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러 전쟁이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지?
우크라이나가 이기고, 러시아가 이기고, 뭐 이딴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전쟁이 이 정도까지 끌려왔으면 뭔가 다른 생각을 해야지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봅시다.
이미 이번 사태에서 러시아는 강대국 지위를 박탈 당했습니다. 아직도 러시아가 강대국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하겠지요. 러시아가 가진 전략핵무기가 어쩌고 저쩌고...
정도와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럼 본질적으로 북한하고 러시아 차이점이 뭡니까? 핵으로 협박해서 강대국으로서의 헤게모니를 강요하고, 자국의 이익을 구축할 수 있습니까? 물론 짧은 기간이나마 미국이 핵으로 그런 효과를 본 적이 있긴 해요. 고작 1945~1948년까지. 짧은 3년이었지만. 그런데 이젠 핵으로 헤게모니 관철하거나, 이권을 관철하는 짓은 할 수가 없어요.
이번 전쟁도 결국 말로 해서 안 될 것 같으니까, 무력을 동원한 겁니다. 우크라이나에게 러시아가 자국의 헤게모니를 강요했고, 그게 안 먹혀서 일으킨 전쟁이 이번 전쟁이란 겁니다. 그런데 강대국이 약소국한테 주먹이 안 통하면 위신이 무너지는 거고, 그럼 기존에 가지고 있던 헤게모니가 우르르 무너지는 겁니다. 그래서 강대국은 강대국끼리 전쟁에선 몰라도 약소국과의 전쟁에서 지면 안 되는 겁니다.
이미 러시아 위신은 자빠졌고, 강대국이란 지위도 사라졌습니다. 지금 러시아는 위신이나 이익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싸우는 상황입니다. 이번 전쟁이 지금 비슷한 상황에서 끝나더라도 러시아가 예전처럼 돌아갈 순 없습니다.
이전 러시아는 핀란드라는 중립 완충지대, 발트 3국이란 지 목숨 부지하기 바쁜 약소국과 접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러시아의 목적은 우크라이나 제끼고, 몰다비아를 분할시켜 만든 트란스니스트리아를 합병해 몰다비아까지 괴뢰국을 넘어 합병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토의 저항이 약했다면 발트 3국까지 병합하려 했을 겁니다.
그리해 흑해 연안 대부분을 장악하고, 자국의 천연가스, 우크라이나까지 합병해 세계 식량 유통 헤게모니까지 장악해 명실상부한 G2로의 부활을 위한 전쟁이 바로 이번 전쟁입니다. 베팅 크게 지른 건데. 실패했습니다. 어떤 학자는 미국에게 원유 수출 금지를 당한 일본 제국과 러시아가 비슷한 상황이었다고도 하죠. 코로나 직전까지가 러시아 국력의 정점이었고, 그 다음은 끝없는 하락세만 남았다는 거죠.
실제 러시아 인구는 감소세이고, 사회와 경제가 인구가 축소됨에 따라 모든 게 축소되는 상황이라는 것이지요. 우리가 북한 바라보듯 했던 게 러시아에겐 우크라이나였습니다. 인구와 자원을 확보해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최대한 길게 영속하려던 것입니다. 나토의 동진 이딴 건 명분일 뿐이고, 실제 속내는 그렇다는 거죠.
과거 발트 3국엔 나토 병력이 명분상 배치되었지만, 이젠 다를 겁니다. 핀란드도 나토에 가입했고, 스웨덴도 그렇게 될 겁니다. 즉,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투입할 수 있었던 과거 시절 여유는 끝났단 소립니다.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이유도 간단합니다. 러시아가 나토를 감당할 재래식 군사력이 없다는 걸 명징하게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과거 대한민국에 배치되었던 전술핵, 독일과 이탈리아, 터키에 미국이 배치했던 전술핵. 모두 성격이 비슷하죠?
이제 러시아는 벨라루스를 보호할 재래 군사력이 없습니다. 이제 핀란드, 발트 3국을 대비해 발트해 방면에도 군사력을 배치해야 하고, 우크라이나를 상대하려 코카서스 일대에도 군사력을 배치해야 합니다. 해군력도 붕괴되었으니 당분한 지대함 전력에 의존해야 하니 또 군사력 소요가 늘어났습니다. 이제 러시아가 남는 군사력으로 타국에 개입하는 건 물 건너 갔습니다. 강대국으로서의 위신, 지위, 실력 전부 다 이번 전쟁으로 증발했습니다.
2> 책임전가 전략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벌인 전쟁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를 버리고 도망갔다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났을 것이지만, 그가 항전을 선택하고 수도를 지키는 데 성공한 이후로는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이 된 겁니다.
이번 전쟁의 가장 큰 과실을 누가 가져갈까요?
미어셰이머식 단어를 쓰자면 이번 전쟁은 미국이 책임전가를 성공한 전쟁입니다.
역사상 성공한 책임전가가 있다면 그게 바로 러일전쟁입니다. 러시아의 남하를 방어하려던 영국이 그 책임을 일본에 전가시키고 측면 지원을 통해 전략적 이익을 모조리 챙긴 전쟁이죠.
이번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게 훌륭하게 책임전가를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이미 미국은 전략적 이익을 모조리 접수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 과실을 양보할 생각 역시 전혀 없습니다. 머리가 멍청한 지도자들이나 뒤늦게 우크라이나에 찝적거리겠지만, 그동안 투자한 자원이 얼마인데 미국이 개평을 나눠주겠습니까?
책임전가 전략을 택한 이유부터가 힘이 부족해서 입니다. 러일전쟁이 일어날 무렵 영국은 이미 힘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지금의 미국 역시 마찬가집니다. 영국은 러일 전쟁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누구하고도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도 꿀 빤 책임전가 전략으로 패권을 유지하려 시도합니다. 1, 2차 세계대전 모두 그렇게 대응했죠. 그럼 앞으로 미국이 어떻게 패권을 유지할 것인지도 빤한 겁니다.
유럽에서 성공을 가둔 이 전략을 태평양에서도 쓰겠죠. 간단히 말해 미국만 믿었다간 책임전가의 대상이 되어 미국의 이익과 패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 전체를 희생한다는 뜻이죠. 우크라이나 편을 들지 않으면 어쩌냐? 미국이 냅두지 않는다! 라고 주장하시는 분들. 잘 생각해 보시길 바라요. 역사가 뭘 말하는지. 우크라이나 꼴 되기 싫으면 머리 잘 굴리라는 겁니다. 국익은 다른 나라가 챙겨주는 게 아닙니다. 똑바로 정신머리 챙기시길 바랍니다.
미국의 여러 간행물을 보면 중국을 상대하는 미국의 전략이 보입니다.
인도-태평양 전략이 뭐겠습니까? 피 흘리고 국토가 초토화되는 부담과 책임은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에게 전가하고, 가장 큰 전략적 이익은 마지막에 뿅 나타난 라스트 액션 히어로 미국이 챙기겠단 뜻입니다. 호주가 이 전략에 가장 크게 동참하는 이유도 다른 게 없습니다. 동맹국들이 중국과 소모전을 벌여 약화되면 막판에 나타나 미국에 붙어 개평 뜯어먹겠단 계산입니다.
미어셰이머 이론이 요즘 많이 미국의 전략에 적용되고 있는데. 그 사람 이론이 뭐냐면 공군력을 위시로 한 전략폭격, 해군력이 강대국을 굴복시킬 수 없다, 결국은 육군력이 동원되지 않고선 어떤 변화도 가져올 수 없다는 겁니다. 만약 전쟁이 벌어진다면 가장 큰 희생을 볼 육군력을 누군가에게 전가시키라는 겁니다. 그 대상이 누구겠어요?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제대로 된 지상군 가진 나라가 하나 밖에 더 있습니까?
결국 미국은 동맹국들 바라볼 것이고, 동맹국 중에서도 일본은 한국보고 니가 피 흘려라, 난 나 중에 나타나서 생색내며 개평 뜯겠다. 이 딴 식이 지금 돌아가는 형국입니다. 역대 한국 정권들이 진보 보수 나뉠 것 없이, 주구장창 일본하고 한국은 동맹이 아니다란 말을 괜히 한 게 아니에요.
그리고 자꾸 전성기 미국을 떠올리며 착각하는데. 미국이 예전 미국이 아닙니다. 부시 이후로 힘이 빠졌습니다. 걸프전 이후 독식한 힘을 너무 함부로 낭비했습니다. 그러니 EU는 물론 나토 내부에서 이반이 일어나는 겁니다.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던 이유는 미국의 패권을 미국 스스로가 홀로 지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와 동맹국의 힘으로 패권을 유지하려는 현재의 미국을 보면서도, 미국 말 잘 들어야 한다는 사람들은 산수를 못하는 것입니다. 지금 미국이 말 안 듣는 동맹국 하나 손 보겠다고 나설 처지가 아닙니다. 미국이 터키를 어떻게 상대하는 지 보면서도 미국 말 안 들으면 큰 일 난다고 하시는 겁니까? 보통 패권 유지를 위해 아등바등하는 패권국 상대로는 흥정을 하고 거래를 하는 거지, 복종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3> 러시아는 중요한 자산
이제 앞으로의 세계는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그럼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세요.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에게 있어서 러시아가 어떤 자산인지.
러시아는 분명히 말해 세계 1위의 밀 수출국입니다. 전쟁 이전엔 세계 2~4위 에너지 수출국이기도 하죠. 이 모두가 중국에게 매우 소중한 것입니다. 중국은 식량과 에너지를 자급할 수 없는 국가입니다.
지금 중국은 돈 들여 만든 공원까지 밀어가며 농장을 유지하고, 아파트에서 양계를 해라, 텃밭을 가꿔라 부산 떨고 있는 판국입니다. 미국이 만들 봉쇄판에서 식량 부족을 걱정하고 있단 말입니다.
근데 식량, 에너지가 나는 나라 이걸 중국한테 거저 준다고요?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세요. 소련 상대한다고 중국하고 손 잡은 게 미국입니다. 중국을 봉쇄한다면 결국 식량과 에너지, 자원을 말리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이런 병가지상사를 왜 미국이 고작 정의감으로 무시한다고 생각하죠?
식량과 에너지가 많이 나는 지역을 자기 영향권에 둔다, 중국이 가장 바라마지 않는 이 상황을 왜 미국이 만들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절대 그럴 일은 없어요.
무엇보다 당장 러시아부터가 에너지 팔아 받은 위안화 받는 족족 달러로 환전하고 있어요. 러시아도 중국을 못 믿는다는 뜻입니다. 믿을 생각도 없고. 당장 미국이 적당히 길들여서 손잡자면 당장 손잡을 나라가 러시아입니다.
당장 미국 조야와 전문가 대부분이 러시아는 쇠락해 가는 국가이고,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러시아하고 손을 잡아야한다고 했었습니다. 지금은 길 들이는 과정인 겁니다.
서두에서 러시아가 생존을 위해서 싸운다고 말씀드렸을 겁니다. 그럼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게 될 겁니다. 우크라이나 고토 회복이나 이딴 건 미국은 별 관심이 없어요. 미국이 정의감으로 전쟁을 했으면 한반도가 반으로 갈릴 일도 없고, 베트남이 공산 통일을 할 일도 없어요. 미국은 미국 국익을 극대화하는 길을 택해왔고, 미국 힘으로 전쟁을 지속하는 우크라이나 역시 결국 미국 국익을 위해 봉사하다가 미국 국익 따라 전쟁을 마무리 지을 겁니다. 우크라이나 의사하곤 별 관계 없이.
결국 지금까지 전쟁이 질질 끌리는 건, 미국이 제시하는 딜을 러시아가 거부하기 때문에 지속되는 겁니다. 그러다 미국과 러시아가 절충점을 찾으면 전쟁이 마무리 될 거에요. 돌아가는 꼴을 보면 결국엔 러시아가 미국한테 많이 양보할 겁니다. 전쟁이 끝나고 보면 이득 챙긴 나라는 미국 뿐일 겁니다.
4>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라...
무슨 십자군 전쟁 마냥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바라보지 마세요.
아울러 무슨 이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까지 도맷금으로 중국 편에 붙어 봉쇄할 대상으로 바라보지도 말아요.
미국이 그렇게 나이브한 나라가 아닙니다. 미쳤습니까? 에너지랑 식량을 중국한테 대주고 봉쇄하게? 상식적으로 러시아 에너지, 식량을 중국한테 붙여주고 봉쇄해봐야 봉쇄가 되겠어요? 봉쇄 자체가 모든 게 부족하게 만드는 건데? 러시아를 봉쇄하면 봉쇄가 되겠어요? 러시아를 중국한테 주면 오히려 봉쇄당하는 쪽은 유럽과 미국이 된다고요...
지금 중국 말고 미국의 동맹국들도 에너지, 식량 부족한 건 매한가지랍니다. 그러니 중국과 러시아를 분리시키는 것은 대중국 봉쇄전략의 가장 중요한 키스톤입니다.
실제로도 앞으로 매 10년마다 20%이상 농업생산력을 올리지 않으면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할 수 없다고 합니다. 즉, 식량조차도 이젠 에너지만큼 희소한 자원이라는 겁니다. 그럼 인구는 축소 중인데 식량과 에너지가 남아 도는 나랄 어떻게 하겠어요? 학급 뒷자리에서 일어나는 암투극 한 두 번은 봤을 거 아닙니까?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죠?
결국 러시아는 푸틴 집권 초기처럼 변할 겁니다. NATO에 가맹하겠다, 유로-러시아 안보공동체 만들자, 이렇게 놀던 시절로 돌아갈 거란 말입니다. 그땐 중국이란 나라가 없었으니 무산되었지만. 잘 생각해봐요. 지금은 중국이란 적이 생겼잖아요? 게다가 러시아 힘 다 빠졌잖아요? 더 이상 강대국도 아니죠? 적당히 패서 야들야들해지면 적당히 손잡고 대중국 봉쇄망 구성국이 될 겁니다. 그게 미국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그림이고요.
그럼 그때 한국은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겠습니까? 사즉생생즉사로 러시아한테 아가미 파이팅 하잔 소린 말고요...기본적으로 한국은 자원 팔고 공산품 사가는 나라하곤 친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인도네시아 그 개 싸가지한테도 함부로 못하는 것 아닙니까?
미국 힘이 빠져서 동맹국들하고 중국 봉쇄하는 게 미래 세계인 거고. 그럼 미국 힘 믿지 말고 어느 정도는 각자도생하는 세계라고요. 세계사적으로 보면 영국 힘이 간당간당하던 19세기 말하고 비슷해요. 그러니 남의 나라 전쟁에 무슨 미국 편을 안 들면 박살난다느니, 정의니 당위성이니는 우리가 말할 필요는 없어요.
정의나 당위성은 전쟁 치루는 나라 사람들이 충분히 챙기니까 됐고...우린 우리 국익부터 챙깁시다.
어차피 우린 북어포처럼 쥐어 터진 러시아하고 결국엔 거래 트고 장사할 거니까, 작작 씹어대시고. 우크라이나 기웃거려봐야 그쪽 바로 옆나라들이 호락호락 삽자루 쥐라고 허락 안 할 거니까, 망상 그만하시고.
아울러 미국 전략이 책임전가 전략이란 걸 봤으면. 책임전가 피하는 외교전략을 잘 짜야 할 거고. 그 첫걸음은 한미일 삼각동맹 같은 무슨 개같은 전략은 피하고 보는 거고요.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요. 전쟁 나면 일본 그 자식들이 뭐가 있다고 개뿔 뭘 도와줄 건데요? 탄약이 있나? 병력이 있나? 개뿔 아무 것도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