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티드론 재머 우크라 수출 위한 심사 진행 중
지뢰 제거 장치와 함께 민간인 피해 줄이기 위한 방어용
尹 '아낌없는 지원' 강조… 방어용 물자 지원 확대될 수도
정부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안티드론 재머(전파 방해 장치)' 수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 말 한-우크라이나 정상회의 이후 우크라이나 측 요청에 따라 논의된 지뢰제거 장비와 같은 비살상용 성격의 방어 체계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아닌 '수출' 형태를 띠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천명한 만큼 비살상용 장비에 대한 지원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커졌다.
5일 대통령실과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안티드론 재머'를 수출하기 위한 군용전략물자 수출허가 심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재건과는 별도로 적국의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한 한국형 드론 방어 시스템을 수출하는 과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정부 기조에 맞춰 특수구급차와 발전기까지 추가 지원하는 방안은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티드론 재머'는 공격·살상용 드론(무인기)의 통신 또는 레이더 체계의 사용을 제한·격하시키는 전파 방해 장치다. 물리적 파괴 대신 무인기의 활동 자체를 무력화하는 게 핵심으로 전파를 발사해 먼 거리에서 날아오는 드론의 경로를 이탈 또는 추락시킬 수 있어 현대전의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다.
대통령실은 '안티드론 재머'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전한 '군수물자 지원 요청 목록'에 포함됐는지는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러시아 공습에 대한 방공 장비 지원을 이미 요청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수출도 사실상 지원 성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더욱이 정부가 실질적 방어형 군용물자의 수출·지원을 검토하는 배경에도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드론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이 있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 5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드론 공습을 실시하는 등 지금까지도 드론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3일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미콜라이프와 드니프로페트로브스크 지역을 타깃으로 한 드론 공격에 나섰다. 이 관계자는 "시설물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드론 공격의 경우 미사일과 같이 주변 민간인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인도적 차원에서 빠르게 (수출)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가 지뢰제거 장비 지원을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매설한 지뢰로 인해 한반도 면적에 가까운 지뢰 지대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인명 피해는 물론 영농 운영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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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차원에서의 군용물자 지원은 이미 진행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3∼6월 3차례에 걸쳐 48억5000만원 상당의 군수품을 지원한 바 있다. 식량류(전투식량 등), 일반물자류(피복·방탄복·천막 등), 장비류(방독면·정화통 등), 의무장비(개인용 응급처치키트·항생제 등) 등이다.
지난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일본을 전격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비살상물품' 지원을 거듭 요청하면서 지원폭은 더 넓어졌다. 윤 대통령은 지뢰제거 장비와 긴급후송차량(구급차) 등을 신속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당시 논의된 지뢰제거 장비와 긴급후송차량의 지원 절차는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뢰제거 장비와 관련해서는 현재 육군에 보급된 장애물개척전차(K600)와 휴대용 신형 지뢰탐지기(PRS-20K) 등의 제공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전쟁으로 발생한 민간인 피해를 복구하고 방어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수출이나 지원도 앞으로 계속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