나라 23-02-07 13:22
   
시뮬레이터 있으면 만능론이란 위험한 발상인데,
풍동실험은 KF-21 BLOCK 3개발후에도 계속 진행이 되는데 왜일까?
풍동실험-아이언버드-시뮬레이터가 유기적으로 보완-수정-데이터입력-설계변경- 풍동실험-기타등등 무한 반복으로 인 것의 가치사슬의 일부분이 시뮬레이터인 것이지 마치 전부인것 처럼 말하네
     
archwave 23-02-07 14:39
   
시험 비행에서 데이타 뽑아내는 것이나 풍동실험에서 데이타 뽑아내는 것 모두 같은 목적인거죠.

당연히 시뮬레이터는 그 가치사슬의 한 구성품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작업이 모두 끝난 다음 결과물이 살물과 시뮬레이터이기도 합니다.

시뮬레이터 있으면 만능론이란 위험한 발상알지는 모르겠지만, 사뮬레아터는 최소한으로 갖춰야 할 기본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위 글에도 썼듯이 시뮬레이터는 자율 비행/전투/이착함/이착륙 등 모든 것의 시작점이 되는겁니다.
레이어드sl 23-02-07 22:33
   
좋은 발제글 잘 봤습니다.

의도된 대로 설계가 되었는지 확인하기가 점점 용이해지고 테스트 인력의 안전이 어느정도 보장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
벽골재 23-02-08 07:40
   
잘봤습니다,
주파리빠 23-02-08 19:49
   
개발자 출신으로 무척이나 공감되는 좋은 글입니다, 좋은 글에 많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