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현 소령 / KF-21 첫 시험비행 조종사 : 실제 비행도 시뮬레이터와 거의 유사했었고…. 이륙이라든지, 착륙, 임무 중에도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항공기의 성능은 우수했던 것 같습니다.]
[ 실제 비행도 시뮬레이터와 거의 유사했었고 ] 이 발언의 의미를 그냥 빼버려도 될 곁가지로 여긴 것인지, 일부 언론에서는 이 문장을 아예 빼버리기도 했더군요. 지면이 부족했던 것일까요 ?
왜 성능 우수하다는 말 이전에 시뮬레이터와 유사했다는 말부터 먼저 했을까요 ?
성능보다 시뮬레이터와 유사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테죠. 중요한 것부터 먼저 말하기 마련.
KAI 의 연구개발진으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입니다.
시뮬레이터처럼 동작하는지 미세한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지 체크하라고요.
( 베테랑 조종사의 감각은 계측기보다 우수할 수 있습니다. )
잘 날아가고 성능 우수하고 이런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위 기사에서 “이미 설계가 이뤄지고 하늘로 뜬 전투기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작다” 라는 말이 있죠. 여기서 말하는 설계는 뭘 말하는걸까요 ?
F-16 의 초도비행 영상과 비교하면서 KF-21 의 초도 비행 성공에 대해 안도하던데, 글쎄요. F-16 은 KF-21 에 비해 48 년전이었습니다. 당연한 것에 안도할 필요는 없죠.
제 경우 초도비행 모습을 보고 기쁨이 30 % 였다면, [ 실제 비행도 시뮬레이터와 거의 유사했었고 ] 이 발언으로 인한 기쁨은 100 % 얐습니다.
KAI 의 연구개발진도 그 말부터 듣고 싶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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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게임 소프트웨어조차 물리 엔진이 들어가서 실제 전투기를 실시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개인이 직접 시뮬레이터 코딩할 수도 있고, 이걸로 각종 항공기/로켓의 동작 모습을 동영상으로 녹화해서 유튜브에 올릴 수도 있습니다.
( 위 사이트들은 예전에도 제가 소개한 적이 있었고요. )
F-16 의 초도비행 때는 이런 시뮬레이터가 없어서 기껏해야 풍동실험에 의존할 때였습니다.
지금은 설계한 것을 시뮬레이터에 넣어서 원하는대로 비행할지 실시간 체크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전투기의 시뮬레이터 (거대한 게임기 ?) 의 조종석에 타서 실제 전투기를 조종하는 연습도 할 수 있고요.
( 조종석은 실물기와 똑 같이 만들고, 커다란 화면이 있고,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라 조종석을 흔들어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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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설계는 실물과 시뮬레이터 두 가지 동시 설계입니다.
그래서 “이미 설계가 이뤄지고 하늘로 뜬 전투기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작다”이런 말이 있는겁니다.
시뮬레이터가 제대로 만들어졌다면 시제기의 실제 비행도 시뮬레이터와 거의 유사하게 되는 것이고요.
사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 설물 설계 ] 가 먼저인지 [ 시뮬레이터 설계 ] 가 먼저인지 헷갈릴 정도죠.
그런데 현실에서 보통 시뮬레이터 설계가 먼저입니다. ( ASIC 설계해보신 분들은 실감하실겁니다. )
컴퓨터 프로그램 짤 때도 단번에 되면 [ 아 고생문 열렸다 ]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초일류 외계인이 짠 것이 아닌 이상 발견하기 힘든 실수가 어딘가 숨었다는 의미니까요.
단번에 된다고 기뻐하는 것은 초짜들.
기계류 설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뮬레이션할 때보다 성능이 잘 나온다 ?
시뮬레이터를 잘못 만들었거나 설계 자체의 문제로 실물에 뭔가 불안정하게 동작하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느 쪽이든 고생문 열린겁니다.
실물을 동작시켜보는 것은 실물 설계와 시뮬레이터 설계 둘 중 어느 곳에 문제가 있는지 찾는 과정입니다.
이게 안 되면 더 이상 작업하는 것이 의미없죠.
실제 비행도 시뮬레이터와 거의 유사 --- 실물과 시뮬레이터 둘 사이 불일치가 적었다는 얘기이고 그만큼 순조롭게 작업을 해왔다는 의미입니다.
동체/날개 주위 공기 흐름이 초음속과 아음속 사이 뒤죽박죽이 되는 천음속 영역의 절반도 안 되는 속도인 초도비행에서 불일치가 나타난다면 얼핏 보기에 이착륙 모두 잘 했고 잘 날아다녀도 고생문 활짝 열린겁니다. 그나마 아주 심각한 불일치는 없다면 다행이죠.
조종사의 기량에 의해 잘 날아다닌 것인지 설계가 잘 되서 잘 날아다닌 것인지 판단해야 하고요.
물론 시제기에는 각종 계측기가 달리기 때문에 이 판단이 잘못될 가능성은 적죠.
골치아픈 천음속 영역에서 초음속 비행까지 성공한 이상, 추가로 발견된 불일치 수정하면 시뮬레이터가 거의 완성되었다고 봐도 됩니다.
특히 KF-21 기본형은 대단히 보수적으로 설계된 기체입니다. 모든 부분에 여유가 넘치죠.
시뮬레이터가 완성되면 기본형에 온갖 변형을 가미한 기종들을 마음껏 설계해볼 수 있습니다.
기본형으로 초음속까지 실물과 시뮬레이터가 일치하게 만들어진 이상, 변형에 의해 발생하는 오차는 추후 실물로 피드백하면서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 범위가 됩니다.
완성된 시뮬레이터에 의해 변형 기종들을 실제로 만들어보지 않고도 “이미 설계가 이뤄지고 하늘로 뜬 전투기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작다”가 적용됩니다.
세부 설계 ( 기체 내부를 어떻게 짜넣느냐 ) 와 시제기 제작 및 시험 비행이 남아있지만,
성공이 99 % 보장된 상태로 시작하는거죠.
기본형 설계할 때와는 출발 자체가 다른겁니다.
기본형에 변형을 주고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새부 설계까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매우 신속하게 이뤄지며,
발표된 KF-21N 목업도 당연히 시뮬레이터에 변형을 넣어서 결과 확인을 한 디자인일 것이고요.
F-16 이 만들어졌던 48 년전이 아닙니다.
시뮬레이터가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다려봅니다.
-------------- 추가 1 ----------
시뮬레이터가 완성되었다는 것은 인간에 의한 임기응변 ( 베테랑 조종사의 기량 ) 이 필요없다는 의미도 됩니다.
자율 비행 소프트웨어가 조종면 조작할 경우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살제와 별 오차없이 시뮬레이션할 수 있기 때문에, 마치 내가 한 행동의 결과가 어떨지 타임머신 타고 미래를 보고 와서 행동을 교정하는 과정을 현실에 영향을 주지 않고 미리 해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게임 소프트웨어 사용자의 적으로 나오는 AI 의 레벨에 따라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우가 많죠.
게임 소프트웨어의 AI 코드와 시뮬레이터 코드를 합치면 바로 자율 비행/전투 무인기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입니다.
( KF-21 에는 F-35/F-22 보다 더 좋은 CPU/GPU 가 들어갑니다. AI 코드와 시뮬레이터 코드를 KF-21 자체 컴퓨터로 실행하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교체만으로 KF-21 이 무인기가 되는 것임. )
사실 자동 비행은 이미 오래전부터 민항기/군용기에 폭 넓게 쓰여왔습니다.
여기에 필요한 인프라가 바로 해당 기종용 시뮬레이터입니다. 이게 완성되면 자율 비행/전투/이착함/이착륙 등 모든 것의 시작점이 되는겁니다.
ps. 길이가 길어 메모장에 쓴 것 긁어오다가 빼먹은 것을 추가 1 로 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