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몸값이 변하는 상품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가장 인기가 높은 주파수는 1GHz 이하의 저대역 주파수(800MHz· 900MHz)였다. 낮은 대역대 주파수가 음성통화에 강하기 때문이다.
음성통화 품질을 중시하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사용한 광고 카피에서도 이런 현상은 잘 드러난다. 그때 나온 광고 카피가 '한국 지형에 강한' '걸면 걸리는' '어디서나 잘 터지는' 등이었다.
낮은 대역 주파수가 음성통화에 강한 건 유연하기 때문이다. 건물이 가로막으면 돌아가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른바 굴절(屈折) 회절(回折)성이 좋은 것이다. 반면 높은 대역 주파수는 직진성이 강하다. 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뚫고 가려고 건물을 파고든다.
하지만 한국엔 건물 밀집 지역이 많고, 산 같은 장애물이 많다는 게 난점이다.
SK텔레콤은 2000년대 초반까지 저대역(800㎒) 주파수로 서비스를 했다. 경쟁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는 상대적으로 높은 대역(1.8㎓) 주파수를 사용했다. 그 차이는 컸다. 당시 KT와 LG유플러스 관계자들은 SK텔레콤과 같은 수준의 통화 품질을 제공하려면 전파를 쏘는 기지국을 1.7배 더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세도 저대역 주파수였다. 세계 주요 통신업체들이 대부분 저대역 주파수를 이용해 서비스를 했다. 그래서 SK텔레콤 전화기는 해외에서도 쓸 수 있지만 경쟁업체 전화기는 해외에선 사용하기 어려웠다. 또 통신장비 가격도 많이 쓰는 저대역용이 쌌다.
음성통화에 유리한 저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는 SK텔레콤이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 자리를 차지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SK텔레콤이 사용하는 저대역 주파수를 '황금주파수'라고 불렀다.
그러나 2007년 3세대 이동통신(WCDMA)이 등장하면서 저대역이 무조건 좋다는 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기술 발전으로 고대역 주파수를 가지고도 효율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중요한 것은 대세를 따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 세계 통신사들이 주로 어떤 대역 주파수를 사용해 서비스를 하는가가 중요하다.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업체가 많으면 장비 가격도 싸고, 사용자 입장에서도 해외에 나갔을 때 글로벌 로밍 서비스를 받기도 쉽다.
3세대 이동통신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주파수는 2.1㎓다. 국내 이동통신사는 모두 2.1㎓ 주파수를 이용해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한다.
해외 주요 업체들도 3세대 서비스엔 2.1GHz를 많이 쓴다. 그래서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용으로는 2.1㎓가 가장 좋은 주파수다.
4세대 이동통신(LTE) 서비스용으로는 1.8㎓를 사용하는 업체가 많다. 2000년대 중반까지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던 1.8㎓ 대역이 황금 주파수로 변한 것이다. 1.8㎓ 대역 주파수를 다이아몬드 주파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SK텔레콤은 2011년 1.8㎓ 대역 주파수를 10년간 사용할 권리를 받기 위해 낙찰 가격으로 9950억원을 썼다.